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였던 것 같다.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거친 하얀색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었고, 길 주변에는 나무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나에게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놀이터였다. 그 날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않고 길을 벗어나 숲으로 향했다. 나무와 강 주변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생물들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고, 나무에는 엄청난 수의 애벌레들이 붙어있었다. 애벌레들은 화려한 색깔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고 온몸에는 털이 나있었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화려하고 털이 많은 애벌레는 독이 있다고. 나는 그것들을 만지지않고 눈으로만 보았다. 사실, 엄청난 수의 애벌레들이 나무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그 광경에 나는 압도되었던 것 같다.
며칠 뒤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지점부터 몸이 터진 애벌레들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며칠 전 보았던 애벌레들이었다. 아마,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바닥에 있던 애벌레를 터트렸던 것 같다. 꽤나 많은 집단을 이루어 길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애벌레를 밟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포장길의 코너를 돌자 시멘트가 새카맣게 변할만큼의 많은 수의 애벌레들이 길을 채우고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닦았다. 애벌레들을 피하느라 애썼음에도 내 신발바닥에는 애벌레의 체액으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묻어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았던 애벌레들에 대해 엄마한테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뉴스에서 애벌레에 대해 나왔다고 했다.
그날 나는 직접 그 뉴스를 듣기 위해 9시 뉴스가 TV에서 흘러나올 즘 TV 앞에 앉았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중국인지 미국인지 아무튼 해외에서 건너온 나방의 유충들이 집단으로 번식하여 강원도 일부 지역에 퍼지고 있다고 했다. 유충들은 농작물들을 갉아먹어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애벌레 떼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일명 '애벌레 비'도 관찰된다고 했다.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애벌레 비'라니. 내가 본 애벌레들도 비처럼 내려서 자리를 잡은걸까? 내 머리 위로 애벌레들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나는 그 애벌레가 해충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가면서 보이는 족족 애벌레들을 죽였다. 한동안 신발이 깨끗할 날이 없었다.
얼마 후, 애벌레들도 차츰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