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건축사이 #2
어제는 도시의 오점이었던 공간이 오늘은 사랑받는 공간이 될 때가 있다. 공간에 담긴 욕망이 전환됨에 따라 그 공간 안의 사람이나 행위도 뒤바뀐다. 버려진 도시 공간들은 실패와 상실로 침전되다 어느 순간 시대의 소용돌이에 따라 부유되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차량 위주의 교통 소통을 위해 사람을 땅속으로 쫓아낸 모양이었던 지하보도는 미세먼지나 황사, 추위와 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쉼터가 되었다. 평수를 넓히기 위한 꼼수였던 베란다는 코로나 시대에 청량한 바람을 깊이 호흡하고 초록빛 화초를 접할 수 있는 자연이 되었다. 이밖에도 삭막한 분위기만 자아내던 폐공장들이 모두가 찾는 사진 명소가 되거나, 어둡고 긴 그늘로 도시를 단절시키던 고가 하부가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보고 싶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공간들이 또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추가하여, 나의 시공 앞에 나타날지. 어떻게 다른 도시를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