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안 브리젠딘 저, '남자의 뇌'를 읽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정신과 의사, 신경정신분석학자

by 안서조

소크라테스가 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가수 나훈아 씨가 ‘테스형’으로 노래로 부르면서 대한민국에 유행한 적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에 ‘나’는 무엇일까? 내 몸일까? 나의 마음일까? 마음은 신체의 어느 부위를 지칭하는가? 마음은 생각이고 생각은 뇌에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뇌’가 ‘나’를 아는 초입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남자의 뇌’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자의 뇌’를 써서 이미 유명인사가 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사회와 가족의 구성원으로, 서로의 반려자로, 자녀의 공동 양육자로 평생을 함께할 운명을 타고난다. 하지만 서로의 생물학적 특징,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인 차이 등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해의 부족이 오해를 낳고 갈등을 유발하고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나를 알고 너를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임신하는 순간부터 차이가 생긴다. 남자의 뇌와 몸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는 분명한 ‘남자’의 세포다. 남자 세포에는 Y염색체가 있고, 여자 세포에는 Y염색체가 없다. 일생동안 남자 뇌는 유전자와 남성호르몬에 의해 초안이 그려진 청사진에 따라 형성되고 변형된다. 여자 뇌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호르몬이 뇌 회로에 작용하여 여자의 전형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남자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그리고 뮬러관억제물질 이라는 호르몬이다.


보통 남자들은 공간 정보를 처리하고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자와는 다른 뇌 회로를 사용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상대의 성을 움직이는 생물학적, 사회적 본능에 대해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본질적인 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은 어린 남자아이, 거친 10대, 짝짓기에 나선 남자, 아버지, 할아버지를 뇌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고 한다.


태아기-남자의 뇌는 임신 8주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성적 추구, 모험적 행동, 거친 싸움을 할 때 근육을 움직이기 위한 회로가 성장하고 남성화된다.


10대 소년 –민감성이 높아지고 성적 추구 회로가 성장하며, 영역 보존을 위한 공격성이 증가한다. 여성의 몸매에 집중하고, 남자의 얼굴은 적대적으로 받아들인다. 페로몬에 대한 감각, 청각적 인식, 수면 사이클 회로도 변한다. 주된 관심사는 영역, 사회적 상호작용, 여자아이, 남자의 위계질서 등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부모를 피하고 권위에 도전한다.

사랑에 빠진 남자 : 특정한 여성과 가까워지게 되고, 그 사람을 ‘나만의 사람’으로 인식한다.


성인기 : 성적 파트너를 찾는 데 관심이 있고 직업과 돈, 경력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시기다.


자녀양육기 :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 회로가 발달한다. 아빠와 아기의 공시성이 발전한다. 주로 아내와 아기를 보호하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데 관심이 집중된다.


중년기 : 자녀 양육과 직장에서의 권력과 지위 등이 주요 관심사다. 섹스에 대한 욕구는 줄어든다.


노년기 : 주된 관심사는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 결혼, 성생활, 손자 손녀, 유산 등이며 남자가 여자와 가장 비슷해지는 시기다. 애정과 감정에 더욱 민감해지고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공격성이 약해진다.


생후 6개월쯤 되면 여자아기는 사람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고 누구 하고나 눈을 맞춘다. 남자아기는 사람의 눈 보다 움직이는 물체에 더 반응한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들이 수다를 떨고 문자를 주고받고, 모든 일을 시시콜콜하게 알고 지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10대 소년은 부모로부터 자기 권한을 얻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 뇌 속의 모든 세포가 이렇게 외친다. “나 좀 내버려 두세요. 내 인생을 살게 해 줘요.” 그러나 20대 초반까지는 억제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통제가 필요하다.


오늘날 지구 상의 모든 남자는 수백만 년 동안 생식력이 있는 여성에게 집중해온, 생물학적으로 선택받은 남자들의 자손이다. 남자의 뇌는 이러한 여성의 몸매를 보고 상대 여자가 젊고 건강하고 아마도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진화돼왔다.


