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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Jun 24. 2024

배째라 배째! 후불제의 고통

응급 제왕절개로 출산한 초산모의 병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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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분만기 제1편 유도분만 실패담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41bba282d5474dd/110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태아 머리가 내 속골반에 걸려있다는 말을 듣고난 후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누웠는데,

이 자세를 수술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유지하게 되었다. 

양수가 터진 후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기에, 

태변을 먹는 등 아기가 더 위험해지기 전에 심음이 더 떨어지지 않게 호흡을 넣어줘야 했다.

오직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뿐이었기에

장장 10시간 넘게 해갈하지 못했음에도 목마름을 잊고, 

복부에 숨을 크게 들이키고 잠시 멈췄다가 깊게 내쉬는 복식호흡을 이어갔다. 

이제 아기와 나의 유일한 연결고리, 탯줄과 태반만 믿으련다. 


몸을 쉬이 움직이기 어려운 특성상, 

여러 명의 간호 인력들이 나를 들어 이동형 침대에 옮겨서 수술 대기실 안으로 이동시켰다.

이제 이 곳은 보호자 없이 오롯이 나란히 대기 중인 환자들, 의료진 뿐이다. 

몸을 오른쪽으로 돌아눕고 있었기에 시간 확인도 어렵고 핸드폰도 없고 그저 숨만 후하후하 내쉬었다. 


간간히 마취과 담당의가 와서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설명해주고,

또 다른 간호 인력이 와서 절차가 어떻게 될거라고 동의서를 받아가고,

무통주사 관이 척추에 연결돼 있으니, 이쪽으로 하반신 마취가 진행될 거라고 설명해주고, 

1인실 여부를 희망하는지 등등 선호사항을 체크하고 갔다. 

하염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는 사이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얼른 세상 밖으로 구출해줘야 하는데...


수술대 위에서 일어난 일


수술실 내부는 자못 싸늘했다. 

수술대에 똑바로 눕혀졌고,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내 팔을 단단히 묶어 고정시켰다.

그 때부터 몸이 또 경련하기 시작했다. 

추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낯선 환경으로 인한 두려움 내지 긴장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내부의 수많은 인력들이 돌아가면서 나를 위로해주며,

마취가 들어갈 것이고, 몸이 떨리는 것은 진정 작용을 하는 약을 투여해주겠다 등

안심시켜주려는 모습을 보니 살짝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상황에선 오직 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통주사보다 더한 하반신 마취가 이어졌다.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감각이 사라졌다. 온열감은 느껴지지만 작열통 같은 아픔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내 몸은 떨리고 있었고, 이는 분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드디어 돌입한 분만 2기, 이제 내 골반 속에 갇힌 태아를 꺼내는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주치의를 본 시간이라곤 단 10여분 뿐.

생각보다 제왕절개 자체는 금방 끝났다. 

복막을 절개하고, 자궁을 절개하는데 실제로는 여러 겹 집도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커튼이 쳐져 있어서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로 동태를 알 수 있었다.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생애 첫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고막을 때리자 입술까지 부르르 떨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태어난 일자, 그리고 시간대.


드디어 분만 3~4시, 태반 만출기 및 회복기의 시작이다.

아마도 나는 정말 많은 피를 흘렸을 것이다. 빈혈이 안 온 게 용하다. 

의료진이 환부 봉합 등 후처치를 하는 동안, 

신생아를 케어하는 간호인력이 코, 입 등의 양수를 제거하고 아기를 내게 잠깐 데려왔다. 


자연분만 시에는 캥거루 케어처럼 산모 어깨 위에 착 얹어준다고 하던데,

제왕절개를 했더니 말캉한 볼을 살짝 보비작 하는 걸로 대신하나보다.

생애 처음 느낀 우리 아기의 볼은 따끈했다.

뱃속에서 편히 호흡하다가 폐호흡을 하려니 익숙하지 않았겠지.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를 들으며 괜찮다고 괜찮을거라고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찰나의 순간만을 만끽한 채, 수면마취가 이뤄졌고 정신을 잃고 일어나니 어느새 회복실에 있었다.


배 위에 포크레인이 지나갔나?


