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의 장편소설
이 책은 전경린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주인공 함수완은 여성이며 잡지사 기자이다. 함수완의 직장동료이며 친구 주다연, 취재 인물의 생일 축하 회식 자리에서 만난 미술 큐레이터 이열, 방송국 제작자이며 이혼남이고 주인공 함수완의 연인이 된 황경오 등이다.
주인공 함수완은 취재 인물의 생일 축하 회식 자리에서 미술 큐레이터 이열을 만난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이열과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만남을 이어가는데 함께 간 식당에서 이열이 아는 여자 심보라를 만난다. 이열과 심보라는 과거에 춤을 같이 배웠던 사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심보라의 집에 셋이 함께 가게 되고 술에 취해 함수완은 잠이 든다. 이열과 심보라의 관계를 오해 한 함수완은 이열과 헤어진다.
강원도 취재 길에 동행한 영상 기자가 서울에 도착하자 친구들이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엉겁결에 함수완도 참석한다. 그곳에서 2년 전 취재했던 방송국 제작자 황경오를 만나 둘만 술자리를 갖고 함수완의 집에 같이 잔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 매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서로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황경오의 전처가 이 사실을 알고 함수완에게 협박 전화를 한다. 함수완은 황경오에 대해 알아보고 전처와 이혼했지만, 둘 사이에 아들과 딸이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생활비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황경오는 함수완이 자기 뒷조사를 했다고 불쾌해하고 이것이 때문에 헤어진다. 황경오는 해외 산악 취재팀으로 갔다가 조난당해 죽는다. 함수완은 다시 이열과 만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둘 사이를 알게된 함수완의 친구 주다연이 이열은 미술관 대표인 연상 여자와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함수완은 이열에게 그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둘은 헤어진다.
소설의 제목이 ‘이중 연인’이라고 한 것은 함수완과 황경오, 이열 사이의 연인관계가 얽혀진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사람이 살다 보면 우연히 인연이 되고 헤어진다. 사자성어에 ‘회자정리’라는 말이 생각난다.
책 중에서
히말라야 설산의 눈으로 만들었다는 네팔 맥주를 제법 마시고 취하자 우리는 더 바랄 게 없다는 듯 서로의 구두를 밟고 피하며 무의미한 장난을 치고 이유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의 끝, 영원 근처, 말하자면 골든 마운틴 아래에 둘만 가 있는 것 같았다. 영원이란 고요한 곳이고, 맑은 곳이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지 않는 곳이며, 아이처럼 순진무구해지는 곳이다.
“특히 두 가지는 하지마.” 엄마가 경험하지 말라고 충고한 두 가지는 사랑과 투자였다. “그건 인생에서 가장 유혹적이고 위험한 것들이야. 사랑이든 투자든, 잘못 물리면 그 아귀에서 평생 빠져나올 수 없단다. 돈은 생기는 대로 차곡차곡 모아. 원세를 살다가 전세를 살고, 전세를 살다가 형편이 되면 집을 사고, 네 삶의 순리에 맡겨, 그리고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편안한 사람을 만나 결혼해. 어차피 인생은 네 것이 아니야. 아무것도 진짜 가질 순 없어. 모든 것이 지나가고 모든 것을 지나가는 거야. 파고들려고 하지만. 그냥 표면만 쓸면서 밋밋하게 살고 가. 빗물 고인 웅덩이를 잘 피해서 디디는 닳아빠진 얌체들처럼 영악하게”
“경험이란 파고드는 것이지요. 남자, 여자이기도 하고, 산전수전이기도 하고, 세계이기도 하죠. 겹겹이 경험을 지닌 존재의 주소 말이에요. 주소가 달라요.” 완전히 전부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완전히 솔직하려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 사람 자체의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한계 안에서조차, 선해서든 악해서든, 사랑 때문이든 미움 때문이든, 사람은 저마다 마지막 카드를 숨긴다. 그것은 타인이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다. 하나의 주체가 차마 손댈 수 없는 또 다른 주체의 존재 이유가 있기에.
사람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이 새삼 심오하게 느껴졌다. 이름은 일종의 트렁크니까. 사람들은 자기 이름 속에 경험과 기억과 꿈과 소망, 능력과 한계와 비참과 고통을 수납한다. 불행과 행복을 담고, 걸어 다니고, 밥을 먹고, 어둠 속에서 누워 잠을 자고 깨고, 그리고 마침내는 운명을 걸어 닫고 이름 속에 영면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기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사물들의 이름을 바꾸고 언어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사랑은 좋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좋고 나쁜 것을 초과한다. 사랑은 특별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소설도 사람 사는 이야기다. 내 주변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하게 됐다.
책 소개
『이중 연인』 전경린 지음. 2019.10.15. 나무옆의자. 207쪽. 11,000원.
전경린.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한국일보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대한민국소설상 등 수상.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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