짝짓기 게임에서 키스는 취향을 시험하는 일이다. 침에는 인체의 모든 분비선과 기관에서 나온 분자가 포함되어 있다. 서로의 혀가 닿는 순간 건강과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어 은밀하게 각자의 뇌로 보내진다. 서로 너무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키스에서 시큼한 맛이 났다면 섹스는 물 건너간다. 하지만 키스가 달콤했다면 남자의 침에 포함되어있는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여자 뇌의 성적 흥분 중추를 활성화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인간의 뇌에 바소프레신 수용기 유전자가 있는데 길이가 긴 유전자를 가진 남자가 짧은 남자에 비해 평생 한 여자에게 헌신할 확률이 2배나 높았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더 많이 나눌수록 두 사람의 몸과 뇌는 서로에게 중독이 된다.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아이가 청소년기에 이르렀을 때 훨씬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것은 아빠들의 놀이는 좀 더 신체 중심적이며 거칠다. 예측 불가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더 자극적이라는 사실이다. 동물의 세계 전체를 통해 알 수 있듯 수컷 양육자는 암컷 양육자보다 대개 엄격하고 새끼를 다루는 방식이 더 공격적이다. 좋은 아빠는 자녀를 공격적으로 다루기를 즐기는 동시에 공격적으로 보호하기도 한다. 친밀한 신체 접촉으로 아이들은 부모와 유대를 강화한다. 아빠가 자녀를 더 많이 안아주고 보살필수록 남자 뇌의 연결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 자체가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남자는 인지적으로 감정을 처리하고 빠른 해결책을 찾는다. 여자는 다른 사람의 감정과 동일시하는 거울신경세포시스템을 사용한다. 남자의 뇌는 급행열차와 비슷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해결 방법을 최단 시간에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자는 자기의 감정을 상대가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남자는 표정을 감추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공감이 전혀 없는 제3자 처럼 이야기한다고 여자는 받아들인다. 남자 뇌가 공감보다는 해결 방법을 찾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것이 여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남자와 여자가 하루에 느끼는 분노의 횟수는 동일하지만, 신체적으로 공격성을 표현하는 횟수는 남자가 여자보다 20배나 높다고 한다. 뇌에는 두 가지 독립적인 기억 시스템이 있다. 하나는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이 더해진 기억이다. 감정적인 상황에서 이 두 가지의 시스템은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본질적으로 남자는 사실과 사물을 기억하지만, 여자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신이 느낀 감정의 모든 세부사항까지 기억한다.


남자들은 외로움을 약함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외로움은 매우 중요한 생존 방법이다. 대자연은 일부러 외로움이 남자의 뇌에 고통을 유발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인간이 외로움을 피할 수 있도록 원시 사회에서는 부족과 고립된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였다. 인간 혼자 살아가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남자가 고립되어 혼자 살아가면 일상생활이 반복적인 습관이 되어 뇌 회로에 깊이 각인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일상을 방해하면 남자는 짜증을 낸다. 그래서 심술궂은 노인이 된다.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한 여자들은 배우자의 모든 약점과 결점을 알고 있다. 여자 뇌는 실망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돌려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남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모두 돌리게 된다. 끊임없는 비판은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배우자를 둔 남자의 뇌는 방어적이 된다.


진화 인류학자들은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에 할아버지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수렵채집 문화에서 할아버지들은 스스로 소비하는 것보다 많은 식량을 생산, 획득함으로써 식량이 노인에게서 젊은이에게로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할아버지의 지성과 지식이, 식량에 대한 현대적 등가물인 금융 자산이 아이들과 손자들, 지역 사회에 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책 소개

남자의 뇌. 루안 브리젠딘 저, 황혜숙 옮김. 2019.11.22. 웅진지식하우스. 231쪽. 15,000원.


루안 브리젠딘(Louann Brizendine)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캘리포니아대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하고 예일대 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신경정신과 의사, 신경정신분석학자로서 뇌가 가치지향, 의사소통 방식, 대인관계, 사랑 등의 다양한 주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임상연구소인 여성 심리와 호르몬을 위한 클리닉을 창립해 호르몬과 신경계의 화학작용이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황혜숙 :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과와 같은 대학원 불문학과 졸업, 영어 및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