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험담했던 사람에게 아무 원망도 가지지 않을 것 같은 시나리오가 뭔지 생각해 봤다.
만약 저 사람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 나를 마구 욕하고 험담해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완전한 용서는 물론이고 아무 감정도 들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사람 목숨이 달렸다면 그렇게라도 그 상황을 회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럼 가장 화가 나는 시나리오가 뭐였냐면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해서 딱 봐도 만만해 보이니까 내가 이렇게 행동해도 아무 말도 못 할 거라고 판단해서 앞에서 대놓고 비웃는 거였다든가 자신보다 약해 보이니 은근하게 짓밟으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치켜세우며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다든지 그런 이유로 보이면 화가 날 거 같았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저 사람이 날 험담했기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기 때문에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나리오를 택해도 틀릴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내가 거기에 휩쓸려서 화가 나고 상처를 받고 고통스럽다면 계속 생각이 난다면 그건 내 것이 된다. 그렇지만 설령 그들이 날 무시한 게 맞다고 해도 내가 그 의미로 가져가지 않는다면 그 고통과 미움은 내가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그 흠은 그 사람의 몫이 되는 거니까.
본인이 그걸 알아차리든 모르든 그 흠과 부끄러움은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이 된다. 우리가 굳이 화나고 미워하고 괴로워하는 마음을 가져온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닌 굳이 내 문제로 가져오는 것과 같았다.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오랫동안 곱씹지 않아도 되었고 오히려 이런 이유라면 완전히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은 이유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별로 마음을 써야 할 문제가 아닌 걸 알게 된다.
그걸 한 번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내가 생각한 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정말 업신여기고 무시했다 해도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단지 그런 행동을 한 그 사람의 인성의 문제이고 오롯이 그 사람이 한 행도의 몫이고 그냥 그 사람 기준에서 마음에 안 들어서 꼽을 주는 행동일 뿐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 대미지를 덜 입고 잊어버릴 수 있는 거 같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비로소 감정과 떨어져 객관적으로도 그 정보를 정보로서만 점검해 보게 된다. 정말로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