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래세계 구출』

「류츠신 SF 유니버스 1권」

by 안서조

이 책은 「류츠신 SF 유니버스 1권」으로, 저자는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위안위안의 비눗방울」, 「땅불」, 「달밤」 등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을 싣고 있다. 내용을 해설한 이론물리학자 리먀오 교수는 “류츠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 뿐만 아니라, 과학이 규정한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상에만 빠져 있지도 않다.”라고 논평했다.


「위안위안의 비눗방울」 주인공 위안위안은 태어난 지 5개월쯤 됐을 때 아빠가 불어주는 비눗방울을 보고 자란다. 유치원 때 엄마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지만, 아빠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가 된다. 새로운 태양전지를 개발하여 사업을 시작하고 3, 4년 만에 자산 규모가 몇억 위안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아빠는 딸의 성공이 당혹스러웠다. 사업적인 성공만 놓고 보면 위안위안이 아빠를 가르쳐도 될 정도였다. 이제는 독특한 생각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였다. 경험과 의지 그리고 사명감은 결정적인 요소로써 힘을 잃었고 진지하고 심각한 모습은 바보처럼 보였다. 위안위안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비눗방울을 개발한다. 기네스북 기록을 갱신하고 도시 전체를 덮을 수 있는 거대한 비눗방울을 만들어 사막지대에 물을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리먀오 교수는 과학적인 논평을 통해 탄소에서 추출할 수 있는 ‘그래핀’을 활용하여 거대한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력을 제시한다. 미래의 어느 날, 위안위안이 만든 비눗방울이 가능하다면, 이 신기한 소재로 만능 휴대폰을 제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땅불」 류신은 광부인 아버지의 탄광 진폐증으로 사망하면서 남긴 유언을 잊지 못한다. “갱도에는 들어가지 마라.” 류신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가 된다. 광무국에 간부로 취임한 류신은 지하 갱도에서 석탄을 캐는 원시적인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사업 허가를 받고 지하에서 석탄을 광부가 직접 캐지 않고 기체로 바꿔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땅속 화재로 대폭발이 발생하여 실패하고 죽는다. 120년이 지난 후 류신이 만든 탄광 갱도는 박물관이 되어 학생들이 관람하는 장소가 된다.


옛날 사람들은 정말 힘들게 살았던 것 같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오늘 석탄 박물관에 견학을 갔다가 고체 석탄을 봤기 때문이다. 고체 석탄이라는 게 정말 있었다니 너무 어색했다. 박물관에 도착하자, 우리는 먼저 이상하게 생긴 옷을 입었다. 등이 달린 모자도 있었는데 전선을 통해 머리에 단 무겁고 네모난 물체와 연결돼 있었다. 건전지였다. 이렇게 큰 건전지가 겨우 머리에 다는 작은 등을 밝히는 데 썼다니 믿을 수 없었다.

「달밤」 오늘은 추석, 인터넷에서 일어난 캠페인으로 도시는 오늘 밤 가로등과 전등을 끄고 달을 감상하기로 했다. 나는 도시에서 처음으로 달을 보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114년 후 미래에 사는 자기의 전화다. “나는 당신입니다. 114년 후 미래에서 당신에게 전화를 했어요. 나는 지금 2123년에 있습니다.” 20년 후 미래에는 유전자 치료법이 개발되어 사람의 수명이 200세 정도까지 연장된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화석연료 사용을 막으라고 한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구의 온난화를 경계하는 내용이다. 미래에 인간의 수명이 200세에 근접한다니 기대해 볼 만하다.


「미시 세계의 끝」 인류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인 쿼크를 쪼개는 실험을 한다. 중국 신장 동남쪽 뤄부포호에 위치한 동방핵자센터에서 치러진다. 핵자 센터는 사막에 있는 우아한 백색 건물이지만 둘레가 15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가속기가 사막의 지하 깊은 곳에 터널처럼 설치돼 있다. 우주 대폭발이 시작될 때의 에너지이자 만물이 창조될 때 에너지값인 10의 20승에 달하는 전자볼트까지 가속할 계획이다. 인간의 무모한 실험이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우주의 돌변은 인류의 모든 지식과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 세계는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붕괴」 붕괴는 새벽 1시 24분 17초에 발생한다. 국가 천문대 중 가장 큰 관측청에서 붕괴를 관측할 예정이다. 이론물리학, 천체물리학, 우주학계에서 권위 있는 학자 몇몇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현재의 과거가 우리의 미래가 된다. 우리의 현재는 그때의 미래 속에 있다. 미래를 기억하지 못한다. 청색편이가 일어나면 미래는 공백이 돼 버릴 테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 무엇도 모를 것이다. 청색편이가 일어나고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이 소설에 관해 리먀오 교수는 과학적인 논평을 통해 스티븐 호킹 박사가 20세기 어느 시기에 밝힌 관점에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독립적인 상상인 것도 같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우주는 수축하기 시작하며, 이때가 되면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고 한다. 여기서 알아둘 점은 이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 2법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병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고,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우주가 미래 어느 순간에 정말 수축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으며 시간도 역행하지 않는다. 이것은 물리학의 철칙이다. 호킹 박사는 훗날 자신이 유치한 오류를 범했다고 인정했다.


「고래의 노래」 중성미자 탐측기가 발명되었다. 마약 거래 두목 워너는 그가 탄 유람선이 한 달째 상하이에서 발이 묶여 단 1그램의 헤로인도 미국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 잠수함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중성미자 탐측기는 매번 사전에 적발해 냈다. 워너는 자기 발목을 묶어버린 과학자를 이용하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과학자를 포섭하도록 지시한다.

아들은 과학자를 데리고 왔다.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홉킨스 박사다. 홉킨스는 고래를 이용해서 마약을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고래 뇌에 칩을 심어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마침내 미국 마이애미 해안에 도착한다. 마약을 인계하고 돈을 받는다. 성공하고 돌아가는 데 포경선에 포착되어 고래가 죽고 워너와 홉킨스도 죽는다.


이 이야기에 리먀오 교수는 과학적인 논평하지 않았다. 너무 황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미래세계 구출』 류츠신 지음. 김지은 옮김. 2019.02.28. (주)자음과모음. 247쪽. 13,000원.

류츠신 劉慈欣. 1963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산시성에서 성장했다. 화베이수리수력원 졸업. 발전소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세계적인 SF 작가, 2015년 장편소설 『삼체』로 휴고상 수상. 저서, 『고래의 노래』, 『초신성 시대』 등.

김지은.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전문통번역학과 한중과 졸업. 동시통역사. 중국어 전문 번역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