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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14. 2024

『내 몸의 설계자, 호르몬 이야기』 박승준 지음.

며칠 전에 『내 몸 사용 설명서』라는 책을 읽었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 부위에 관한 설명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요즘 각 매체에서 비타민 광고에 생소한 이름의 영양소를 소개한다. 대부분 호르몬 성분이다. ‘호르몬’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읽었다. 이 책을 읽고 호르몬의 종류가 많고,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다.     


호르몬hormone의 어원은 ‘자극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hormao’에서 유래했다. 내분비 기관 등에서 만들어져 혈액으로 분비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호르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생식, 수면, 기분, 면역 기능, 임신과 수유, 모성과 부성, 남자와 여자의 성적 특징 발현 등을 조절한다. 호르몬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설계하고 통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우리 몸뿐만이 아니라, 기분이나 감정 역시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사랑에 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한 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학교 인류학과 헬렌 피셔는 사랑을 갈망, 홀림, 애착이 세 단계로 나누었다. 각 단계에서 특정 호르몬의 변화가 관찰된다.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로 이끄는 ‘갈망’ 단계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량 증가와 관련 있다. ‘홀림’ 단계에서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착’ 단계에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작용을 통해 오랫동안 연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성욕을 증가시킨다. 여성들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가장 높은 배란기에 더 많은 성적 동기가 부여된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우리를 활기차게 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불면증, 식욕 저하를 초래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잠들기 어렵고 입맛도 떨어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사회적 행동, 기분, 기억, 식욕, 소화, 성욕의 조절을 돕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불안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쉽다.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 세로토닌 수치가 극히 낮다. 옥시토신은 유대감 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을 유도하여 출산을 돕고 모유 수유 중에도 분비되어 아기가 엄마 젖을 잘 먹도록 한다.      


바소프레신은 옥시토신과 마찬가지로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된다. 바소프레신은 사람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는 역할을 하고 한 사람과의 장기적 관계 유지에 이바지하는 것을 보인다. 바소프레신은 남성들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자신의 파트너에게 헌신하도록 돕는다. 바소프레신 수치가 낮은 남자는 이혼율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옥시토신을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기분 좋게 만드는 도파민, 우울한 감정을 줄여 주는 세로토닌, 행복하고 통증을 줄여 주는 엔도르핀, 상대에 대한 신뢰, 배려심, 유대감을 갖게 하는 옥시토신.      


생활 속에서 행복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방법.     


첫 번째, 운동. 운동은 재생과 성정에 필수적인 성장호르몬, 몸의 재활성화와 근육 성장을 돕는 테스토스테론, 혈당 조절과 대사를 돕는 인슐린과 갑상샘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아울러 뇌에서 행복과 관련된 호르몬인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이 분비되도록 돕는다.     


두 번째, 여행하기, 마사지 받기,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 등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활동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 햇빛을 쐬는 것. 피부에서 비타민 D 형성을 돕는 효과가 있다. 

네 번째, 카카오 함량이 70~~85%인 다크초콜릿을 일주일에 1~2회 50~100g 섭취하는 것은 심장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크초콜릿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 분비를 줄이고 엔도르핀 수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다섯 번째, 필수 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트립토판은 달걀, 치즈, 생선, 콩, 시금치 등 음식에 많이 들었다. 이는 행복감을 주는 물질인 세로토닌의 원료로 사용된다.     


여섯 번째, 개나 고양이 등 우리에게 애정을 보이는 반려동물과 노는 것. 세로토닌이나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일곱 번째, 사랑하는 사람과 포옹과 입맞춤은 엔도르핀, 도파민, 옥시토신 생성을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명상은 긴장을 풀고 정신을 집중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우리는 ‘일주기 리듬’에 맞춰서 산다. 

24시간을 주기로 나타나는 생화학적, 생리학적 또는 행동학적 흐름을 말한다. 멜라토닌은 수면 유도 작용을 지닌 밤의 호르몬이다. 한낮의 햇빛 아래 멜라토닌 분비는 억제되고 어두워지면 분비가 증가하여 수면을 유도한다.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잠에서 깨어난 후인 오전 6~8시 무렵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여 다가올 스트레스에 대비하도록 한다. 멜라토닌이 가장 높은 시기인 한밤중은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낮은 시기이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또한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의 증가를 부른다. 포만감을 느끼는데 관여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하여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기 쉽다. 인슐린 과잉과 렙틴 저항성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슐린 수치가 높으면 렙틴 저항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복내측 시상하부에 만성적으로 인슐린이 증가한 상황에서는 포만 중추에 보내는 렙틴의 신호가 억제된다.     


