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꾼의 반성1
눈으로 보기만 해도 바로 답이 나오면 좋겠냐?
제 질문 같아 보이는 호통소리에 눈치 없는 녀석은 "와, 그러면 진짜 좋죠."라며 털털 웃었습니다.
계산 식을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느라 몇 번이고 쉬운 문제를 틀리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그렇게 수차례 손으로 써가며 문제를 풀으라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손을 몇 번 꿈지럭거리고는 답을 뱉어냅니다.
머릿속으로 복잡한 식을 생각하며 헤맬 시간에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 차근차근 써보면 금방 답이 나올 텐데, 이렇게도 수학 문제를 게으르게 쳐다만 보며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아이들은 해마다 있었습니다. 톡치면 툭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탓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탓하고 수학문제를 탓하고, 쓸모없는 수학을 배워야 하는 한국 고등학생의 현실을 탓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는 안타깝게도 쉬운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시험 문제로 출제할 것인지 논의하지도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하염없이 어렵게만 생각합니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이거 어떻게 풀어야 해요?"라며 멍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곤 합니다. 아는 대로 풀이를 써보라고 하면 1분도 되지 않아 답을 구할 때가 많은 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매번,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제대로 해보지 않으며 '한 번에' 답이 구해지길 바라는 헛꿈에 젖어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되는 상황에 똑같은 대사를 늘어놓고 보니,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한 번에 다 해결되길 바라며 꾀를 부린 적이 없는가?
모든 일들이 쉽게 해결되길 바라기만을 기다린 적이 없는지, 어떤 수고도 들이지 않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길 바라왔던 적은 없는지,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일궈낸 것을 노력 없이 쉽게 일궈낸 것이라 착각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다 보니 자신 있게 '그런 적이 없다'라고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책을 읽으며 해답을 찾은 것 같은 후에는 늘 삶이 변하길 바랐습니다. 당장 눈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원하며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길 바랐습니다. 가만 보면 그들도 5년, 10년,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들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그들만큼 잘 나가길 바랐고, 잘되고 싶은 욕심에 비해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늘 가슴 아프고 비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나는 저들처럼 살 수 없는 거야" 비관하며 불공평한 사회를 비난하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은 노력을 하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들만큼 꾸준하게 끈기를 가지고 엄청난 노력을 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못난 나 자신을 감추기 위해 주변을 탓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학생을 향해 무심하게 내뱉었던 말이 가슴으로 돌아와 콕, 하고 찌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한 번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 누구도 찬란한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 기도만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반드시 작은 일이라도 나서서 행동해야 함을 다시 마음에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