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록새의 사랑

by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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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바람이 상쾌하게 스치는 여름 날 이었습니다.

비단 결 보다도 더 보드랍고 아름다운 초록색의 깃털을 가진 새가,

이웃 나무에 놀러온 예쁜 분홍 새를 보자 신부로 맞이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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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성을 다해 무지개 빛깔의 아름다운 집을 지었습니다.

새들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부가 되기를 거부하거든요.



그리고는 분홍 새를 초대했지요.

분홍 새는 놀라운 눈빛으로 “어머나, 이렇게 예쁜 집은 처음보네.” 하며 좋아했습니다.

초록 새는 기뻐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요.

그런데 조금 있더니 분홍 새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초록 새야, 그런데 이 나무는 너무 약해 보여. 된바람이 불어오면 집과 함께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생각지도 못했던 분홍 새의 말에 초록 새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절대로 약하지 않아.”하고 당황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분홍 새는 눈이 휘둥그레 져서 물었습니다.

“정말? 무슨 마법의 집이라도 되는 거야?”

초록 새는 “응? 마법? 아, 그래 맞아. 마법의 집이야.” 하고 얼토당토 아니 한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사실 빨강 새가 쓰고 남은 여린 나무를 주워 다가 휘어진 나무 위에 지었거든요.

초록 새는 예쁘게만 지으면 되는 줄 알았지요.

분홍 새는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하고 의아하게 물었습니다.

초록 새는 식은땀이 줄줄 났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서 “그...러니까 나랑 결혼하면 알려줄게.”

초록 새는 또 엉겁결에 숨겨두었던 마음을 불쑥 말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곧 후회했습니다.

순간, 얼굴이 빨개진 분홍 새는 “아무리 이게 신기한 집이라도 센바람이 몰아치면 못 견딜 거야.”하고는 우아한 날개 짓을 뽐내듯이 날아갔습니다.


초록 새의 실망스러운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훨훨 가 버리는 분홍 새를 바라보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