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2014
자전거의 속도감은 느껴지지만, 마음을 절로 아날로그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오프닝입니다. 몇단 기어 등도 없어 보이는 그런 자전거가 내리막으로 그리고 빽빽하게 길 좌우를 메워주는 초록의 세계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오늘의 ‘숨은 영화 찾기’,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겨울’입니다.
주인공 이치코. 분위기 있게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던 그 소녀인데.. 실상은 ‘운치’, ‘분위기’ 따위와 어울리지 않는 분인가 봅니다. 진짜 저런 게 있나 싶은 지느러미 장갑을 주섬주섬 끼시더니..
습도 100%에 가까운 공기의 저항감 속으로 ‘헤엄’을 치기 위해 ‘점프’를 하십니다. 오프닝에서 보듯 이 영화는 초록과 전원 속에서의 삶과 더불어 ‘피식’ 웃음을 끊임 없이 유발하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어찌 보면 딱히 전개라고까지 말할 수도 없이 극적인 스토리 라인은 찾을 수 없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잘 곁들여진 ‘감칠 맛’ 나는 영화입니다.
맛…그렇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의 시골과 유사한 일본의 시골에서, 열심히 그리고 능숙하게 생활하고 있는 이 두 젊은이. 그러나 이들의 대화에서 그들의 시골에서의 삶이 어떤 변곡점을 지나친 후의 삶이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남이 자길 죽이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그런 인생은 살기 싫었다는 게 유우타 귀농의 변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언급이 없으나, 왠지 그게 어떤 것인지 알수는 있을 듯 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가 어딘가에서 도망쳐 왔다는 생각보다 나보다 많이 용감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 분 역시 코모리로 돌아온 이유가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그녀가 하는 점프는 필사적이었지만, 남자친구가 ‘무리’라고 단정할 정도로 한계가 있습니다. 그 이후 그녀는 코모리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어디에 닿고 싶은 것일까요..?
영화 중간중간에 회상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좀 있는데, 주로 엄마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엄마가 남긴 말과 요리에 대한 철학과 레시피가 지금 그녀의 삶을 이끌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순수한 시골 아이의 뒷통수를 치는 것도 엄마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번엔 어떻게 뒷통수를 맞을까 기대 하게 됩니다.
앞서 ‘맛’ 있는 영화라고 말했듯.. 이치코는 직접 농사를 지어 나온 작물들로 영화 내내 요리를 합니다.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만든 요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색깔인지 생각합니다. ‘요리’라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 경건하고 조급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비판까지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집밥’ 레시피로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백선생보다 ‘느리고 몸에 좋은’ 요리를 합니다. 진한 MSG의 향기에 길 들여져서 그런지 이치코의 요리들을 보며 ‘정말 맛있을까?’ 살짝 고민을 하게 되지만… 요리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저로서는 나중에 해본다면 이치코의 요리와 같은 것들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에서의 삶을 묘사하는 여러 장면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논의 물이 새는 지점을 찾기 위해 그녀는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허둥대지 않고 뛰어다니며 발을 동동 구르지도 않고 그녀는 그냥 눈을 감습니다. 물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흐름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삶에 귀 기울입니다.
하지만, 아직 100%의 마음이 모두 코모리에 정착하지는 못한 듯 합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의 소리는 모두 듣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토마토의 절반 이상이 상하는데도 하우스를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시골과 비슷한 풍경입니다. 한 여름의 시골 느낌. 생각만 해도 정말 덥습니다. 하지만, 이 초록의 장면이 그렇게 정겹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생명이 넘쳐 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바람에 살랑살랑 초록이 물결 칠때만한 상쾌함이나 운치를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을까요.
허리 숙여 하는 농사는 절대 못한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저이지만, 아주 잠깐…아주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 본 리뷰는 스포일링을 최소화 하고 여러분의 영화 관람 선택을 돕기 위해 작성 됐습니다.
예술적 재미 : ★★★★☆
예술적 표현의 과격성 : ☆☆☆☆☆
상업적 재미 : ★★★☆☆
감동 : ★★★☆☆
스토리 구성 : ★★★☆☆
엔딩의 충만함 정도(허무하지 않은 정도) : ★★★☆☆
허드서커 상상력 : ★☆☆☆☆
<영화 포스터/스틸컷 출처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 배급 : 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