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영 Nov 27. 2022

 님 에게

 님:'임'을 이르는 말.

 임:사모하는 사람.


 임을 그리워하다.

         - 그래, 그리운 게 임이지.

 예부터 '임'에 대한 시조나 시, 노래는 헤일 수 없이 많다.

         - 임처럼 애틋하고 가슴 떨리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밤하늘의 달을 보아도, 빛나는 별을 보아도, 아름다운 꽃을 보아도, 바람이 스쳐도, 눈이 나려도, 또한 팔랑이는 나비를 보아도  '임'의 모습이 어른거려 '임'인가 한다.

          - 그렇지, 임은 세포도 춤추게 만드는 것이니까. 세상이 온통 임으로 보이지.

 때로는 임이 앞에 있어도 임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 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게 임이지.


 오래전 '님 에게'라는 이름의 초콜릿이 빨강, 노랑, 파랑의 포장을 하고 있었다.

 아직 학생이었던 그는 그것이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었다.

 초콜릿의 달콤함이 사랑의 달콤함에 덧 씌워져 눈을 멀게 했으리라.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원래는 머리 둘, 팔넷, 다리 넷으로 붙어있던 인간을 반으로 갈라놓아서 불완전체가 되었기 때문에 그 반쪽을 찾아야 완전체가 된다고 한다.

 불완전체로 늘 안절부절 서성이다가 완전체가 되어 안주할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신나는 일이랴.

따라서 결혼이란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눈이 멀어 결혼한 이도 있지만 멀쩡하게 눈을 뜨고도 잘 보이지 않아 결혼한 이도 꽤 있으리라.

 신부가 흰색의 드레스를 입는 것은 천국의 마지막으로 입는 것일까, 아니면 천국으로 들어가는 의식으로 입는 것 일까?

 신랑이 검정 양복을 입는 것은 지옥의 마지막으로 입는 것일까, 아니면 지옥으로 들어가는 의미로 입는 것 일까?


 그럼,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 숨어있는 쌉싸름한 여운을 그때는 혀마저도 사랑의 마법에 걸려 단맛으로 알았으리라.

 마비된 오감이 되돌아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신이 말했다.

 "네가 신이 나 되는 줄 알아? 완벽한 임을 찾아다니다니. 인간은 때로는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리고, 말문이 막히는 것이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우리 신들은 말하지.  골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인간은 신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넘보지 말아라."

 인간적인 매력?  후후후.

 단 하루만 바꿔 살아 보면 아니 될까요?


작가의 이전글 다 부질없는 것이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