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이 Apr 14. 2022

어쩌다 테라스 아파트에 이사 왔다

[마당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 1]


딱 1년 전, 우리는 부동산 가격이 서슬 퍼런 시기에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타인의 집 문을 두드리며 수줍게 매물을 보는데, 어째 집주인들의 콧대가 심상치 않았다. 과장을 한 톨도 보태지 않고 일주일에 호가가 2천만 원씩 오르는 걸 체감할 정도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A동네에서 한 아파트의 매물만 20개도 넘게 봤지만 '이거다' 싶은 물건이 없었고, 그나마 얘기가 오가던 물건은 공인중개사의 실수로 어그러지면서 김이 빠져버렸다. 억울한 마음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러다 B동네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 테라스 아파트가 좀 있네? 여기 한 번 가볼까? 


그냥 한 번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집 안에 들어간 순간 마음이 동했다. 잘 빠진 구조와 탁 트인 테라스, 깔끔한 단지 분위기… 아 이거 좀 괜찮은데? 남편 표정을 힐끗 보니 나보다 더 상기돼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표정관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홀린 듯 부동산 사무실에 따라가 어느새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가격을 뺄 수 있을까요? 대출은 얼마나 나올까요? 집으로 돌아온 후에야 테라스 아파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 동네 테라스 아파트 매물을 딱 한 개만 보고 결정해도 될까. 한 달 넘게 발품을 팔면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다른 매물들은 어차피 접근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결정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 집 테라스에 반해버렸고, 다른 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드닝이 취미인 남편에게 마당은 늘 꿈꾸던 공간이었고, 우리 집 미취학 아동이 수영장을 설치한 테라스에서 뛰노는 모습이 마구 상상됐다. 당장 주택으로 이사가기는 두렵지만 테라스 아파트 정도면 적당한 타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지하철역, 초·중학교, 산책로, 마트도 있었다. 그럼에도, 살아보지 않은 특별한 공간에 대해 문득문득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벌레가 많으면 어떡하지, 보안은 괜찮을까, 고기 굽는 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을까? 


여러 걱정거리를 안고 이사온지 어느덧 7개월, 테라스에서 두 계절을 보내 본 우리는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테라스 아파트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공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는 딱 맞았다. 테라스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꾼 것은 아니지만, 체감상 우리는 15% 정도 더 행복해진 것 같다. 봄을 맞으며 테라스에 더 자주 나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