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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

2i+1=?

by Outis

이번 이야기는 저번 것과 이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흔해 빠진 이야기.. 뭐 특별한 것도 아니잖아요?





"야, 이 XX야! 눈X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 하하.."


뭐야, 그쪽이 갑자기 도로로 뛰쳐나온 거잖아.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하."


별거 아닌 것처럼 웃어넘기려 해 봐도 핸들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는 생각이, 조금만 반응이 늦었으면 사람을 칠 뻔했다는 생각이,


[네가 사람을 죽일 뻔였어.]


사고가 난 상황이, 브레이크를 밟는 게 늦어서 내 차가 사람을 들이받는 장면이,

그 진동이, 비명이, 얼굴이, 선명한 색깔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른다.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아..."


[사각지대가 많을수록 더 좌우 똑바로 보고, 돌발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그가 부른다.


[하긴, 네가 뭘 제대로 하겠냐.]


그가 날 비난한다.


[대체 넌,]


안돼. 난 계속 운전을 해야 한다고.

그만.


[왜 사냐?]


"... 난 대체 왜 사냐."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그저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내가 너 때문에 사는 거야."


타인의 말은 너무 어려우니까.


"그지 같은 인생..!"


타인의 마음은 너무 무거우니까.



내가 아픈 건 내가 참으면 된다. 내가 용서하면 된다.

그건 쉽다.


하지만 내가 남을 아프게 하면, 남이 용서하지 않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상처 주지 않을 누군가가.



그래서 만들었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


처음에는 거울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내가 웃으면 너도 웃고, 내가 즐거우면 너도 즐거워했다.

내가 슬플 때는 너도 슬퍼하고, 내가 울면 너도 울었다.

네가, 같이 울어 주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몸이 자라고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성장통'이란 손쉬운 이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미워졌다.

그래서 나는 너를 금 너머로 밀어냈다.

나와 같이 있으면 너도 나처럼 보잘것없이 되어 버릴 걸 알았으니까.

너는 나와 달리, 완전했으면 싶었다.


마음의 금은 점점 벌어졌고, 우리 둘 사이의 간극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너는 저 멀찍이, 반대쪽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너는


[한심하기는.]


나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내 바람대로 온전한 자리에 선 네가, 내 가치를 판단한다.


더 이상 너는 '내'가 아니다.

괴로워. 괴로워.


[너 같은 건 죽어.]


너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너무 아파.

꼬리표처럼 내 의식에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아.

계속, 계속, 계속...


'... 너처럼 될 수 있다면.'


완전무결한 너처럼.





[아~ 다 집어치워!]


언제부턴가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뭘 그렇게 참고 살아?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


그 목소리는, '너'와 달리 나를 인정해 준다.


[걱정 마~ 넌 지금 그 자체로도 멋지니까.]


눌려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막 질러 버려! 자신감 있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다.

뭘 해도 괜찮을 거 같다.


하지만 진짜 그 말을 들으면,


"자네 보고서가 이게 뭔가?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OO 씨 있잖아, 안쓰러워서 좀 위로해 줬더니 글쎄 막 들이대는 거 있지? 웃겨~"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현실에서의 결과는 참담하다.


'이게 뭐야! 다 잘 될 거라며!'


그러나 그는 이미 사라진 후. 그는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대신 '네'가 나타나 다시 나를 비난한다.


[바~~보.]


이전보다 더 호되게.





이럴 바에는 '너'도 내가 있는 곳까지 끌어내렸어야 했는데.


[정말?]


'네'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진쫘아?]


'다 필요 없어. '너'도, '너'도.'


[나 없이 네가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네가 있어서 더 제자리걸음은 아니고?'


[내가 없으면 넌 찌익~ 눌릴 때까지 눌려서 나중엔 완전히 사라져 버릴걸? 하핫!]


'결국은 너 때문에 더 죽겠거든!'


"그렇게 잘났으면 너희 둘이 직접 나서서 살아보지 그래? 난 없어져 줄 테니까!"


[...]


[...]


[그건 안돼.]


[응, 안되지.]


"어째서!"


[그야, 우린 네가 필요하니까.]


[응. 우린 너 없으면 안 돼.]


"... 정말..? 내가, 필요해..?"


[응.]


[사실 너도 우릴 사랑하잖아?]


[완벽한 나(너)를.]


[자유로운 나(너)를.]


"그야..."


[그러니까 이대로 쭉 함께하자.]




우리 셋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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