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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Mar 01. 2024

임산부 배려석, 교통 혜택이 너무해

초산모의 이동권에 대한 고찰

본인은 재직 중인 주말부부 임산부이자 초산이며, 집순이가 아니다. 

하여, 이동은 필수적이며 생존의 수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출퇴근은 자차로 하고 있으나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없는 격오지에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모는 것이며

종종 수도권에 있는 집으로 복귀해야 한다.

도시의 운전은 너무나 무섭고,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할저씨들     


임신기간 중 제일 조심해야 할 시기는 12주 이내이며, 

이 시기에는 유산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뭐, 다른 시기라고 크게 안전한 건 아니겠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 

대부분 이 시기부터 입덧을 하는 게 전체 임신의 7~80%이며,

본인의 경우 22주가 되어서야 겨우 입덧약에 덜 의존하게 되었다.      

그런데 초반에는 임산부임이 티가 잘 안 난다는 게 함정이다.

배가 나오지도 않고 태아는 많이 커 봐야 하리보 젤리곰 수준이다.

옷을 껴입기 시작하는 늦가을 이후가 되면 더욱 구분이 안된다. 

그나마 가방에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니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10중에 6번 정도는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었고,

2번 정도는 젊은 여성분이 알아보고 자리를 양보한 경험이 있다.     

만석이거나 출퇴근 시간대가 겹쳐 누구나 정신없을 때는

임산부 배려석에 누가 앉아있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허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다른 자리가 많이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자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할저씨들이다.

심지어는 눈감고 계신 경우가 있어 야속할 따름이다. 


배려는 배려이지 의무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함부로 외치는 사람에게 그대로 그 말을 돌려주고 싶다.

반대 입장에 있을 때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봤는가?

마치 ‘내가 죄인이지’ 하는 낙인을 찍는 느낌이다.     

당사자가 본인이 아니라도,

부모님이나 소중한 사람이 똑같은 취급을 받아도 이해할 수 있는가.

실천 없이 공염불로 외는 배려가 진정 배려라고 할 수 있나?

그런 말을 하는 본인은 누군가에게 배려를 해본 적이 있는가?     


세상에 본인만 힘든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임산부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늙고 병들 수 있다. 본인이라고 아니겠는가.      


임신 12주가 넘어가면 자궁(포궁)이 커지며 서서히 배가 나온다.

지금 내 몸은 누가 봐도 인간 텔레토비 같은 느낌이며,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아 임산부네?’ 하고 알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몸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수반한다.

확실히 둔해졌다.

내 배에 1.5리터 페트병을 두르고 다니는 느낌이다.

순발력이 떨어져 물건을 자주 흘리는데 몸을 숙이기 어렵다.

장기를 압박하니 때때로 숨을 쉬기가 어렵다.

와중에 태아는 태동을 시작하여 수시로 발로 콩콩댄다.

앉을 때도 양다리를 꼭 붙이고 앉기가 어렵다.

이제는 진실로 임산부 배려석이 간절해진 시점이다.     


임산부 기차 특실 할인, 시간대가 왜 그 모양이야? 


비연고지에서 일하다 출산휴가 시기에 맞춰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여, 분만병원과 산후조리원은 연고지에 있는 곳을 선택했다.

임신 초반에는 2주에 1번, 

28주 이내에는 4주에 1번,

그 이상으로는 방문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주말에 가면 대기도 길고 휴일 수가도 비싸게 적용받는다.

해서, 평일에 태아검진 휴가를 내고 방문하는 편인데,

장거리 이동을 늘 차로 할 수 없어 기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맘편한KTX’와 같은 명칭으로 기차 할인이 존재하는데,

이는 특실 요금을 일반 요금 수준으로 깎아주는 혜택이다. 

무게도 10kg 이상 늘고, 배도 불러가는 와중에 일반석보다 자리가 넓고 다리를 쭉 뻗어도 부담없는 특실.

한데, 이용에 상당한 난항으로 작용하는 점이 있다.

예약할 수 있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평일 적용이며 오전 아니면 늦은밤 시간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일하는 임산부에겐 그림의 떡이다.     

격오지의 기차 시간은 2시간에 1대꼴인데

통상 업무시간 종료 후 탈 수 있을 19시 기차 예약을 막아놓았다.

그 전 시간대는 17시 즈음인데

시차출퇴근제로 17시 퇴근을 해도 맞추기가 어렵다.

필히 연차를 같이 쓰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거나 쓰기 어려운 제도라면 왜 할인제도를 만들어두었나 싶다.     

 


진정한 복지사회는 본인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회다. 

그러니, 사회가 사회다우려면 공동선을 지켜야 한다.

종종 못할 수는 있겠으나 배려는 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하는 게 좋겠다.

그것도 아주 실질적으로.    

시늉말고, 진짜 배려로 배려답게!


#임산부 #임산부혜택 #임산부배려석 #교통권 #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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