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외『인문학 콘서트2』

by 안서조

이어령

지지자불여호지자(智之者不如好之者)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솔로몬의 두 명의 어머니 재판은 합리와 논리의 이름으로 정작 인간 자신은 사라진 서구적 사고의 상징적인 사례이다. 동양에서 같은 사건은 중국 송나라 때 계만영이란 사람이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양쪽에서 팔을 잡고 당기라고 하여 사정없이 당기는 여자와 아이가 애처러워서 팔을 놓은 여자가 진짜 어머니라고 판결했다.


김정운(명지대 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교수, 문화심리학전공)

문화는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다. 사회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그저 시간을 줄 테니 행복하게 살라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주문이에요

실제로 외국에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이혼율도 부쩍 늘어납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은퇴한 부부가 헤어지는 황혼이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요.

놀이와 의사소통은 같은 개념이다. 의사소통이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서로 따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소통에는 기본적으로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이 전제된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삶을 위해 성공하라는 것이다. 하루의 삶에서 기분 좋은 시간이 많이 질수록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도 아주 잘될 수밖에 없고 맥락을 바꾸고 재미있게 사는 기술은 저절로 터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쉬라는 것은 자신과 얘기하라는 것이다.


재미없는 삶은 삶이 아닙니다. 월파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의 마지막 대목이 ‘왜 사냐면 웃지요’, 우리의 삶의 목표는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게 사는 겁니다. ‘재미’라는 가치를 삶에서 복원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내 삶이 아닙니다. 그래서 재미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현우(계명대 시각디자인학과 전임교수, 디자인학 박사)

‘망설임에는 천 가지 변명과 만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에는 딱 한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용기입니다. 그래서 꿈은 시작과 친구 사이입니다. 가만히 보면 꿈은 망설임과 친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용기 있게 시작한다면 무언가를 저질러 보고 무언가를 경험해본다면, 우리 길지 않은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행복이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이다. 내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뭔가 저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저지름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 도전과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현(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 서울대 위대 졸업, ‘소통의 기술’ ‘관계의 재구성’ 등 저술)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삼각형의 대열을 유지하는 이유도 알고,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맨 앞에 날아가는 기러기의 고독, 중간에 쳐져서 허덕이는 기러기의 우울함,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젊은 기러기의 충동성은 망원경으로 파헤치기 어렵다. 그렇듯 하나하나의 마음 안을 돋보기로 샅샅이 뒤져봐야 도시에 살고있는 나의 속내를 비로소 알 수 있다.


김열규(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사람이 사는 동안에 가끔 죽음을 생각하지만,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죠. 따라서 ‘메멘토 모리’라는 말의 숨은 뜻은 ‘너 또한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는 것입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라는 것인데, 겁먹고 절절매라는 뜻은 아니에요. 죽음이 있으니 삶을 더욱 거룩하게 간직하라, 죽음이 있으니 삶을 더욱 엄숙하게 길러가라. 죽음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라는 겁니다.


유네스코에 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서책-직지심체요절, 훈민정음 해례본,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고려대장경, 조선왕조의궤.


“한국의 문기” 최준식 저[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씨가 아무리 좋아도 토양이 시원치 않으면, 그런 곳에서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은 워낙 토양이 훌륭했기 때문에 조금만 여건이 좋아지고 성숙해지자, 바로 반도체, 혹은 자동차 산업, 휴대전화 같은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내게 되는 것 아닐까요?

지금 한국의 문기 정신은 분명 서서히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올라오는 속도가 더뎌서 안타깝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인문 문화가 생성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우리가 그동안 팔짱만 끼고 속수무책 방관만 했던 것은 아니지요. 다만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여건 때문에, 우리의 인문 문화가 바닥을 쳤다가 다시 시작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뿐입니다.

현대 한국의 문기는 지금도 계속해서 생성 중인데, 이것이 앞으로 어떤 방향에서 또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새로운 한국 문화가 생성되는 것은 바로 이 문기가 새롭게 형성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종묵(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소리 내어 읽을 때 귀에 전달되는 느낌, 시를 읽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 그리고 시에서 비롯하여 오각을 자극하는 모든 것이 몸과 마음속으로 들어온다면, 그것이 제대로 한시를 즐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명희(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서울대 국악과 졸, 성균관대 대학원 철학박사)

음악의 기본적인 속성은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고저, 장단, 강약, 음색이 그것인데, 서양 사람들이 ‘토운칼라(tone color)’라고 하는 음색은 음을 듣는 사람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요소입니다. 음색에 따라 음악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음악을 잘 모르는 분도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을 들을 때 금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색 때문입니다.

가야금은 줄을 금속이 아니라 명주로 만들고, 앞판은 오동나무, 뒷판은 밤나무로 만들어 음색이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대금 역시 오직 대나무에서만 날 수 있는 고유한 소리가 나옵니다. 바로 그런 음색이 한국음악의 특징이죠. 한마디로 식물성 재질의 음색입니다. 반면에 서양 악기의 음색은 뭔가 냉랭하고 이지적입니다. 하나같이 금속성 재질에서 우러나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음색을 보면 분위기 차이가 확연히 난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두 음악의 템포의 측정 단위인 박(beat)의 준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서양음악과 우리 음악 사이에 큰 차이가 생겼다고 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는 호흡을 중요시하잖아요.

숨을 한 번 내쉬고 들이마시는 동안을 ‘일식간’이라고 해서 시간의 단위로 구분하기도 하죠.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늘 호흡을 중요시하고, 사람이 죽으면 ‘숨이 끊어졌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서양에서는 심장 박동을 기준으로 삼죠. 생명의 근원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사람이 죽으면 우리와는 달리, ‘심장이 멈췄다.’라고 하잖아요.


서양의 템포 개념은 맥박, 곧 심장의 고동에 기준을 두고 있고, 우리는 호흡의 주기, 즉 폐부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서양의 박자의 단위인 박을 비트, 혹은 펄스라고 하잖아요. 펄스는 인체의 맥박을 의미하죠, 한국의 전통음악은 모음 변화를 일으키면서까지 길게 늘여서 호흡의 리듬을 타잖아요. 근원적으로 호흡에 뿌리를 둔 음악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서양음악에서 모데라토의 박수는 1분간 심장 박동수에 가깝고, 우리의 음악은 1분간 호흡 주기에 가까워요.


책 소개

『인문학 콘서트2』 김봉렬외. 2010.10.30. 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