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부업의 슬럼프와 직면하다.
열심히 해오던 배달 부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가 오는 날만의 높은 시급을 노리며 일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몇 주째 일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의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 의욕을 잃게 만든 것은 애초에 내가 걱정했던 진상 고객이나 위험한 상황들이 아니었다. 문제는 높은 시급이었다. 높은 시급이 왜 문제가 되지???
주문이 적어 시급이 낮아지거나, 주문 처리를 잘못해 시급이 줄어들면 의욕이 꺾여 곧장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좋은 날씨, 주문이 많은 피크타임, 운이 따랐을 때만 만족할 수 있는 높은 시급이 나의 기준이 됐다.
한때 하루 3~4시간 일해서 10만 원을 벌었는데, 이제는 2~3만 원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서기가 싫어진 것이다.
이 부업을 시작했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지...? 월급 이외의 추가 수입, 육아휴직을 대비한 최소한의 생활비가 아니었나?
휴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왜 나는 배달을 하지 않는 걸까...?
시청 인근을 지나며 출퇴근하는 나는 때때로 건강해 보이는 노숙자들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 그들도 조금만 일한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왜 이러고 있을까??
휴직 중이라 소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급을 이유로 일을 거부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나와 그들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이 느껴지며 우울한 기분이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하루 20,000원만 벌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더 이상 만족스럽지 않다니...
현재 내 연봉에 만족하지 못해 이직을 고민하고 부업을 찾아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복사 붙여 넣기로 한 달에 200만 원 벌기"와 같은 매력적인 부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더 나은 기회를 모색해 봤지만, 결국 실망만 커졌다.
남과의 비교를 피하려 애써왔지만, 결국 나는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내 안의 불만을 키우고 있었다.
몇 번의 행운에 의해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던 탓일까? 다른 이와의 비교처럼,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럴 때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이야..."
지금 그 말에 더욱 공감한다.
배달 부업을 시작한 것도, 어쩌면, 더 안정된 삶, 더 좋은 환경을 향한 비교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많은 돈, 조금 더 좋은 동네... 이런 것들 말이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좋게...
미래의 상상으로 행복했던 모습들이 현실의 나를 괴롭힌다. 욕심이란 결국 어딘가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다. 아무리 채워도 곧 허전해지는 것이다.
문득, 직장 생활도 배달 부업의 슬럼프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매년 증가하는 연봉보다는 물가 상승에 더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 않았던가...
더 큰 회사로의 이직 후에도 전 직장의 좋았던 점들에 마음이 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또다시, 비워진 욕심을 채우려 더 큰 회사로의 이동을 꿈꿔왔다.
나는 아니라고 해도. 연봉, 복지, 성과 등 여러 부문에서 다른 회사, 동료들, 심지어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일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어제의 칼퇴근이 오늘의 야근을 조롱하며 괴롭히듯, 나는 계속해서 비교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 비교 때문에 슬럼프에 쉽게 빠지는 것은 아닐까?
Never 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