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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Oct 03. 2024

너의 감정이 무수히 쏟아져

중간이 없는 100일 아기 변덕 대응기

언어 이전의 비언어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아가.

오로지 본능적으로 원초적인 욕구 충족을 갈구하는 너.

하루에 수도없이 시도때도 없이 보채는 게 100일을 넘으니 어째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

전에는 눕혀놔도 혼자서 모빌 보면서 잘 놀아서 숨통이라도 트였는데

이제는 변덕이 아주 죽끓듯해서 조금이라도 질리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목이 터질만큼 샤우팅을 한다.


안아주면 잠시 울음을 그쳤다가, 눈맞춤하며 말걸어주면 언제 울었냐는 듯 씨익-하고 웃는데

그 때마다 도파민이 확 도는지 불편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는다.

그러다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며 '에, 에!' 하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이내 '떼이! 떼이!'하며 소리친다


혹시 너 전생에 전쟁에서 쓰이던 나팔이었니?

인간 부부젤라니? 목청이 왜 이렇게 커?!

이정도면 다른 의미에서의 층간소음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육아 난이도가 1단계씩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하면 할 수록 내공이 늘 줄 알았는데

마치 인덱스, 리버스 금융상품처럼 내 능력의 2배 이상 벽이 올라가는 듯 하다.

90~120일 사이부터는 뒤집기 지옥이 펼쳐진다는데,

아직 시작도 안 한 현재 벌써부터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느낌과, 그걸 해맑게 지켜보는 우리 딸래미.

이건 아마도 전쟁같은 육아의 서막인걸까.

그렇다고 연습을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루에도 여러 번, 주기가 짧게 기분이 왔다갔다하는 건 대체 어떤 원리일까?

둥가둥가 신명나게 들어서 안아주니 침을 질질 흘리고 꺄르르거리며 방금까지 웃었다가도

3번 이상 하니까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입으로 포물선 모양을 그리는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어쩌면 호모사피엔스의 종족 특성일까?

마치 지킬 앤 하이드, 아수라 백작같은 아기 기분 맞춰주기 힘들다.

말이라도 통하면 그나마 무엇이 불편한지 물어라도 보련만, 

이성과 말문이 통할 나이가 아니라 그저 답답하다.

처음엔 무릎위에 종종 앉혀봤다가 슬슬 범보의자를 쓰기 시작했는데,

눕혀놨을 때 소리 빽빽질러대고, 머리 뒤로 땀이 뻘뻘 날 때면 종종 이렇게 앉는 연습을 시키는 중이다.

지금은 벨트도 착용하고, 라이너를 깔아줘야만 겨우 스스로 몸을 지지할 수 있는데,

언젠가 몸에 힘이 제대로 잡히고 근육을 쓸 수 있게되면 혼자서 지탱할 수 있겠지?


오늘도 아기의 변덕스러운 온갖 감정이 내 안으로 쏟아진다.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노여움, 지루함... 표정과 목소리, 몸짓으로만 말하는 너.

마지막 수유 후 잠들기 전까지 또 계속되겠지?


문득, 가수 지코의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오른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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