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탕 May 11. 202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제육볶음

없으면 없는 대로!  


 냉장고를 열어보니 유통기한이 다 되어 가는 돼지고기 앞다릿살이 있어 급하게 유튜브를 켰다.

제육볶음을 검색하니 온갖 레시피가 쏟아져 나온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여러 레시피를 봤다. 

이건 통마늘이 없어서, 저건 묵은지가 없어서, 저건 삼겹살이 아니라서. 탈락! 탈락! 탈락! 



제육볶음 하나 해 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재료 하나 정도는 없어도 괜찮지 않나?'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지금은 허기진 상태다.

지금이라면 맨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어도 맛있을 테다.



고민을 멈추고 가장 위에 뜬 제육볶음 레시피로 만들기로 했다.

없는 건 없는 대로 해보지, 뭐.





 우선 얇게 저민 불고기용 앞다릿살을 꺼낸다.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아주고, 한입 크기로 잘라 볼로 옮긴다.



설탕 두 스푼과 간장 세 스푼, 후추를 세 번 정도 톡톡 털어 넣고 힘껏 치대듯 버무려 준다.

잔뜩 괴롭힌 고기는 랩을 덮어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재워준다.



다음은 양념을 만들 차례다.

고춧가루 3스푼, 다진 마늘 2스푼, 물엿 2스푼과 청주 5스푼을 넣어 잘 섞어준다.



이렇게 만든 양념은 자기들끼리 잘 융화되도록 실온에 잠시 두고, 채소를 준비한다. 

양파 반 개, 대파 한 대와 청양고추 두 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송송 썰어주면 드디어 준비 끝. 



삼십 분을 어떻게 기다리나 걱정했는데 다른 재료를 써는 동안 훌쩍 지나갔다.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재워둔 고기부터 굽는다.

뒤적이지 말고 그대로. 강불에 구워 살짝 눌리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나온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으면 양념을 넣고 재빨리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채소를 투하.

나는 채소의 아삭한 식감보다 흐물거리는 식감을 좋아해서 중불에서 오랫동안 달달 볶아줬다.



만들다 보니 양념이 재료에 비해 너무 많다. 냉장고를 뒤져 양배추를 꺼내 북북 뜯어 넣었다.

채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양배추의 숨이 죽으면 드디어 완성이다.

불을 끄기 전 참기름 한 스푼으로 풍미를 더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 집 고춧가루가 매운 녀석이라 달달함보다는 매콤한, 국물 없는 제육볶음이 됐다. 

입이 알싸해질 즘엔 달달한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를 한 입 먹으면 말끔하게 씻겨 다시 제육볶음을 즐길 수 있다. 



이거 끝도 없이 들어가겠는데.  

이 정도면 훌륭한 맛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