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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Nov 04. 2023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사회복지사의 좌충우돌 성장 Story

청소년 비행은 모든 사춘기 자녀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까요? 질풍노도의 시기.. 자녀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의 자녀가 사춘기 시기가 찾아오면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고 이전에 있지 않았던 가정 내 불화, 고민, 갈등들이 일어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정말 다시는 겪기 싫은 시기이지만 어쩌면 일어나야 할 가족갈등일 수 있고, 청소년 비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정말 중요한 시기이기에 많은 부모님들이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계시기도 하고요.


청소년들이 비행으로 빠지는 경우를 본다면 가장 큰 이유 1위는 가정 내에서의 부족한 소통입니다. 절친한 친구나 친분이 깊은 지인과는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기 때문인지, 오히려 대화가 더 잘 통하고 서로를 잘 아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반면, 한 지붕 아래 긴 세월을 함께 산 가족에 대해서는 과연 뭘 알고 있는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가장 예민한 시기에 소통은 물론 말처럼 쉽게 될 수 없고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은 시절인지라 마음을 펴놓고 이야기 하기란 너무 어렵기도 하지요.


저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꿈과 도전보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바꿀 수 없는 가정환경에 낙담하며, 비행&사회부적응 문제에 직면해 있는 청소년들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부적절한 가정환경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부적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련의 노력 및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지역사회 실천사례: 저소득가정 청소년 사회부적응 문제 이야기>

아파트 복도 위에서 1층에 서 있던 사회복지사를 향해 양손을 반갑게 흔들어주던 하영이(가명). 그랬던 하영이는 안방 베란다에 매달려 자살소동을 벌이게 됩니다.

2022년 어느 날, 하영이(가명)의 부모님은 격앙된 목소리로 사회복지사에게 전화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딸이 집을 나갔어요'
'어제저녁에 친구와 동반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없어졌어요'
'지금 그 친구와 함께 있다고 하는데 너무 걱정이 됩니다'
'최근에는 매일같이 집 안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나'
'얼마 전에는 집 베란다에 매달려 자살소동을 벌였어요'
'내 딸이지만 이제는 정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1. 하영이와의 첫 만남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하영이(가명)와는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키에 왜소한 몸, 자기 몸통만큼 커다란 가방을 메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하영이. 제가 기억하는 하영이의 모습은 여느 친구들과 전혀 다름이 없었습니다. 천진난만. 딱 이 단어가 어울리는 학생이었어요.


#2. 보호자와의 첫 만남

그날은 격앙된 목소리의 부모님과 면담이 진행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영이 때문에 격앙되어 있었냐고요? 아니요. 첫 면담의 대화 주제는 하영이의 비행, 자살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정 내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컸어요.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청소년의 부적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데요. 가정 내 경제적 스트레스는 부모의 심리적 안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부모역할,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등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충분한 소득으로 인해 부적절한 가정환경이 발생하고,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가 청소년의 사회부적응 모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였을까요. 점차 가중되고 있던 가정 내 스트레스가 어린 하영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는 마음이 컸습니다.


#3. 사회복지사로서 역할 혼돈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저는 하영이의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하영이가 비행청소년, 그러니까 사회부적응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우려했던 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으니까요.


하영이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인 저는 그 모든 과정을 간과한 채 뒤늦은 개입을 해야만 했고요. 왜 그동안 나는 어린 하영이와 함께 걸어주지 못했을까. 자책의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아파트 복도 위에서 1층에 서 있던 사회복지사를 향해 양손을 반갑게 흔들어주던 하영이. 그랬던 하영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자살소동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도 믿기 어려웠고, 2022년 보호자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던 정신병동 강제입원에 대한 이야기는 저를 혼돈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충격이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하영이의 급격했던 심리적인 변화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정 내 불화, 부모 이혼, 경제적 어려움, 사회부적응 문제에 따른 정신병동 강제입원. 이 모든 과정은 단 1년 안에 일어났던 것이었고 어린 하영이는 홀로 모든 과정을 견뎌내야만 했던 것이었어요.


'가정 내 소통의 부재'와 '낮았던 사회적 지지'는 하영이에게 높은 스트레스를 안겨주게 된 이었고, 이렇게 가중된 스트레스는 비행, 사회부적응, 자살, 약물남용, 학업동기의 상실, 학교폭력, 가출 등의 문제로 표출되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4. 홀로 감내한 고통

'엄마고 뭐고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비행 몇 번 했다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을 때 저는 벌써 한번 죽었어요'
'내가 뭐 때문에 얼마나 힘이 드는지'
'부모님의 이혼이 나한테는 어떤 의미인지,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이혼 후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어떤 건지'
'어른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누가 한 번이라도 내 마음, 내 감정,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적 있어요?'
'이제는 다 필요 없어요'


청소년은 누군가 알아차리지 않는 이상 자기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왜냐면 이미 그 고통이 커지기 전까지 분명히 보호자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고통을 다시 내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되어가는 단계에 이르면 자녀는 부모에게 속마음을 순순히 내보이지 않기 시작합니다. 반항기에는 부모라는 가장 가까운 권위를 뛰어넘으려 애쓰는 시기인 만큼, 자기 생각과는 정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그 강도는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 사례가 본 과정을 그대로 설명해 주는 듯 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5. 동행, 온 사회가 함께 지켜봐 주세요.

지금 제가 하영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지지'를 잃어버린 하영이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가족. 지금은 이 울타리가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가정 내 올바른 소통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

청소년기를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청소년들이 행동하게 되는 많은 비행 행동은 오히려 어른들이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할수록 더욱더 강하게 이탈행위를 하거나 반항심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인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개선'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희 하영이가 원했던 것처럼요.


청소년 비행, 사회부적응 문제는 단순히 일부 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정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온 사회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비롯하여 각종 교육기관 그리고 많은 행정기관과 전 사회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나 앞으로나 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지역사회 모든 사회복지사 분들을 응원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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