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전조등」, 위수정 「오후만 있던 일요일」, 이서수 「발 없는 새
이 책은 김기태 「전조등」, 위수정 「오후만 있던 일요일」, 이서수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세 편의 단편소설과 인터뷰 내용이다.
「전조등」
현실에 순응하는 주인공은 군청 공무원 아버지와 농협 창구원 어머니의 2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이다. 사고 치지 않고, 착실하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 나와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하고 직장에서도 우수한 직원으로 살아간다. 노후 설계, 부모님 모시기 이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청년이다. 서른네 살 생일을 앞두고 여자를 사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
이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역사’가 떠올랐다. 세상에 역사로 기록되는 것은 특별한 인물과 평범하지 않은 일에 대한 기록만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같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이 99%이고 특별한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지구가 생기고 인류가 생긴 이후 사람이 살아온 것은 주변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이런 나의 상식을 깼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60대가 되고 할머니가 된 원희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어느 날 대학 동기이자 음대 교수인 친구 수임과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의 연주회에 간다. 연주회에서 고주완의 연주에 매료된 원희는 팬카페에 가입하고 고주완의 연주 음악을 유튜브에서 듣는 것이 일상이 된다.
원희의 딸 유나는 결혼해서 딸을 둘 낳았는데 셋째를 임신했다. 만삭이 되어 출산하기 위해 병원에 가면서 원희에게 아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손주들을 보기 위해 유나가 사는 아파트에 가는 차에서 클래식 채널 주파수를 맞추고 라디오를 듣는데 고주완이 연주했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흘러나온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룸미러에 얼굴을 비춰봤다.
거기에는 자신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늙은 눈이 있었다. 그 눈빛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여자아이 둘이 미끄럼틀에 올라가 차례로 내려왔다. 여자 아이들은 유나의 딸들이었다.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아이들.
아이들은 무구한 표정으로 모래 위에 앉자 웃거나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불안도 의혹도, 비밀도 없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르는 무심한 얼굴들.
나이 들어감, 가족관계 일상에서 부딪치는 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당근에서 중고 물건을 거래하다가 알게 된 사람들이 단톡방을 개설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방장 수미 언니는 회원들에게 여러 가지 물건을 나눔한다. 수미 언니의 물건을 하나라도 나눔하지 않은 회원은 없다. 주인공 가진은 회원 중에서 사영과 친하다.
사영은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다. 주인공 가진은 프리랜서 작가 겸 생계를 위해 배달을 한다. 어느 날 웹 서핑을 하다가 군산에 3천만 원하는 아파트가 매물로 나온 것을 본다. 그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사영에게 말한다. 가진과 사영은 아파트를 보기 위해 군산에 간다. 군산에서 하룻밤 머무는 데 단톡방에서 수미언니가 결혼식을 한다고 하며 초대한다. 회원들은 코로나 핑계를 대며 단톡방에서 나간다.
사영은 단톡방을 나갔다. 나는 아무도 없는 방에 남아 우리가 남긴 메시지를 보았다. 느닷없는 초대와 능수능란한 거절, 서글픈 위로와 지키지 못할 약속. 문장은 우리를 보호하는 갑옷이고, 찌르는 창이고, 잘라내는 칼날이고, 이어주는 교각이지만, 대체로 이 채팅방의 문장은 쓰레기에 가까웠다.
현실의 젊은 세대의 문제를 보여준다. 희망 없는 삶과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술로 달랜다.
책 소개
『소설 보다: 가을 2022』 김기태, 위수정, 이서수 지음. 2022.09.16. (주)문학과지성사. 158쪽, 3,800원.
김기태.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위수정. 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의 세계』가 있다.
이서수.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 『헬프 미 시스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