우리는 음식을 섭취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근육이나 뻐 등 조직을 만든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포도당 같은 단당류로, 식이 지방은 지방산으로 식이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소화되어 흡수된다. 혈액 내 포도당, 지방산 또는 아미노산의 수치가 증가하면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 있는 베타 세포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간, 근육, 지방세포가 혈액에 있는 포도당을 섭취하도록 신호를 보내 혈당 수치를 조절한다. 우리 몸에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인슐린은 포도당을 간에서 글리코겐(전분)으로 만들어 저장한다. 간은 전체 질량의 약 5% 정도를 글리코겐으로 저장할 수 있는데, 이를 넘어서면 포도당은 중성지방으로 저장된다. 인슐린은 혈액 내의 아미노산을 근육세포로 보내고 남는 지방산을 지방세포에 중성지방으로 저장하여 나중에 에너지가 부족할 때를 대비한다. 인슐린이 없으면 우리는 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저장할 수도 없다.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 상태가 오래가면 혈관이 손상되고 좁아져 혈류가 줄어든다. 전신의 혈관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여러 가지 당뇨병 합병증이 생긴다. 뇌혈관에 영향을 미치면 뇌졸증, 눈에 영향을 미치면 실명을 유발하는 당뇨병성 망막병증, 심장 질환, 만성 신장 질환을 유발하는 당뇨병성 신병증, 발과 하지의 감각 저하를 유도하여 절단에 이를 수 있는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권하는 운동은 수영,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이다. 걸으면서 노래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약간 숨차고 땀난 정도로 걷는 중등도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일주일에 2~3회 정도 근력 운동도 해야 한다.     


쉽게 피로해지고 유난히 감기에 잘 걸린다면, 피부가 마르는 것 같고 변비가 심하고 체중이 늘어난다면 갑상샘 기능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목소리는 쉬고 전신의 쇠약감이 나타난다. 관절과 근육이 쑤시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기분이 우울해지며 기억력까지 감퇴하기도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가고 여성은 월경의 양이 많아지며 주기는 불규칙해진다. 갑상샘 기능이 떨어지면 뇌하수체의 갑상샘자극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현대인이 비만 인자로 ‘오비소겐’은 비만을 뜻하는 ‘obese’와 물질을 가리키는 ‘-gen’의 합성어다. 체중 증가와 비만을 촉진하는 모든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가리킨다. 오비소겐은 지방 축적을 늘리고 지방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변화를 일으킨다. 오비소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아무리 먹고 싶은 것을 참고 땀 흘리며 힘들게 운동해도 살이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오비소겐은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 뜨거운 음료가 담긴 종이컵, 빵이나 과자 같은 가공식품, 편의점 도시락,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 생수가 담긴 프라스틱병, 눌어붙지 않도록 불소수지를 코팅한 프라이팬, 청소용 화학물질, 주방용품, 쇼핑하고서 받은 영수증, 미세먼지 등 우리의 생활 환경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오비소겐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는 오비소겐은 신체 기능을 떨어뜨리고 유전자를 변형시켜 우리를 비만에 취약한 체질로 만들 수 있다.     


비스페놀 A(BPA) BPA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간 장애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통조림 캔의 내면을 코팅하는 합성수지 성분에 포함되는 오비소겐이다. 식품 용기, 물병, 젖병, 통조림 캔, 수도관, CD, 치과용 실란트, 영수증 등에 함유될 가능성이 크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가소제로 사용된다. 프탈레이트는 제조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알약이나 영양보충제의 코팅, 샴푸, 화장품, 향수, 개인 위생용품, 플라스틱 생활용품, 아동용 플라스틱 장난감 등에 널리 쓰인다. 프탈레이트는 갑상샘호르몬이 작용을 억제하고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나타내어 비만,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충제 DDT. 여성의 월경과 생식 능력,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유아 성자오가 갑상샘 기능을 저해하고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이런 이유로 1972년 미국, 1979년 우리나라, 1997년 멕시코 등에서 DDT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우리나라에서 DDT 사용을 금지한 지 38년이 지난 2017년에 경북의 한 친환경 달걀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DDT가 검출되었다. DDT는 반감기가 매우 길기 때문이다.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글리포세이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제초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 라운드업의 성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2015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간은 글리포세이트를 인체 발암성이 유력하게 의심되는 물질로 지정하였다.     


제초제 아트라진. 아트라진은 수컷 개구리를 암컷으로 만들고 올챙이 기형을 우발하였다. 사람에게서는 발달 장애와 소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트라진이 도입되지 않았다.     

오비소겐을 피하려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컵은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 영수증은 되도록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만진 뒤에는 즉시 손을 깨끗이 씻는다.      


호르몬은 우리의 환상을 자극하는 신비스러운 존재이다. 우리 몸에서 매우 강력한 작용을 하지만, 그 양은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은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코르티솔과 인슐린이 먼저 불균형이 되기 쉬운데 두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 렙틴, 그렐린, 갑상샘 호르몬, 도파민, 세로토닌,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및 멜라토닌 등 다른 호르몬의 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인 모를 수면 장애와 극심한 피로, 체중 변화, 기분 변화나 우울증, 만성 여드름, 잦은 소변과 갈증, 월경 불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호르몬 불균형을 의심해야 한다. 호르몬 수치는 아주 조금만 변하더라도 우리 몸의 큰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상황은 점점 악화하여 만성적인 문제가 된다.      

영양이 풍부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신체 건강을 증진하는 지름길이다.     


책 속개

『내 몸의 설계자, 호르몬 이야기』 박승준 지음. 2022.06.10. 청아출판사. 271쪽. 16,000원. 


박승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경희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 취득.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저서. 『비만의 사회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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