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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식PM May 19. 2024

서비스 기획자가 다시 업무용 맥북을 사용하게 된 까닭

6개월 간의 장기 사용 후기

현 직장으로 이직하고 1개월 정도 업무용 맥북을 사용하다가 방출한 적이 있다. 이후 2년 가까이 그램을 쓰다가, 맥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젠 확실해졌다. 윈도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https://brunch.co.kr/@jungsikkimm/71


작년 2월에 썼던 글이다. 변덕도 심하지. 


참고로 나는 맥북을 주력으로 사용했던 적이 없다. 1993년에 내 용돈으로 386을 구매했을 때는 DOS 였고, 그 이후 윈도우 3.1, 95, 97, 2000, XP, 7, 10 순서로 계속 윈도우였다. 작년까지는 계속 삼성폰을 썼기 때문에 안드로이드가 더 익숙했다. 경력도 길고 나이도 있는데 업무용 기기의 OS를 바꾸는 것은 아주 큰 모험이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성공했다. 심지어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6개월 간 사용해 본 후기를 남겨본다.


내 업무용 맥북 스펙

MacBook Pro (M1 Pro 16인치, 2021)

32GB RAM

512GB SSD




업무용 맥북을 추천하는 이유 (2024)

(6개월 간의 장기 사용 후기. 롱텀 리뷰!)


1. 발열 해방

이것이 내가 맥북에 만족한 이유의 80% 이상이다. 컴퓨터에서 발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문제를 동반한다. 팬소음이 발생하고, 성능 저하가 생긴다. CPU 온도가 70~80도를 넘어가면, 체감상 기존 성능의 50%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업무용 노트북에는 다양한 보안,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어서, 항상 CPU 온도가 높다. 이 상황에서 화상회의와 화면공유를 할 때 버벅거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화상회의 중에 말이 끊기는 분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공통적으로 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이었다. 맞다... 나도 그램을 쓰다가 못 참겠어서 넘어왔다. (그램은 매우 좋은 장비다. 문제는 보안 프로그램이다.)


맥북 라인업이 인텔에서 애플 실리콘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발열과 배터리타임에서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 발열이 적으니 팬소음도 거의 없다. Stats 라는 앱으로 항상 CPU 온도를 확인하고 있는데, 보통은 45~55도 사이이고, 화상회의하면서 화면공유와 동시에 작업할 때도 65도를 넘은 적이 없다. 이 상황에서도 팬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팬이 고장 났나 싶어서 수동으로 돌려보면 문제없다. 팬을 돌려보니 CPU 온도는 더 떨어진다. 심지어 나는 4k 모니터를 2대 연결하고, 맥북 덮개를 닫아 놓고 클램쉘 모드로 쓴다. 키보드를 통한 쿨링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50~60도 전후의 CPU 온도는 놀랍다.


윈도우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발열을 낮추기 위해 별 짓을 다해봤다. 팬이 있는 거치대도 사고, 소프트웨어 설정도 바꿔보고, 언더볼팅도 해보고... 그러다 리눅스를 설치해서 써보고, 그 쾌적함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업무용 윈도우 노트북은 노답이라는 것. 그램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ThinkPad X1 Extreme Gen3도 사용했었는데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윈도우를 위한 기업용 보안 프로그램들 문제였던 것이다.


2. 애플 제품들과의 연속성

이것은 애플 생태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서 아쉽다. 에어드랍, 메모, 전화/문자/페이스타임, 자동 핫스팟, 에어팟... 너무 편리하다. 아이폰에서 캡처한 것이나, 맥북의 문서를 에어드랍으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다. 메모는 아무렇지도 않게 동기화된다. 아이폰을 만지지 않고도 전화/문자/페이스타임을 걸고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카카오 보이스톡/페이스톡, 왓츠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외출했을 때 아이폰에서 저장해 놨던 와이파이에 비밀번호 없이 접속할 수 있고, 인터넷이 없다면 따로 설정 없이도 핫스팟에 바로 연결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편했던 것은 에어팟이었다. 맥북을 사용할 때는 맥북에 연결되고, 맥북을 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아이폰으로 다시 연결된다. 화상회의 시에도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한 에어팟 프로는 정말 유용하다. 