대학병원 1인실은 대부분 자리가 없다던데,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나보다. 

다인실은 보호자 상주가 불가능하나 1인실은 가능했고,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덕분에 남편은 연차 소진 없이 내 곁에 5일간 있어줄 수 있었다. 

방침상 보호자 교대는 불가하단다.


내 자궁(포궁)위엔 돌덩이 같은 2kg 상당의 모래주머니가 올려져 있었고,

약 12시간동안 똑바로 누운 이 포지션을 유지해야만 했다. 허리가 배겼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그저 불편한 정도였을 따름이고, 

제왕절개 고통의 진가는 마취가 풀려가면서 시작된다. 


무통주사, 페인버스터, 유착방지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저릿한 자상의 고통이 밀려왔다.

아프면 누르라고 한 버튼은 플라시보 효과였는지!

무통이라고 달려있는 걸 암만 눌러봐야 약 15분에 1번씩 흘러나온단다.

그나마도 계속 맞을 순 없고 이틀이 지나면 칼같이 빼버린다. 

오히려 4~6시간 마다 한 번씩 맞을 수 있는 진통제 주사 내지 

하루에 2번 먹을 수 있는 알약이 고통 경감에 더욱 효과적이다.


조리원에 있는 지금도 가장 힘든 부분을 꼽자면 눕고 일어나기다. 

복직근은 이개됐지,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면 아프지, 

늘어난 자궁이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훗배앓이가 시작되면서 몸이 휘청일 때마다 아프지,

눕고 일어나는 데 평소보다 3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틀차까지는 보호자 도움 없이는 용변 처리하기도 퍽 곤란했다. 

소변줄 빼는 느낌도 이상했고, 

소변줄 제거 후 6시간 이내에 첫 소변을 봐야 하는데 150ml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하반신 마취의 영향으로 잘 안눠지는데 물을 많이 마시고 참았다가 배출하면 된다. 


유도분만과 제왕절개를 모두 거치며 남편에게 별의 별 꼴을 다 보였다.

수치스럽다기 보다는 이제야 진정한 가족이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내 아픔, 피, 땀, 눈물까지 함께 공유했다는 점에서 동반자로서 뭉클함도 느껴지고,

오로 배출 과정에서 산모패드, 팬티도 갈아주고 며칠간 못 씻어도 더럽다고 하지 않고,

고생했다고 다독여주는 모습에서 크게 위안을 받았다. 

보호자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거구나 싶었다. 


이틀차부터는 열심히 걸어야 한다. 그래야 회복이 빠르다. 

쓰라린 복부를 안고 천천히 걷고 또 걸었더니 오로가 빠르게 배출됐다. 피부가 묘하게 고와진 느낌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원 이후에도 여즉 아프다. 이래서 후불제 고통이라고 하나보다. 

전부 다 회복되는 데 6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함께 퇴원할 수 없어 미안해


5박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퇴원만 남은 상황.

신생아실에서 긴급하게 연락을 받았다. 아기 황달 수치가 15라서 집중치료실(NICU)에 입원해야 한다고...

조리원과 집에 데려갈 생각만 하고 있던 내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황달은 신생아에게 흔한 증상이기도 하고,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이럴 줄 알았다면 이틀 전에도 수유 신청해서 한 번만이라도 아기를 더 안아주고 왔어야 하는데...


내게 임신성 당뇨가 있어서 애가 황달 수치가 유달리 높았던건 아닐까고 자책했다.

그래도 별 수 있으랴! 감정보단 치료가 더 우선인 것을.

고위험 산모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갓 태어나 연약한 아기인데, 이 더위에 타 병원까지 이동해야 했다면 더욱 억장이 무너졌을테지.


신생아실도 5층, 니큐도 5층, 두 곳 간 거리는 불과 1m

입원 후 출산하면서 자동으로 아이에게 부여된 환자번호 덕분에 빠르게 입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솔직히 안 아픈게 제일이지만...

산후조리원에 있는 지금도 매일 기도하고 있다. 얼른 낫게 해달라고.

작명가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하늘과 온 우주가 보우해달라는 뜻으로 좋은 이름도 지어 호적에 올렸다.


부디, 무사히 퇴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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