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는 게 불편했다. 글을 쓰다 보면 흐름상 빼버리는 게 낫고 없는 편이 더 깔끔해진다는 걸 알지만 지운다는 게 썩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내 의문을 가지고 갈팡질팡했던 어떤 질문이 있었다.
꽤나 오래전에 적고 묻어뒀던 글을 다시 꺼내 읽게 되었을 때 대부분의 내용을 지우게 되더라도 깔끔해진다면 그 문장들을 거의 다 드러내버리는 게 맞을까? 그렇게 한다면 이전에 내가 불어넣었을 감성들은 전부 연기처럼 흩어지는 건 아닐까? 미흡했어도 새겨 넣었던 빛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빛이 바래버리진 않을까 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손대는 만큼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이전에 넣어둔 감정선에 지금 내가 알게 된 걸 불어넣는 거야. 감정에 감정이 더해지는 거라고.
과거에는 알았는데 지금은 놓쳐버리고 잊게 된 것들을 다시 기억해 내고 네가 품었었던 풀리지 않았을 의문에 내가 답을 써놓는 거지.
그렇게 우리는 계속 수정될 거야.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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