3. 앱의 최적화 수준

이 부분은 사람마다 사용하는 앱이 달라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앱의 최적화 수준이 좋은 느낌이다. 윈도우 앱보다 기능은 좀 제한적인 느낌인데, 비정상 종료라든지, 광고 같은 것은 확실히 적다. 특히 브라우저가 좀 안정적이다. 윈도우 쓸 때는 크롬이 자주 죽어서(?) 탭을 많이 띄워놓기 어려웠는데, 맥북에서는 6개월 동안 비정상 종료 경험이 손에 꼽는다. 덩달아 Figma, Notion, Slack 등 웹브라우저 기반의 앱들도 괜찮다. 


4. 이동성

이 장점은 표현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 웹캠, 스피커와 마이크, 트랙패드 등 하드웨어들의 전반적인 높은 품질이 어떤 곳에서도 업무를 편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업무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괴로워하는 편(?)이다. 책상, 의자, 키보드, 마우스, 외장 모니터 높이와 위치 이런 것들에 예민하다. 그런데 맥북을 사용하고부터는 다양한 장소에서의 업무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트랙패드만으로 어느 정도 업무가 가능하니, 회의할 때 마우스를 안 챙겨도 돼서 좋다. 16인치 디스플레이와 가상 데스크톱 전환 기능은 외장 모니터가 없어도 어느 정도 생산성을 보완해 준다. 키보드 품질도 좋고, 스피커는 여러 명이 들어도 문제없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데다 음질까지 좋다. 이런 장점들이 모두 모여서, 어디서든 일정 수준의 생산성을 보장해 준다. 이것을 이동성으로 표현했다.




물론 사소한 불편함(?)들이 있긴 하다. 


FHD, QHD 외장 모니터 연결 시 자글거림

이건 어쩔 수 없다. 4k 이상 모니터를 사용해야 hidpi가 적용된다. 나는 좀 더 깨끗하게 보고 싶어서, BetterDisplay라는 앱을 구매했다. 20달러 정도니 구매할만하다. 


MacOS 미지원 웹사이트

최근에는 정부24, 홈택스 정도는 불편함 없이 사용했던 것 같다. 대부분 온라인쇼핑몰에서도 결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바일 뱅킹이 너무 잘되어 있어서 PC로 온라인뱅킹을 할 일도 거의 없다. 다만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같은 빌런이 있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MS Office 제품 단축키

어지간하면 Ctrl : CMD, Alt : Option 으로 1:1 매칭되긴 하지만, 자주 쓰던 단축키들은 조금 불편하다. 엑셀에서는 CMD가 아니라 Ctrl을 써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찾기/바꾸기, 이동 등) 수식에서 절대값 넣을 때도 fn키와 F4를 함께 눌러야 해서 불편했다. 나중에는 그냥 $를 직접 입력했다. 윈도우 앱에서 쓰던 기능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나, 내 경우는 기능 상의 부족함은 없었다.


OS 단축키

이것은 그냥 익숙함의 문제였던 것 같다. 내가 쓰던 윈도우 단축키가 적지 않다. 대충 Cmd로 바꿔서 생각하면 맞아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처음에는 윈도우 환경과 번갈아 사용할 때 헷갈렸는데, 이제는 뇌 전환도 빠르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 들은, 장점들이 주는 가치에 비해 너무나 하찮다. 


이런 이유들로 이제는 정말 맥북 강추다. 회사에서 기획자에게도 맥북을 지급한다면, 반드시 맥북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적응 따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초보도 문제없다. 나처럼 맥북을 선택하고 자유로움(?)을 느껴보면 좋겠다. 


참고로 기계치, 컴맹인 와이프도 M2 맥북에어를 쓴다. (물론 10살짜리 딸이 더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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