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셀렘
고사리 안부에 대한 걱정은 준에게 전염되었다.
경희야, 경희 월요일에 회사 안 가는데 고사리는 어떡해? 삼 일이나 물을 못 주잖아. 매번 팀원 분들께 부탁드리기 미안하면 식물 키우기 메이트라도 만들어서 같이 돌봐 주는 것 어때? 식물을 두 개나 키우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잖아. (팀원 분들은 고사리 키우기가 공동육아라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이고 계신다.)
깜박하고 물을 안 주어 고사리가 시들거나 혹여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내가 마음 아파할까 봐 같이 신경 쓰게 된다는 준. 준은 식물이란 것에 흥미나 관심을 가질 일이 전혀 없었는데, 내가 고사리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이 생겼는지 플랜트 숍에 가자는 말을 먼저 꺼내었다.
우연히 들른 플랜트 숍에서 어머니께 드릴 다육식물을 고르겠다고 사장님께 이런저런 식물을 추천받더니, 손에 들고나온 것은 존재감을 강하게 뿜어내는 골드 셀렘이었다. 잎이 너무 예쁘다며 꿀 떨어지는 눈빛을 장착한 준은 그에게 이미 반한 눈치. 이렇게 금세 빠져들게 될 줄이야! ‘필로덴드론 바르세비치 아우레아’라는 긴 정식명을 가진 골드 셀렘은 내가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형광빛에 가까운 신비한 잎의 색, 손바닥만큼 넓은 잎의 크기에 절로 눈이 갔다. 만져보니 피부는 여리고 얇았는데, 튼튼하게 뻗은 줄기가 듬직하기 그지없었다. 가는 길에 혹여나 골골이(골드 셀렘)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품에 꼭 안고 애지중지하는 준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 골골이를 쳐다본다며 뿌듯해했다. 그런 그를 보니 드는 귀여운 상상.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때 쏟아지는 관심에 내 새끼 예쁘지 어깨가 으쓱할 것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반려 식물 하나씩 손에 들고 산책(광합성)시키는 사람들과 서로 자기 애(식물) 미모를 은근히 자랑하는 일상도 올 수 있지 않을까?
골드 셀렘은 다른 필로덴드론 류의 식물에 비해 잎이 얇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물의 양을 세심하게 조절해 주어야 한다. 고사리처럼 반음지 식물이라 간접광이 좋지만, 남아메리카 열대우림 출신으로 차가운 온도에 예민하다. 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많이 주면 안 되고, 대신 촉촉하게끔 잎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면 좋다. 천안에 계시는 준의 어머니께 골골이를 드리려면 2주 동안은 준의 집에 두고 키워야 한다. 골드 셀렘이 추워할까 봐 에어컨 트는 것도 망설이는 준은 (*21도에서 25도 사이면 괜찮다.) 벌써 이름까지 지어 놓고서 과연 어머니께 드릴 수 있을는지. 부디 고사리와 골골이에게 안 골골한 매일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