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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체험』

『임사(臨死) 현상의 탐구』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임사(臨死) 현상의 탐구』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만도 안 된다. 죽음에 임박해서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고 타인의 죽음으로 생명의 존엄함을 배울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죽음을 통해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철학이나 윤리학이 삶을 반성하고 재검토하는 학문이라면 죽음의 연구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이다.


이 책은 임사체험과 체외 이탈, 출현물, 초상(超相) 현상 연구와 동양 불교의 명상 체험, 임사체험, 티베트 『사자의 서(死者의 書)』에 관한 고찰을 내용으로 한다. 임사체험은 ‘죽기 직전에 보는 광경이나, 죽음에 이르렀다가 깨어난 사람의 체험’을 말한다.


‘일본 민속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야나기 구니오(鄕田國男)가 수집한 임사체험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임사자들이 체험한 것은 ‘터널 체험’ ‘꽃밭 체험’ ‘삼도천’ ‘인생에 대한 반성’ ‘죽은 사람과 만남’ ‘보살과 만남’ ‘기분의 고양, 또는 병이 치료됨’ ‘지옥 체험’ 등으로 분류된다. 전형적인 임사체험의 요소 몇 가지는 어두운 터널, 부드러운 빛, 꽃밭, 강을 건너는 체험을 말한다.


임사체험은 환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 같은 주장을 하려면 ‘임사체험시 환자는 사망 상태가 아니었다.’ ‘임사체험자는 객관적인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만드는 단순한 환상을 보는 것이다.’ ‘임사체험 중 얻은 정보는 어떤 초능력에 의한 것으로 그 외 체험의 일부는 모두 환각이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반대로 ‘인간은 일시적으로 죽음 후에 경험이 계속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살아나는 사람도 있다.’ ‘임사체험자는 자신의 뇌의 투영물이 아닌 공통성을 갖는 무엇인가를 본 것이다.’ ‘임사체험 중에 얻은 정보는 이미 사망한 사람이나 종교적인 인물 등에 의해 죽음이 순간에 전해진 것이다.’라는 가설도 있다.


출현물이란 제3자인 목격자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육체나 물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육체나 물체로 보이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본다면 모든 출현물은 환상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출현물과 환상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 원인, 연속성, 객관성이라는 기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환상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정신분열증이나 고열, 알코올, 각성제, 마약 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


출현물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자신이 체외이탈하고 있을 때나 꿈을 꾸고 있을 때 그 장소에서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 같은 장소에서 종종 같은 모습, 행위나 동작을 반복하고 있음을 목격당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장소에 속하는 출현물’이라고 한다. 장소에 속하는 출현물에는 객관성이 있다. 두 사람 이상의 사람에게 동시에 목격되거나 그 장소에 오는 여러 사람에게 종종 목격된다.


초심리학연구에서는 물체에 접촉한 것만으로도 그 물체의 역사, 운명, 소유주, 기타 관련 사항을 감지하는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이 발견되고 있다. 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남이 오랫동안 몸에 지녀 애착을 가졌던 시계나 반지를 만지면 그 소유주의 가장 인상 깊었던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살펴 알 수 있다. 그 같은 능력은 영국, 미국의 경찰에서 범인이나 용의자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증거능력은 없지만 수사의 단서를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 사이코메트리 현상을 보면 ‘장소에 속하는 출현물’도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 우주관은 생사와 인과에 지배된 윤회는 욕계(慾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라는 3가지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색계와 무색계는 천국과 같은 영역이다. 여러 부처가 머무르면 명상과 재상에 의해서만 이를 수 있다. 두 세계는 불질을 초월한 순수한 세계로 일반적으로는 경험할 수 없다. 욕계는 보다 저차원적으로 아주 식별하기 쉬운 거칠고 끔찍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하늘(天)이라는 6개의 단계(六道)가 있다.


