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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식PM Apr 21. 2023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필요한 '사내정치'

귀국한 후, 정말 일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회사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너무 많은 경험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정도다.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해서 만족스럽지만, 반대로 타향살이 중인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것 같아 반성한다. 마찬가지로 뜸했던 브런치에도 민망하다.




이번 주제는 '사내정치'이다. 범위를 좁혀서 PM(프로덕트 매니저), PO(프로덕트 오너), 서비스 기획자라고 다양하게 불리는 내 직무와 사내정치에 대한 생각을 남겨보고자 한다.


정치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을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 배분
- 국가 혹은 정부의 활동
- 권력관계


이 중에서도 '배분'과 관련된 정의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정치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해외에서의 느낌은 모르지만, 국내에서 '정치'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누군가에게 '정치적이다'라는 평가는 욕에 가깝다. 하지만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모든 일에는 정치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 필요한 자원을 얻어내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정치적이다. 심하게 말하면 정치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바보다.


아파트 대표회의의 의사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많은 입주자들을 규합하여 반대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 이후, 의사결정 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도 해보고 동대표가 되기도 했다. 공동의 일은 쉽지 않았다. 재활용품 상시 배출, 경비/청소업체 입찰, 하자 보수 협상 등 갈등이 많았는데,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는 없었다. 일이 되게 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명분, 여론 조성,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있다 보니 참 어려웠다.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였다. 




나는 '사내정치'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같이 술 먹고 골프 치며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방식은 다르다.

- 상대방을 진심으로 돕는다.
- 동료를 존중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다.
-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낸다.


당연히 PM/PO에게도 사내정치는 중요하다. 회사, 고객, 상사 등 다양한 채널에서 발생하는 요구사항의 우선순위를 협의해서 정하고, 프로덕트를 직접 구현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요청해야 한다. 


1. 우선순위 정하기

많은 요구사항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기는 정말 어렵다. 보통 실적에 도움 되는 일이 우선이지만, 법적인 이슈나 서비스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복잡해진다.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잘못 적용된 데이터도 있고, 동일한 데이터를 두고도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정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는 높으신 분을 활용하기도 하고, 부서 간의 파워게임도 영향을 준다. 개인 측면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 지칠 때까지 괴롭히는 사람, 사적인 친분으로 부탁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한정된 개발 자원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정을 맞춰야 하는 PM은 죽을 맛이다. 게다가 피치 못할 사유로 거절당한 사람들은 PM을 욕한다. "쟤는 맨날 안된다고 해"


어려운 입장이지만, 내 스타일은 이렇다. 우선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목표를 파악한다. 목표는 고객 경험, 수익, 업무 생산성, 단순한 광 팔기(?) 등이다. 목표와 연관성이 적거나, 가성비가 좋지 않을 법한 요건은 빼자고 설득한다. 디자인/개발에 많은 공수가 소모되지 않도록 스펙을 최적화한다. 현장에서 내가 느끼기에, 의외로 일보다 감정이 효과적인 것 같다.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든 도와주려 한다는 진심을 보이면, 일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상대방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게이트 키퍼일 때 사내정치 스킬이다. 잘 듣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2. 디자이너, 개발자에게 요청하기

요구사항 접수할 때와 반대로, 이제부터는 구현을 위해 동료들과 협업해야 한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작업하는 상대방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획서를 최대한 빨리 작성하고, 여러 차례 리뷰를 거치며 가다듬는다. 상대방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경청하고 설득한다. 상대방의 커리어와 전문성을 위해 높은 자유도를 허용한다. 아무 때나 편하게 문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기보다는 해결방법에만 집중한다. 일정 후반부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스펙을 최소화한다. 이것이 내가 요청자일 때 사내정치 스킬이다.


결국 내가 사내정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이라는 이미지다. 

- 저 사람과 일하면 말이 잘 통해
- 저 사람은 어떻게든 해주려고 하는 사람이야
- 저 사람과 일하면 참 편해




주니어 시절에는 내 일만 보였다. 스스로 에이스라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치기 어리고 오만했던 시절이 부끄럽다.


만약 혼자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면 회사가 필요 없다. 개인의 합보다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같이 일하는 것이고,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회사에 속한 개인이 일을 잘하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것을 잘 관리하는 것이 사내정치라고 생각한다.


사내정치를 잘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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