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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Jul 25. 2022

변형된 3막 구조에 관하여

웹소설과 게임엥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사구조에 관하여

3막구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부터 비롯된 전통적인 서사플롯이다. 현재에도 영상의 3막구조란 이름으로 영화와 시나리오 작업에서 언급된다. 영화로 구분하였을 때 100분 영화에서 1막은 약 25분, 2막은 약50분, 3막은 약 25분이라는 수치로 나눈 그래프를 3막구조를 검색하면 어렵잖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간략히 말해 1막은 사건의 시작이다. 인물과 배경을 설명하기 때문에 다소 느슨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복잡한 세계관을 가질 경우 이 부분을 경제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설명충 처럼 느껴지거나 이 부분이 길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2막은 문제의 발생을 기점으로 이루어지며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곳이다 3막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진입 한 후 빠르게 문제가 해결되는 지점을 뜻한다.

 

물론 3막구조 그 자체는 극단적으로 단순화 된 구조이며, 영화에서는 8시퀀스, 소설에서는 12장이라는 세부 사항을 넣어 긴장감의 상승과 이완의 기간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인물의 목적, 시련, 결핍등이 단계별로 나타나고 성장하기를 반복한다. 즉, 밋밋한 사선 그래프가 아니라 작은 돌기들이 들쭉날쭉히 솟아 있는 톱과 같은 형태라는 뜻이다.




여기서 조금 더 세분화를 하면 소설에서 주로 말하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막구조로 나눌 수 있다. 발단과 전개의 시작부분이 앞서 말한 1막에 해당되며 전개와 위기는 대체로 2막에, 절정과 결말은 3막에 해당한다. 이것이 단편 소설의 기본이다. 장편의 경우 이론상으로는 이러한 5막 구조가 결말에 이르러 하강하되 이전의 발단 부분만큼 푹 꺼지지 않고 문제가 남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의 발단으로 다시 이어져 5막의 구조를 반복한다. 그러니까, 장편 소설은 단하나의 대서사가 아니라, 거대한 5막 구조 속에 수 많은 5막 구조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작업인 셈이다.


근래의 소설에서는 시작지점이 발단보다 높은 6막구조가 선호되고 있다. 웹소설 및 근래의 웹툰, 메이플 스토리의 영웅 직업군 처럼 전생 등을 소재로 한 게임등의 경우 시작-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루트(√)형태의 6막구조를 띄고 있는데, 이러한 서브컬쳐 뿐 아니라, 신춘문예의 심사자 혹은 서점에 서서 첫 장을 읽는 독자를 잡아 끌 필요가 있는 순문학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선호하고 있는 중이다.


이 소설들은 위기 부분과 맞먹을 정도로 긴장도가 높고 빠르게 전개 되는 시작 지점이 있고, 주인공의 죽음 혹은 회귀를 통해 발단의 단계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전의 소설 구조와 마찬가지로 새로 태어난 곳의 배경과 인물들을 설명하며 점점 위기감의 상승 그래프를 그린 후 결말에 와 빠르게 하강한다.




120분 이상의 상업영화 혹은 중편 소설에 와서의 구조는 7막 구조를 갖는다. 어떻게 보면 장편의 반복되는 5막 구조와 유사하지만, 장편 소설이 각 한권 한권 내에서 5막구조가 완전히 끝맺어지고 다음권으로 넘어가는 것과 달리 한 편 짜리 영화와 중편 소설에서는 절정 이후 사걸을 완전히 완결 내서는 안된다. 상영 시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발단-전개-위기-절정1-하강-절정2-결말의 구조가 사용된다. 절정1은 120분짜리 극에서 약 6~70분 구간에 해당하며 전개 과정에서 나타났던 표면적인 사건이 해결되는 지점이다. <범죄도시2>에서 강해상과 베트남의 아파트에서 벌인 전투씬이 절정1에 해당한다. 하강에서는 긴장감을 늦추며 개그가 들어가기도 한다. 직전의 유혈이 난무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국외 추방을 당하며 병원에서 개그를 치는 장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하향했던 긴장감은 회장의 납치를 통해 변곡점을 맞고 절정2를 향해 빠르게 올라간다.


절정1에서 사건의 주요인물들과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하강지점에서 절정2까지는 몹시 빠르게 진행되며 절정1보다 대체로 큰 스케일 혹은 해결 된 줄 알았던 사건의 진짜 진실이 여기에서 밝혀지기에, 대체로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라 하면 이 부분을 말한다. 120분 영화 기준으로 90~110분 구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 절정1 보다 훨씬 높은 긴장감을 보이므로 훨씬 긴장감의 정도가 높았던 절정2에서 추락하다시피 빠르게 도달하는 결말은 관객에게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조합은 게임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플레이 타임이 약 2~4시간 정도인 패키지 게임, 혹은 온라인 게임의 1개 챕터 분량에서 위와 같은 7막 구조를 확인 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보스급의 사냥를 통하여 절정1과 절정2를 어렵잖게 구분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메이플 스토리의 테마던전 엘린숲의 신 에피소드의 경우, 마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중간보스(멧돼지)를 잡는 부분이 절정1,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마을 사람 중 하나였던 테스토넨과 테스의 이야기로 좁혀지는 부분이 하강과 재상승, 라스트 보스와의 전투(페어리 여왕 에피네아)로 구분되어, 그 변곡점과 긴장의 강도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3혹은 5막 구조는 아리스토텔레스 시기 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기법이자, 전세계, 어떤 문화권의 사람이건 당연하게 긴장을 느낄 수 있는 기본형태이기에 아직까지도 다양한 창작 수업에서 개론 단계에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살펴보았듯 위와 같이 서사플롯은 시대와 장르의 변화에 따라 기본 틀은 유지하되 변형되고 있다. 해체주의에 다달아서는 전통적인 긴장의 구조를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를하는 작품들도 존재하기에, 완전히 절대적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특히, 한 때 결말을 맨 앞에 배치하여 앞서 말한 루트형 6막과는 또 다른 변곡성 그래프가 유행했던 시절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그래프의 유연성에 대해서 늘 열린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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