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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Dec 30. 2023

[D-2]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364번째 글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 왔던 글쓰기 챌린지가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나 자신과 화해하고자 하루에 한 편씩 나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했었는데, 이제 그 결심을 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내가 1년 동안 글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 쓸 내용이 있었느냐는 말, 매일 글로 적을 만큼의 글감을 어떻게 생각해 내냐는 말을. 이건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과연 내가 매일매일 쓰고 싶은 내용이 있을까 싶었다. 매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시간만 낼 수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글의 내용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몇 달만 지나면 소재가 떨어져서 억지로 글감을 짜내서 쓰게 되거나, 챌린지를 그만두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었다. 물론 소재를 생각해 내는 것, 영감을 받는 것 자체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러다 최근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했다는 말을 알게 되었다.


The reason one writes isn't the fact he wants to say something. He writes because he has something to say.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말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스콧 피츠제럴드


이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왜 지난 363일간 매일 에세이를 써 올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던 것이다. 매일매일, 그렇게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노트북을 켜고 빈 화면을 앞에 두고 앉으면 말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그동안 속으로만 삼켜 왔던, 하고 싶었지만 삭혀 왔던 말들이. 나 스스로 부정하거나 차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진실들이.


나는 누군가 내게 어떻게 그렇게 매일 글감을 찾을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매일 그럴 만한 일들이 생긴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정말로 매일같이 어떤 일인가가 내게 벌어졌었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라도. 생각이 워낙 많은 편이라서 그렇다고 여겼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매일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나는 글을 통해서 뭔가를 말하려고,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니다. 그저 내겐 할 말이 있었고, 그걸 글로 적었을 뿐이다.


1년 간 가슴속에 품어 두었던 말들을 많이 꺼내 놓았다. 절대 고백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것들을 토해 내기도 했고, 감추려 했던 것들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약간의 해방감을 느꼈다. 두려움과 걱정, 나 자신을 숨기고 싶어서 꺼려지는 마음도 컸지만 동시에 그 말하기를 꺼렸던 이야기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정말 할 말이 많았던 거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할 말이 정말로 많았던 것이다. 그게 내가 오늘까지 364편의 글을 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 내일의 365번째 글도, 내 가슴속에 가득 차 있는 이 말들이 그걸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
2023년 12월 30일,
식탁에 앉아 창 밖 눈 오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Aaron Burde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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