불교에서 죽음과 내세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티베트 『사자의 서』를 읽어야 한다. 티베트는 아시아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고, 면적은 120㎢이다. 인구는 2백만에 불과하다. 히말라야 산맥과 곤륜 사막에 둘러싸여 있어 이웃 국가들과 고립되어 있다. 양 산맥에서 녹은 눈이 브라하마프로타강, 인더스강, 양자강, 관창강이 되어 이웃 나라로 흘러가지만, 티베트에는 강이 없다. 따라서 티베트인들은 옛날부터 농경은 하지 않고 야크나 양의 방목에 의존해 생활을 꾸려왔다.


티베트의 초원은 해발 4,000미터에서 5,500미터의 높이 있어 산소가 희박하다. 또한 해발이 높아서 낮의 햇빛은 강하고 일몰 후 기온은 매우 낮아 한여름에도 0도 이하로 내려간다. 겨울에는 낮에도 기온이 0도 이하이며 눈이나 우박, 모래 등 거친 태풍이 몰아친다. 가혹한 자연환경에서 인간을 덮치는 악령이 등장하는 신앙이 생겨났다. 티베트인들에게 자연은 매우 두려운 것이었다. 이상을 요약하면 티베트는 가혹한 자연환경, 희박한 산소, 영양 부족, 만연하는 전염병 등이 환경적 특징이다.

티베트에는 금강승불교(티베트불교)가 발전했다. 티베트 주술의 영향을 받아 만트라(神呪), 무드라(手印), 삼매(三昧, 명상)를 통해 초월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이상이 된다. 금강이란 말은 불사불멸의 절대적인 존재를 뜻한다. 금강승은 산스크리트어에서는 탄트라야라고도 한다. 여기서 탄트는 실이나 끈이라는 뜻으로 가르침을 전수해 가는 사제의 연결을 뜻한다. 티베트불교는 본래 경전 없이 구두로 전하는 밀교(密敎)였다.


인간이 숨을 거둔 후 며칠간 그 사자의 혼은 시신의 주위를 헤맨다고 한다. 혼은 소리를 내지 않으나 모든 지상의 모습을 지각한다. 혼을 북돋워 주기 위해 시신 옆에서 『사자의 서』를 소리 내어 읽어 주면 헤매던 혼은 비록 무서운 비전을 보아도 방황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티베트불교의 근본 이론이다.


『사자의 서』는 천국과 지옥과 같은 내세관을 설명하지 않는다. 사망 시부터 49일에 걸친 깨달음을 열어 가는 방법과 재생의 가능성, 시련과 위험에 관한 기록 등이다. 이 기록은 고승이나 임사체험자의 발언에 기초하여 확립된 현재에도 여전히 티베트인에게 신앙되는 혼을 이끌기 위해 쓰이고 있다. 따라서 죽음이 시점과 사후 일정기간이 혼에게는 보다 중요한 시간이라고 하겠다.


병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는 기술을 의학이라고 한다. 이는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때에만 제한되는 논리이다. 불치의 환자에게 이와 같은 의학은 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카운슬링은 정신을 안정시켜 환자가 죽음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되도록 돕는다. 많은 말기 환자가 사망하기 얼마 전에 죽음을 예감 한다.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실감하는 순간 환자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으로 그것을 회피하게 된다. 주위 사람들은 환자가 죽음에 임박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로 인해 환자는 더 고독감을 느끼며 불안해지는 것이다.


인간이 가장 알고 싶어하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지만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는 것이 사후 세계이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을까 했지만, 여전히 죽음 이후는 미지수이다.


책 소개

『죽음의 체험』 갈 베커 지음. 이원호 옮김. 2007.02.23. 생각하는백성. 269쪽.

칼 베커 Carl Becker. 1951년 시카고 출생. 하와이 대학 동서센터에서 종교철학 박사학위 취득. 1980년 미국에서 국제 Near Death(임사)연구회 설립, 1983년 체외이탈연구로 미국 아슈비상 수상. 저서. 『기독교-역사와 사상』 등.

이원호. 1936년 일본 교토 출생. 부산대학교 문과대학 졸업,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저서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교육의 역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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