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The Glory, 2023 유도란)



[알림] 주문하신 희망이 발송되었습니다.


한참 전 시켜둔 택배의 발송 알림 문자. 희망은 그렇게 오는 걸까. 내내 애타게 기다리지만, 언제 받을지 명확히 알 수 없어 그 불투명, 모호함을 참고 기다리는 것. 그 지루한 기다림을 견디는 것.


그렇게 견디다 어느새 잊은 채로 일상을 살다 보면,

어느 날 덜컥, 띵동, 출발을 알려오며 설레게 하는.

희망은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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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드라마 <더글로리>에 나온 대사,


"이 사람과 나는, 우리는, 왜 매일 힘을 내야 하는 걸까?"

"힘내는 거 힘들어. 힘내는 거 너무 지겹다. 연진아."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듣자마자 주르륵 눈물이 흘렀던... 유난히 와닿았던 <더 글로리>의 대사들.

내가 겪어온 나쁜 사람들, 나쁜 경험들- 권선징악, 인과응보, 사필귀정. 그것이 있으리라 매일 문신처럼 마음에 새겨온 나라서. 나의 마음, 나의 삶을 위해 참 애써왔던 나라서.


그렇게 노력하며 살다 보니 마치 택배처럼, 오래전 주문하고 잊은 채 살아온 그 택배처럼, 희망이 내 방 문 앞에 어느 날 덜컥, 찾아왔다. 난 그렇게, 매일을 견디며 기다린 끝에 희망을 품에 안았다. 게다가 그 희망이라는 놈은 내게 온 뒤, 여러 가지 좋은 모습으로 변신도 하고, 몸집이 커다래지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나를 웃게 했다.


여러 번의 아픔과 여러 번의 고통, 이제 괜찮을까 하면 다시 또.. 이제 괜찮을까 하면 다시 또... 그랬던 것들. 이제 그것으로부터 이제 나는 자유롭다. 극복하고 치유하고 치유받고,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노력을 한 덕분에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괜찮아졌다! 게다가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튀어 오르는 힘, 회복탄력성, 삶의 근육은 오히려 강해졌다.


물론 내게도 당연히 결핍은 있다. 하지만 고난과 시련으로 얻은 것들이 훨씬 많다. 별의별 경험, 별의별 사람들을 겪다 보니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 또한 누구보다 좋다.

내가 고생을 한 만큼, 그 깊이만큼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내가 가진 것, 받은 것, 얻은 것, 누리는 것의 귀함. 그리고 매 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매 순간 하루하루의 행복을 유보하지 않고, Daily로 오늘만큼의 행복을 꼭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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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되게 밝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재미나게도, 진심으로 난 밝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지금이’ 행복하니까.

박노해 시인의 글귀


'자주, 그리고 환히 웃어요.

가끔, 그리고 깊이 울어요.'


를 보고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깊고 낮은 울음을 울어본 사람만이 환한 미소로 잘 웃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웃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난과 시련들을 모르고만 살았다면, 깊이와 넓이가 아닌, 그저 높이에만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만 세상을, 사람을 바라봤을 것 같다. 편협하고 얕은 사람이었으리라. 어쩌면 고난과 시련 덕분에 본질에 더 가깝게, 일찍 다가섰다.


'서툴고 두려워도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해보기.'

이것을 내 삶의 내비게이션으로 삼고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 기적이고 선물, 그것을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은 다름 아닌 바로 도전이었으므로. 어둠 속에서 안갯속에서 까막눈으로 가시밭길 걷기. 그 도전을 했던 초능력과 같은 힘이라면, 그 발걸음을 한 번이라도 내디뎌본 사람이라면,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힘을 지닌 엄청난 내공자가 된다. 그 도전의 힘과 기억으로, 다시 또 새로운 다양한 도전들을 계속해나가려고 한다. 서툴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에게 시련은 필수조건, 상처가 없는 사람은 작가를 할 자격이 없다.'

시련과 상처. 이 빛나는 영광으로,

오늘도 나는 그 낡고 닳은 희망을 다시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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