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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Apr 22. 2024

헤로도토스의 역사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사(1)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가 페르시아 전쟁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기원전 5세기, 헤로도토스가  [역사]라는 방대한 고전을 재미있게 각색한 만화책을 통해서였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아마 첫째가 초중학교에 다닐 때쯤이었을 것이다.

 당시 즐겨 보던 홈쇼핑에서 유려 쇼호스트의 말솜씨에 혹해 충동적으로 내질렀던 기억이 난다. 내 딴엔  여느 엄마들처럼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서울대에서 선정한 인문고전들'을 재미있고 알기 쉽엮었다는 말에 그만 주문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결과는 누구나 짐작 가능하듯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아들 덕분에 할부로 구입한 그 책들은 오롯이 내 차지가 되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재미있었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이어 두 번째로 손에 든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서양사에 관심이 있던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페르시아  제국

 '역사'라는 말을 처음 쓴 것으로 알려진 고전 [역사]는 주로 페르시아와 그리스 사이의 전쟁인 <페르시아 전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아시아의 작은 식민 국가에  불과했던 약소국 페르시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대제국으로 발전했고, 3차에 걸친 페르시아 전쟁을 일으키며 또 어떻게 제국의 패권을 그리스에게 넘겨주게 되었는지 대해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할리카르나소스 출신의 헤로도토스가 탐구에 의해 스스로 배운 사실들을 서술한 것이다. 이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과거의 기억과, 그리스 인과 이방인의 위대하고 놀라운 업적들이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함이요, 특히 그들이 서로 싸운 원인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이전의 기록들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디세이아]처럼 주로 신화나 영웅의 이야기들을 시의 형식을 빌려  경우와 달리, [역사]는 헤로도토스가 직접 발품을 팔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보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산문의 형태로 기록했다는 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의 탄생 배경에는 저자의 출신지도  몫다. 헤로도토스가 태어난 할리카르나소스는 현재 터키의 아나톨리아 지방인 소아시아 남서부에 있던 도시로, 

당시 탈레스의 철학으로 유명한 밀레투스학파의 근거지인 밀레투스와 피타고라스의 출생지인 사모스섬 철학과 수학발달한 도시들의 인근 지역으로, 주로 이오니아 인들이 개척한 그리스 식민도시들 중 하나였다.


이오니아 지방의 주요 도시들

 흔히 이오니아 지방으로 불리는 이곳은 소아시아의 서쪽 지중해 연안과 에게 해에 접해 있는 곳으로 고대 그리스의 상업활동의 중심지이자 사상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특히 지방은 지리적으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새로운 세계관과 지식들이 흘러들어오기에 용이했고, 발달된 오리엔트 문화의 전통이 흐르는 곳이었으며 그리스 본토와 떨어져 있어 훨씬 더 자유롭고 생기가 넘치는 곳이기도 했다.


  기원전 6세기 즈음, 때마침 그리스에서는 신화와 문학의 신비적이고 비합리적인 전통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연구가 시작되었는데 그 중심 무대가 또한 이오니아 지방이었다.


 그리고,  시기에, 시가 아닌 산문적인 글을 쓰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신화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으며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거나 조사하여 쓰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 외에 이방인들의 관습과 역사를 서술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산문작가들의 출현이 헤로도토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앞서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직접 밝힌 제작의도에서 알 수 있듯이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페르시아 침략 전쟁에 맞선 그리스인들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이 맞붙은 최초의 전쟁인 페르시아 전쟁을  성격이 다른 두 문화의 정치제도, 즉 민주정(그리스)과 전제정치(페르시아)의 충돌로 파악했다.


 무엇보다 그는 그리스인들의 자유를 위한 저항정신 주목했. 

 당시 분열되어 있던 그리스인들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 하나로 뭉쳐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제국의 노예이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반드시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헤로도토스는 이렇게 위대한 그리스 정신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역사]에 대한 많은 비판도 존재한다.

작가 자신이 고대 그리스인인 만큼 책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신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들, 소위 그들의 오랜 전통과 그동안의 역사로 여겼던 것들이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던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한 개인의 한계를  차치하고라도, [역사]는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작가가 직접 조사하고 탐구한 방대한 자료들을 남김으로써(특히, 당시 이집트와 오리엔트 지역의 상황을 거의 정확하고 자세히 묘사) 제목 그대로, 오늘날 역사의 귀한 자료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자, 그럼 [역사] 속 페르시아 제국과 고대 그리스로의 시간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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