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체질..?
내가 하는 일 중의 대부분은 글을 쓰는 일이다. 재미있는 에세이나 소설 같은 글은 아니고.. 소위 말하는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한다. 예비계획이니, 기본계획이니, 결과보고서니 하는 것 들 따위.. 그러다 보니 딱딱하고 재미가 없고, 맞춤법 같은 것에 매우 민감하다.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풍부한 자료조사와 연구방법론 같은 것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목차를 잡는 것이다. 대학에서 논문을 작성할 때도 목차가 만들어지면 다 썼다고 할 정도가 아닌가. 주제를 잡고, 목차를 잡은 다음 해당 목차에 맞는 자료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이를 가공하고 정리하고, 최신의 자료들을 찾은 다음 이를 조합해서 새로운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위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글을 나누는데 내가 업무를 수행하며 글을 쓰다 보면 서론과 본론까지는 참 잘 써진다. 그런데 결론이 참 어렵다. 그래서 대표님은 나를 보고 선발투수 체질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끝까지 마무리를 못하고 중간에 투수교체가 된 경우가 제법 있다.
뭐 어쨌든,
브런치에 계정을 참 갖고 싶었다. 지금 굳이 계정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낯간지러워.. 아마 ’ 선발‘이 되어야 글을 쓸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 매력 있었으리라.. 개인적으로 언더독 기질이 있다 보니 네이버는 싫고, 그러다 보니 같은 플랫폼인 다음카카오의(당시는 그냥 다음) Tistory를 썼었다. 지금도 계정은 살아 있기는 한데 전문적인 분야 없이 이것저것 적다 보니 흥미를 금방 잃었더랬다.
브런치에 입문하고 난 다음에는 읽을만한 글을 써 보고 싶었다. 편협적인 내 시각 속에서 네이버 블로그는 광고가 넘처나는 낙서, Tistory는 전문가가 이야기를 해 주는 전공수업, 브런치는 가볍고 재미있는 교양수업 느낌이었다. 꼴에 전문적인 글도 없으면서 Tistory를 오래 유지하다 보니 브런치는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Tistory보다 더 어려운걸?
내가 쓰는 글은 재미가 없다. 전문적이지도 못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하지 못하다. 매일매일 글감이 넘처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니지만 찾으려면 또 못 찾을만하지도 않은데, 글을 쓰지 않는다.
브런치에서는 알림이 왔었다. 글은 꾸준히 써야 한다는 독려 알림. 처음에는 볼 때마다 발작적으로 불안했다. 또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구나 싶어서. 그런데 역시 처음이 어려웠을 뿐, 몇 번 보다 보니 알림도 그냥 그렇더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알림도 오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작성 한 브런치 글이 6월 말 즈음이다. 추석인 오늘은 9월 말 즈음. 3개월 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브런치를 끄적여 보는 이유는 다시 한번 뭔가 시작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꾸준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목차를 먼저 만들어 볼까? 내가 요즈음 관심 있는 것은 뭐지? ‘교양’스럽게 쓸 수 있는 글감은 무엇이 있을까?
조금 더 고민해 보도록 하자. 어쨌든 브런치 다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