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한다. 지키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서나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실수나 내가 한 일에 실망했던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 인정조차 하지 않은 적도 참 많았지만 역시 후회는 한다.
감정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그걸 억지로 느끼지 않는 게 가능하긴 한가. 좋지 않게 바라봤던 개념이나 일들에 대해서도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히기도 하고 뭔가를 인정하게 되면서 그래서 내가 그렇게 지금까지 반응하고 있었구나. 이건 그러니까 방어기제였구나. 그게 계속 작동하고 있었고 그때는 내가 그걸 받아들이기엔 부서질 만큼 괴로웠으니까 이렇게나마 나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어기제는 제 할 일을 다했다.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의 시점이 올 때까지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했던 것이다.
이제는 인지했다면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의지를 갖고 수동으로 작동을 멈춰야 하고 새롭게 개념을 정립할 때였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다는 거지 하는 무기력한 마음이 자꾸 시동을 걸지만 묵묵히 걷어내고 손으로 휘저어 흩어버리고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해보면 된다. 뭘 더 할 수 없다면 그게 정말로 그러한지 거기까지만 확인해 보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