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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25. 2022

<파워 오브 도그> (2022) 제인 캠피온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분노와 뒤틀린 감정으로 새겨진 개의 문양

[씨네리와인드|이하늘 객원기자] 2021년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2021)가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됐다. 1925년 미국 몬타나의 대규모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날선 감정들로 하여금 찔리고 찢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층으로 쌓여있다. 그 층의 중심부에는 대규모 목장주인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제시 플레먼스)형제가 있다. 동생인 조지는 필의 사람들을 억누르면서도 보듬어주는 듯 한 이중적인 모습에 힘겨워한다. 25년간의 동업 시간 동안, 조지는 이방인인양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를 맴돌 뿐이다. 과부인 로즈(커스틴 던스트)와의 결혼을 하게 된 조지는 자신의 목장으로 그녀를 데려온다. 겹겹이 쌓인 그 층들이 로즈로 하여금 하나둘씩 무너져 내리고, 그 붕괴는 뒤틀린 감정들을 가져온다. 필은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조지의 행동에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고, 로즈를 조여가며 괴롭힌다. 그녀가 숨을 쉴 수 없도록. 그런 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유아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 '파워 오브 도그'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서부의 광활한 언덕과 목장을 뒤로 한 채, 그 집안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목을 옥죄는 일들이 반복된다.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 필의 모습에 로즈는 그가 걸어오는 부츠의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 미묘한 감정과 호흡을 카메라는 아주 섬세하게, 아주 강렬하게 쫓아간다. 로즈의 아들인 피터(코다 스밋 맥)는 여름방학을 맞아 목장에 발을 내딛고, 필은 피터에게 로즈와 같은 적대적인 시선을 보낸다. 피터와 필은 서로에게 다른 방식으로 칼날을 내민다. 필은 눈앞에 칼날을 들이밀고, 피터는 등 뒤에서 칼날의 존재를 숨긴 채 조용히 다가오는 방식으로. 눈앞의 모든 것을 조정하려 하는 필의 태도는 마치 세력의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하는 듯 하다. 하지만 피터의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에 필의 경계가 풀린다. 그리고 자신이 매일 바라보는 산의 언덕 앞으로 데려간다. 그 언덕 앞에서 피터는 이 언덕은 개가 짖는 모습을 닮았다고 말한다. 그의 대답에 필의 경계는 하나씩 껍질을 벗겨내고, 이내 속살을 드러낸다. 그런 필을 하나씩 분해나가며, 피터는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의 등 뒤로.                      


▲ '파워 오브 도그'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직역하면 개의 세력(개의 힘)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작품은 세력의 이동을 보여준다. 개는 보통 주인을 물지 않고 충성스러운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고정적인 관념이다. 영화는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무게 추를 계속 저울질한다. 마치 심판의 입장에서. 그 무게 추는 곧 어딘가로 기울게 될 것이다. 힘의 세력이 도달하는 곳에는 또 다른 파워 오브 도그(개의 세력)가 존재할 것이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냉소적이지만 시선들을 집중적으로 포착해내는 태도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은 몬타나의 대규모 목장에 이내 도착할 것이다. 또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전작들과는 다른 모습 또한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 분노와 뒤틀린 감정으로 새겨진 개의 문양을 발견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Director 제인 캠피온

Cast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커스틴 던스트, 코다 스밋 맥



■ 상영기록

2021/10/09 10:00 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2021/10/11 15:30 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2021/10/14 16:30 소향씨어터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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