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없는 100일 아기 변덕 대응기
언어 이전의 비언어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아가.
오로지 본능적으로 원초적인 욕구 충족을 갈구하는 너.
하루에 수도없이 시도때도 없이 보채는 게 100일을 넘으니 어째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
전에는 눕혀놔도 혼자서 모빌 보면서 잘 놀아서 숨통이라도 트였는데
이제는 변덕이 아주 죽끓듯해서 조금이라도 질리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목이 터질만큼 샤우팅을 한다.
안아주면 잠시 울음을 그쳤다가, 눈맞춤하며 말걸어주면 언제 울었냐는 듯 씨익-하고 웃는데
그 때마다 도파민이 확 도는지 불편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는다.
그러다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며 '에, 에!' 하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이내 '떼이! 떼이!'하며 소리친다
혹시 너 전생에 전쟁에서 쓰이던 나팔이었니?
인간 부부젤라니? 목청이 왜 이렇게 커?!
이정도면 다른 의미에서의 층간소음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육아 난이도가 1단계씩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하면 할 수록 내공이 늘 줄 알았는데
마치 인덱스, 리버스 금융상품처럼 내 능력의 2배 이상 벽이 올라가는 듯 하다.
90~120일 사이부터는 뒤집기 지옥이 펼쳐진다는데,
아직 시작도 안 한 현재 벌써부터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느낌과, 그걸 해맑게 지켜보는 우리 딸래미.
이건 아마도 전쟁같은 육아의 서막인걸까.
그렇다고 연습을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루에도 여러 번, 주기가 짧게 기분이 왔다갔다하는 건 대체 어떤 원리일까?
둥가둥가 신명나게 들어서 안아주니 침을 질질 흘리고 꺄르르거리며 방금까지 웃었다가도
3번 이상 하니까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입으로 포물선 모양을 그리는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어쩌면 호모사피엔스의 종족 특성일까?
마치 지킬 앤 하이드, 아수라 백작같은 아기 기분 맞춰주기 힘들다.
말이라도 통하면 그나마 무엇이 불편한지 물어라도 보련만,
이성과 말문이 통할 나이가 아니라 그저 답답하다.
처음엔 무릎위에 종종 앉혀봤다가 슬슬 범보의자를 쓰기 시작했는데,
눕혀놨을 때 소리 빽빽질러대고, 머리 뒤로 땀이 뻘뻘 날 때면 종종 이렇게 앉는 연습을 시키는 중이다.
지금은 벨트도 착용하고, 라이너를 깔아줘야만 겨우 스스로 몸을 지지할 수 있는데,
언젠가 몸에 힘이 제대로 잡히고 근육을 쓸 수 있게되면 혼자서 지탱할 수 있겠지?
오늘도 아기의 변덕스러운 온갖 감정이 내 안으로 쏟아진다.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노여움, 지루함... 표정과 목소리, 몸짓으로만 말하는 너.
마지막 수유 후 잠들기 전까지 또 계속되겠지?
문득, 가수 지코의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오른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