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네덜란드 치즈
우리 부부는 유제품을 좋아한다.
치즈, 우유, 요거트, 버터는 냉장고에 늘 빠지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커플은 뭘 먹고사는지 궁금하는데, 양식을 좋아하는 나와 한식을 좋아하는 네덜란드 남편인지라, 다행히도 우리는 밥을 함께 먹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
초딩입맛인 나에 비해 남편은 뭐든 잘 먹는 편이라 한국 음식도 된장찌개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 비교적 난이도가 높다는 청국장, 깻잎, 삼합까지 모두 클리어 했다.
현재 우리 부부는 둘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일하는 스케줄이 약간 다른 관계로 보통 아침점심은 각자 챙겨먹고, 저녁은 같이 먹는 편이다.
나는 아침은 간단히 커피 한잔에 토스트, 씨리얼 정도로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비교적 잘 챙겨먹는 편인데, 되려 남편이 아침부터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남편의 아침점심은 주로 빵 또는 크래커에 치즈, 야채, 과일 등이 주를 이루기는 한다.
치즈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온 남편의 치즈 사랑은 여러 유제품 중에서도 유별난데, 그러다보니 집에는 항상 두세종류의 치즈가 구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구매하는 수입 치즈는 가격들이 꽤 비싼 편이라 한번 구입할 때마다 손이 후덜덜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생활에 200% 만족하는 우리 부부가 한국에서 지내며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치즈이다.
네덜란드는 낙농업이 발달해서인지 질 좋은 유제품과 고기를 한국보다 훨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고, 외식을 하면 확실히 한국보다 비싸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를 들어, 치즈의 경우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수입치즈는 평균적으로 200g에 만원 전후로 하는데다, 남편이 맛있다고 한 치즈들은 대부분 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참고로 네덜란드에서는 200g이면 보통 2.5유로에서 5유로(한화 3,300원에서 6,700원) 사이이니, 상대적으로 꽤 저렴한 편이다.
고기와 치즈를 좋아하는 남편(그래서 최애 음식이 햄버거입니다!!)이지만,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고 한식도 좋아해서 뭘 해줘도 뭐든 맛있게 잘 먹는 편인데 네덜란드에서 먹던 가락(?)이 있어서인지, 유난히 유제품, 특히 치즈에 대해서는 미식가처럼 까다롭게군다.
네덜란드어로 치즈는 Kaas라고 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에담과 고다치즈(네덜란드에서는 하우다 치즈라고 해요)도 네덜란드가 고향이다. 네덜란드에는 무려 2천년 전에 사용했다는 치즈 만들던 돌그릇도 발견되었다고 하니, 네덜란드 남편 파라스의 치즈부심이 나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김치가 생김치, 신김치가 있듯이 치즈도 숙성기간에 따라 Young 치즈와 Old 치즈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무것도 모를 때는, 이게 영치즈인지 올드치즈인지 모르고 그냥 먹었는데, 이것저것 자주 먹다보니, 나름 내 취향에 맞는 치즈도 찾게 되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영치즈도 올드치즈도 잘 먹는 편인데, 올드치즈는 꼬릿꼬릿한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그리 즐겨 찾는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로 시댁 방문을 못한지 3년이 되어가서 올 여름은 상황을 봐서 네덜란드에 한번 다녀오려고 한다. 혹시 싶어서 찾아봤더니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치즈 가지고오고 싶다면 5kg까지 반입이 가능하다고 한다.아직 비행기표 예약도 하기 전이지만, 일단 치즈 쇼핑에 우리는 신이 났다. 정말 가게 된다면 빈캐리어 하나에 치즈 꽉꽉 채워올 생각이다.
부디 올 여름은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네덜란드에 있는 가족도 만나고 남편이 사랑하는 치즈도 맘껏 먹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