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니까 예민한 신생아가 돼 버린 아기
조리원 천국이라더니
예로부터 삼칠일이라고 해서, 산후 21일 가량 몸조리를 잘해야 한다고 전해진다.
본의 아니게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첫 일주일은 가히 내장이 쏟아질 것 같은 고통을 견디는 한 주를 입원실에서 보냈으며,
나머지 13박 14일은 예약해놓았던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천국일 것만 같은 그 곳은 모유 수유를 결정하게 되면서 녹록지 않은 곳이 되었다.
약 2시간 간격으로 찾아오는 수유콜,
오전, 오후를 넘나드는 산후 마사지 예약콜과 가슴마사지 콜,
새벽타임까지 포함하여 약 3시간 마다 거행해야 하는 유축까지!
부지런한 자들만 감당할 수 있다는 호캉스가 절로 생각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호캉스야 해피아워 등 시간대 예측이 되니 전, 후 시간 조절과 휴식을 취할 수 있건만
이건 뭐 잠들만 하면 부르고... 밥 먹고 쉬려니까 부르고... 시련 퀘스트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대반전이 있었으니... 집에 오면 더욱 힘들다는 걸 나흘만에 깨달아버렸다.
분명, 조리원 근무 직원분들이 얌전하고 순하다고 했는데... 집에 오니 돌변한 우리 아기!
당황스러우면서 황당할 따름이다.
또 쌌네?!
어째 제 아빠만 보면 뿡빵거리기 일쑤.
하루에 10~15회 정도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수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실제로 밤, 낮, 새벽 구분 없이 겪어보니 고문이 따로 없다.
다크써클이 턱밑까지 내려올 지경이다.
그나마 남편이 조리원 퇴소하는 날부터 재택근무를 일부 써서 주말까지 함께해줬길 망정이지,
혼자 오롯이 견뎌야 했으면 금세 산후우울증이 왔을 수도 있겠다.
아기라고 해서 방귀 소리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비록 몸이 작을 지언정 그 안에 내재돼 있는 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소리만 들어도 그냥 가스만 방출한 것인지,
아니면 원활한 배변활동까지 겸한 활동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때로는 성인의 소리보다 우렁차기까지 하다.
잘 먹고, 잘 싸는 게 중요하다지만
새벽에 많이 싸면 졸린 눈을 겨우 뜬 상태로 엉덩이까지 씻겨줘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제 소리에 움찔하고 놀라서 울고 보채기도 한다.
방귀를 뀌면서도 그렇게 힘을 꾸우욱 줄 줄이야.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용쓰기를 그리 하는데, 때로는 하찮고 웃겨서 웃음이 절로 난다.
뱃속에서는 태변이라고 해봤자 양수 먹고 싸는 것 정도였지만
세상에 나와선 액체만 먹으니 얼마나 소화가 잘 되고 잘 싸고 배가 금방 꺼지겠는가.
부디 큰 문제 없이 황금변만 보아주렴.
2~3시간 텀은 어불성설!
모유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새벽엔 피곤해서 직수가 어려운 특성상 혼합수유 중인데,
이론상 들었던 2~3시간 수유 간격은 정말로 이상적인 것임을 알았다.
모유만 먹었을 때는 1시간 간격으로 보채기도 한다.
조리원에서 수유 연습 할 때만 해도 유두 혼동이 와서 모유를 거부하곤 했던 아기.
집에 와서 혼합수유를 자주 하니 벌써 적응했는지 살이 포동포동 찐다.
그리고 이제는 낚시줄에 생선이 낚이듯 가슴 내밀고 안아주면 턱 잡아 문다.
유두 보호기 없이는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이따금씩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물리기 전에 보호기를 착용하는 편인데,
가끔씩 배가 많이 고플 적이면 고개를 사정없이 비틀면서 달라고 찡얼거리니 곤혹스럽다.
아니, 줄거라고 좀만 기다리라고...!!!!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을 알아들으려나 모르겠지만 어르고 달래면서 먹이곤 한다.
포유류 종특 빨기 반사 본능이 잘 살아있는 우리 아기!
그래 잘 먹어주면 좋은데, 충분히 안 먹고 문 채로 잠들면 내가 퍽 곤란하단다.
그러면 금방 깰거잖아...
낮에는 그렇다 쳐도 밤에는 통잠을 자줬으면 좋겠구나.
산후도우미 제도 최고
혹시 몰라 신청해두었던 정부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일명 '산후도우미 제도'
안 불렀으면 진심 큰일 날 뻔했다. 잠 못자고 우울하고 예민해지고 멘탈이 탈탈 털렸을 것이다.
첫 날 이용해보고 그제사 후회했다. 15일 쓸걸, 하고!
아니 왜 한 번 유형이 결정되면 연장하지 못하게 막아두었는가?
써보고 나서 결정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정부가 야박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를 모셨던 첫날, 출근하셔야 하는 그 시간대에...
급히 맘마를 찾는 아기로 인해 젖을 물린 채로 처음 선생님을 대면해야 했다.
전문가가 직접 집에 내방해서 아기 돌보는 법, 목욕하는 법, 각종 관리하는 법도 알려주고
아기 밥도 챙겨주고, 산모 식사 차리기와 설거지까지 다 도와주는데
실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더 연장해서 쓰고 싶을 정도로.
며칠간 재택근무를 신청한 남편과 하루를 함께 배웠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었고 실로 도움이 되었다.
지난 주말을 우리 부부끼리 겨우 보냈는데, 아직은 둘 다 육아 마스터가 아니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아기는 울고, 서로 뭘 할지 몰라서 멘탈 붕괴가 왔고 단어 생각은 안 나고...
'그거 좀 챙겨줘요' 라고 하는데, 지시 대명사로 얘기하면 척 알아 듣는 정도가 아니기에
이거, 저거, 그거 라고 얘기하면 되묻기가 일쑤였다. 대체 그게 뭐냐며!
드디어 내일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다시 오는 날이다.
오전 9시까지 기다리면 된다.
이제 밤이 왔고, 12시가 지났고, 폭풍의 수유 텀이 몇 시에 올지 벌써부터 염려가 된다.
통잠의 시기는 아직 멀었겠지?!
허구언날 저출생 정책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인구소멸위기다, 인구국가비상사태다 하는데,
재탕을 할거면 이런 정책 재탕이나 해줬으면 어떨까 싶다.
겪어보니 산후 도우미 제도는 정말 필요하다. 장기간 지원해줬으면 좋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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