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8
만화를 접하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즐겨 보지 않더라도 글과 그림이 공존하는 만화라는 형식은 내용을 전달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고 예술로서의 가치도 존재한다.
만화라 하면 일본과 미국을 떠올릴 수가 있는데, 필자의 경우는 일본의 전문적인 그림체와 내용의 만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왔다.
사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까지 만화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았다.
만화의 전문성, 단행본의 판매수나 상업성을 생각하면 일본과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전문적인 교육기관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차원에서 시작한 그림이 스토리를 지니고 연재가 되며 생명을 띄고 경제적인 가치가 높아지는 것.
간단하게 이것이 실현되면 상업성인 부분이 해결되며 작가들이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2000년대까지의 한국 만화상황은 그다지 발전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본의 대표 대중문화인 만화와 비교하는 것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만화에 대한 인식과 그 표현으로 경제적인 가치를 띄게 되기까지의 가능성이 희박한 환경에서 굳이 비교하는 것은 비참함만 느낄 뿐이다.
국내 만화 잡지는 크게
가 주축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디지털 시장이 없던 시절 잡지로 발행된 한국 만화의 역사라 볼 수 있는 많은 작품이 연재되었고 아이큐점프와 영챔프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인기 일본 작품도 같이 연재를 하며 해적판에서 탈출한 만화 잡지의 본격적인 장을 열었다.
또한 ‘애들이 보는 것’에서 점차 청소년, 성인으로 다양성을 띄기 시작했다.
ep56에서 언급한 아마게돈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BEAT는 정우성 님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며 히트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만화원작 영화작품이 늘게 되었다.
이후에 디지털시장으로 바뀌게 되지만 필자에게도 종이로 된 책으로 읽었던 만화가 기억에 남는데
1. 아기공룡 둘리:
이 작품은 한국만화의 역사이자 최초로 히트한 국민 캐릭터라 생각된다.
지금 봐도 재미있는데, 공룡이 말을 하고 타조와 친구이며 외계인을 인간이 관리하는 구조와 스토리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2. 열혈강호:
한 때 한국에서 유행이었던 무협지를 만화로 표현한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되는데, 배경이 중국임에도 한국적인 캐릭터와 무술의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글과 그림의 역할이 나누어져 더욱 전문적인 작품으로 느껴졌다.
이후 디지털 시장으로 바뀌며 더욱 다양한 주제와 표현으로 바뀌게 되며, 표현의 장도 잡지에서 검색 플랫폼으로 바뀌어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독자층과 함께 영화화에 일조를 하게 된다.
ep56에 기술했지만 필자는 미대에 진학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고 했던 시기가 있어 만화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것 같다.
잡지에서 단행본을 발간해서 판매하는 형식은 일본의 발행 형식을 가져온 것인데, 일본에서는 1968년에 창간된 ‘주간 점프’ 잡지의 판매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종이로 된 잡지와 디지털 발행이 공존하고 있다.
일본 만화의 경우 한국에서도 드래곤볼이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데, 2024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님이 사망함으로 세계적으로 추모가 이어졌다.
만화 대국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일본 만화 중에 유명한 만화는 많지만 한국에서는 슬램덩크가 빠질 수 없을 것이고 원피스와 함께 최근에는 귀멸의 칼날도 마니아층을 확보했다고 보인다.
일본 만화의 작품성이 높아지는 것 중 하나가 수십 년간 연재가 되는 작품이 적지 않다는 것인데, 필자가 아직도 크게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작품은 조금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강식장갑 가이버’ 다.
이 작품은 단순 SF 계열이 아니라 인류는 외계인이 병기로서 개발한 ‘종’이라는 엄청난 이론에 근거해 생체무기라는 설득력 있는 형식을 표현하는데 탄탄한 스토리와 펜으로 표현되는 뛰어난 그림체는 명작이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전권을 구입했으며 OVA에서 디지털 제작으로 방송용으로 다시 제작되었지만, 원작의 그림체는 OVA의 아날로그의 그림체가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연재가 끊기며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너무 안타깝다…….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온라인 만화연재의 발전으로, 디지털 형식으로 한국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일기 시작했다.
작품에 뛰어드는 작가들이 늘고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며 원작이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는데 2022년경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이태원클라쓰’를 기점으로 한국 만화의 가치가 조명받기 시작했으며 일본의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한국 작품이 판매량 상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중 놀라운 일 중 하나는 일본의 히트 작품 ‘주술회전’의 애니메이션의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것이었는데, 방송에서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 감독 박성후 님의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본 만화에 빠진 한국인이 일본에 유학 후 경험을 쌓고 본고장에서 감독으로 데뷔하는 일이 일어난 것인데, 필자의 흐름에 동질감을 느껴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
2024년에는 ‘닌자 카무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일본, 미국의 제작진과 형식을 적용시킨 혁신적인 작품을 공개하는 등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만화는 대중예술이다
수익이 발생하는 곳에 작가의 수가 늘어나고 전문성도 높아진다.
항상 일본의 작품을 부러워하고 모방하던 시기에서 한국에서도 뛰어나 작품이 늘기 시작했고 본고장인 일본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 시대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일처럼 기쁘다.
이것이 일본 만화의 강점이지만, 또한 중요한 것이 장기 연재라는 것이다.
수십 년간 연재되는 작품이 적지 않으며 작가는 엄청난 부를 얻게 되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품에 바라는 것은 ‘진격의 거인’ 처럼 무리한 실제 영화화를 하지 않는 것이고 한국 작품에 바라는 것은 장기 연재를 해주는 것.
한국에서도 지금의 만화의 발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재인식과 작가에 대한 투명한 수익 확보가 절실하며 더 이상 ‘검정 고무신’ 사건처럼 악질적인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이것이야말로 만화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작품들이 경쟁하며 성장하는 것이 기대된다.
*유튜브로도 콘텐츠 갱신중입니다.
https://youtube.com/@CAnVoic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