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스친 장례식 차량의 행렬
이곳도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온 것이다.
오늘도 잔디와 함께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길을 나선다.
분주한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클락션 소리와 사람들의 활기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
이곳에서는 죽음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산자들의 세상인 것 같다.
그러나 도로 위를 달리는 장례식 차량을 마주칠 때면, 나는 이 모든 활기가 잠시 멈추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삶의 한가운데로 불쑥 들어오는 순간이다.
대개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죽음은 우리 삶의 한계를 자각하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죽음이 삶을 빛나게 하는 거울이라면, 장례식 차량은 그 거울을 갑작스레 우리 앞에 비추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장례식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거운 공기 속에서 나의 산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하이데거는 죽음이 단순히 생물학적 종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그는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살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산책 중에 마주한 장례식 차량은 하이데거가 말한 죽음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상징이다.
잔디와 나는 늘 그래왔듯이 함께 한적한 길을 걷고 있었다.
흰 꽃으로 장식된 장례식 차량이 천천히 지나갔다.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가짜 돈과 꽃잎을 던지고 있었다.
도로의 소음과 대조적인 무언의 흩날림이었다.
잔디는 차량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 주변을 조용히 지키고 있었고, 나는 그 순간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임을 느꼈다.
하이데거는 죽음이 삶의 유한성을 깨닫게 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장례식 차량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갑자기 등장하여 이 질문을 던지는 메신저처럼 느껴진다.
이 순간은 그저 슬프고 무거운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곳의 도로는 언제나 시끌벅적하지만, 장례식 차량이 지나갈 때면 도로 위의 분주함이 잠시 멈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량을 뒤따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고요하며, 그 순간은 마치 도시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순간은 우리가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차량의 뒤편에 앉아 있던 이들의 무거운 표정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선명히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장례식 차량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장례식 차량은 단순히 고인을 운반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의 교차로에서 우리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죽음은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경고등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용히 장례식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 가장자리에서 모든 사람이 숙연해진 그 순간, 어린아이 하나가 차량에서 던져진 꽃잎을 하나씩 집어 들더니, 그것을 공중으로 던지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묘한 미소가 번졌다.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누그러지며, 삶의 가벼움이 죽음의 무게를 잠시나마 덜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아이는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심한 행동 속에는 삶의 밝음과 자연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은 삶과 죽음이 대립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죽음은 삶을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의 가치를 한층 더 드러내 주는 거울이었으니까.
잔디와 함께한 오늘 산책은 나에게 삶과 죽음이 어떻게 서로를 완성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죽음이란 고인이 우리에게 남기는 소중한 마지막 선물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우리는 삶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빛나는 것을 기억하라고.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게 하라고.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 자신을 따스히 아끼고 보듬어야 한다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시 장례식 차량을 마주친다면, 나는 그 순간을 감사하며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삶과 죽음, 그 둘 사이를 잇는 다리 위에서, 나는 오늘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