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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Jan 29. 2023

터널, 그 아득한 어둠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

#1 빛이라곤 전혀 없는 아득한 터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하기만 했다.

#2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다행히도 조금씩 걸어갈 용기가 생겼지만

#3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자꾸만 무기력해졌다.

#4 어느 순간, '나도 이 아득하고 무서운 터널을 걸어 봤기에 돕고 싶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5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목소리만 들려도 힘이 되었고 남은 힘을 쥐어 짜내어 걸을 수 있었다.

#6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열심히 걷기를 1년, 드디어 빛 한 줄이 보였다.

#7 빛이 들어오는 출구까지 부단히도 걸었다.

#8 출구 근처에 다다르자, 꼭 출구가 아니어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9 문득, 영원히 그 목소리에 의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은 문들에 기웃 거리기도 했다.

#10 때마침 목소리가 또 들다. "나도 그 문을 모두 열어 보았지만 결국 이곳으로 오는 게 최선이었어."

#11 고민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내게 빛이 있는 방향을 알려준 목소리는 이미 신뢰 그 자체였다.

#12 신뢰를 떠나,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조건 없이 여기까지 날 끌어 준 그 목소리에 진심 어린 보답을 꼭 하고 싶었다.

#13 작은 문들을 모두 제치고 빛이 가득한 터널의 끝까지 단 한 발자국만을 남겼을 때, 내 마음은 그야말로 희망으로 가득했다.

#14 그리고 그 문은, 내가 마지막 한 발자국을 위해 발을 떼는 순간, 굳게 닫혀 버렸다.

#15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16 다시 캄캄한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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