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많았던 단유 이야기
올해 6월에 아기를 낳았고, 8월 중순쯤 모유를 끊었다.
아기 낳기 전까진 분명 "초유만 먹이고 단유해야지" 이 생각 뿐이었는데,
마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다르다고 했던가.
막상 낳고보니, 또 아이가 황달로 니큐(신생아 집중치료실)에 5일간 입원 생활을 겪었다 보니,
어째 미안한 마음이 생겼기도 해서 혼합수유에 도전했다.
작은 가슴 크기가 문제인 건 아닌 듯 하고,
조리원에 있던 가슴 마사지 선생님은 자꾸 물려야 양이 는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러나, 젖양 늘리는 것도 물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물관련 다큐멘터리 내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고양이나 개나 새끼를 낳으면 젖을 잘도 찾아 물던데,
구조상 편평이나 함몰도 아닌데, 아기가 잘 물지 못하고 뱉어대고 주변에 흘리기 일쑤였다.
분유 젖병은 툭툭 혀로 건드리면 방울방울 잘 나오는데,
모유는 제 힘을 양껏 줘서 빠는 방식이라 아기가 요령을 피우는 듯도 했다.
모유와 생리(정혈)의 공통점을 아는가.
그것은 바로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오는 양도, 시기도...
사람이 잠은 자야 할 것 아닌가.
특히 심히 졸리면 성격이 개차반이 되는 나같은 인간은 숙면이 필수인데,
새벽수유, 밤수유는 고역이었다.
분유를 먹이는 것보다 시간은 배로 걸려서 한 가슴 당 약 10분씩 충분히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히 피곤해서 잠들고 약 5시간 이상 가슴을 두면 밤새 불어서 수유패드가 촉촉하게 젖었다.
졸린 눈을 부여잡고 새벽부터 유축을 하지 않으면 갑갑했다.
한데, 아기한테는 모유수유가 굉장한 안정감을 주긴 하나보다.
수유쿠션에 옆으로 눕혀 놓으면 본능처럼 빨 것을 찾는다.
신생아 시기를 졸업한 이후에도, 100일이 넘은 지금도 옆으로 뉘이면 가슴 근처로 입을 가져간다.
뭔가 물지 않으면 칭얼거리고 짜증을 부리며,
재울 때 쪽쪽이를 물려서 어르고 달래는 듯 안고 토닥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숨소리가 평온해진다.
7월 말을 기점으로 8월 초부터 단유를 시작했다.
무조건 직수부터 끊어야 한다는 맘카페 조언을 보고 그대로 실행했다.
유축하는 주기도 2~3시간에서 4~5시간 이상으로 점차 늘려보았다.
첨엔 참기 어렵고 유축으로 빼고 싶을 정도로 갑갑했는데 신기하게도 점점 양이 주는 게 느껴졌다.
단유차라고 알려진 맛없는 허브차도 마셔보았다.
어느새 유축을 반나절 이상 하지 않아도 80~100ml 나오던 양이 40~50ml 사이로 절반 가량 줄었다.
자연단유하는 분들도 많긴 하지만 나에겐 좀 더 확실한 게 필요했다.
효과는 개인차가 있겠으나 비싸더라도 단유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대개 간호사 자격증 있는 분들이 교육을 이수하고, 개인 샵을 차려 운영하는 모양이다.
한국 여성들 대다수가 유선 조직이 촘촘한 구조인, '치밀유방'을 갖고 있다고 하며, 본인도 그러하다.
이런 경우, 유축만으로는 가슴 조직 후면에 고여있는 모유까지 짜내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분명, 유축하면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손기술로 관리를 받고 나니 분수처럼 계속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첨엔 살짝 불편하고 아팠는데 회차를 진행할수록 가슴도 말랑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뭣보다 무겁고 퉁퉁 차오르던 현상이 개선되어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어느새 하루, 이틀 주기로 유축을 진행하니 점점 말라가는 것이 체감됐다.
짜내도 10ml 미만으로 나왔을 때부터 유축을 중단했는데 몸에 크게 이상이 없어 현재까지 그대로 가고 있다.
이제는 매일 분유만 먹는 우리 아기.
본능적으로 여전히 가슴 근처에 얼굴이 닿으면 물고 빨려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단다. 대신에 맛난 분유 맘마 줄게! 완전 이유식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