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수유를 하는 모유 수유부의 고충
어느날, 목욕 후 어디선가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굴과 몸을 분명 타월로 꼼꼼하게 닦아 물기가 있을리 만무한데!
의아하게 생각하던 찰나, 이내 발원지를 찾을 수 있었다.
내 가슴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오줌이 찔끔 새는 것도 아니고, 젖이 새는 것이니 이를 유(乳)실금이라 칭하겠다.
아기한테 줄 양도 부족한데, 야속하게도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뚝뚝 잘도 흘러내린다.
급하게 두루마리 휴지를 뜯어 틀어막고 얼른 옷을 갈아입는다.
얼른 직수나 유축을 해야 이 아까운 젖을 아이에게 쓰겠지 싶어서.
피곤해서 자느라 새벽 유축 내지 직수를 못하고 4~5시간 이상 지나면
수유패드가 묵직해질 정도로 젖이 새고 가슴이 딱딱해진다.
다행히 아직까진 젖몸살이라고 할 정도로 열병을 앓거나 아프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크게 아플 듯 하니 조심해야겠다.
모유 양 늘리기는 어려워
아기를 낳고 나면 몸 제대로 추스를 여유도 없이 젖이 돌기 시작한다.
제왕절개를 했더니 이틀째 밤부터 가슴이 딱딱하게 붓더니 유즙이 비쳤다.
첨에는 끈적하고 바나나 우유처럼 노란 빛의 초유가 2~5일간 나오다가
나중에는 막걸리 빛깔의 모유가 나온다.
사람마다 유량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첨에는 5ml 안팎의 적은 양만 나와 당황했다.
더구나 처음 짜내면 굉장히 아프다. 유축기로 하건 아기에게 물리건.
지금은 2~3시간 마다 60~80ml 정도 나오긴 하나,
현재 내 아이의 회 당 섭취량은 100~130ml이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번에 160~180ml씩 나오는 수유부도 있다니 그저 대단하기만 하다.
완모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만 물리고 단유할 생각이기에
먹이고 분유 보충을 하거나 혹은 유축분을 비축해뒀다가 먹이고 있다.
입맛 까다롭게 굴지 않아 잘 먹어주니 다행이다.
단, 유두 혼동이 있어서 그런지 보호기를 착용하지 않고선 물리기 어렵다.
모유 수유 VS 유축
분명, 모유 수유에는 장점이 있다.
아기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 공급, 높은 소화율, 질병 예방, 정서적 안정감 등.
산모에게는 자궁수축을 촉진해 산후 출혈을 줄이고, 유방암, 난소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더불어 수유 중에는 프로락틴 호르몬 분비로 생리를 안 하거나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 수유는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느덧 생후 1개월, 아기가 무럭무럭 살 찌면서 어느새 5키로에 육박해져 종종 지탱하기 버겁다.
수시로 들었다 놨다 둥가둥가를 해줘야 하는 특성상 손목, 어깨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고,
양쪽을 골고루 먹여야 하니 종종 위치도 바꿔줘야 한다.
어쩌다 아기가 한 쪽만 다 먹고 잠들어버릴 때도 있다.
모유 양이 부족해서 충분히 먹이려면 최소 20분 이상 할애해야 하는데,
낮에는 괜찮지만 밤늦게 혹은 새벽에는 피로와 함께 싸워야 하니 곤혹스럽다.
혹여라도 떨어뜨리면 안되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에너지 소모량이 상당하다.
'모유라이팅'도 빼먹을 수 없다.
애초에 결연하게 단유를 결정했으면 또 모르되, 애매하게 혼합수유를 하고 있으니
친정을 비롯한 주변에서 '모유'에 대한 화제를 종종 꺼낸다.
그냥 내가 알아서 하면 안되겠냐, 이 소리를 목 끝까지 올렸다가 이내 참는다.
유축만 해서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직수를 계속 하기에도 곤란한 상황이지만,
피곤하거나 수유 때가 안 맞을 경우에는 도움이 된다.
물론, 아기가 먹어주는 것만큼의 강도와 시원함은 다르지만
유축기는 무게가 고작 몇 그램에 불과하고 양쪽 각 9분씩 진행하면 되니 간편하다.
다행히 정부에서 1개월간 유축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는데,
2개월차부터는 유료로 전환되며 최장 산후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조리원 퇴소하기 전, 보건소에 미리 신청해뒀길 다행이다.
한정판 모유
다음 달을 기점으로 모유 무료 제공(?)을 슬슬 중지하려 한다.
빈객에게 죄송하나, 이건 특별 출산 프로모션(?)으로 제공하는 한정판 에디션이거든.
울지도 않고, 편안한 자세로 얌전히 발 뻗고 옆으로 누워 먹는 아기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먹고 밤잠만 좀 깊이 자주면 세상 좋으련만.
쉴 틈도 없이 몇 분 뒤 또 젖을 물리러 가야겠다.
양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렴,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먹어두렴.
어화둥둥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