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했어도 실패가 아니었던 건 마음에 들어서였다

못하니까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막연히 했다.

잘하지 못할 거라는 걸 이미 알았으니까.

해야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어쩌할 바 몰라했다.

그 순간을 지나치고 역시 잘하지는 못했다. 실패하고 새로 해도 역시 못했다.

못했지만 할 수 있는 거였다. 같은 못함이라도 이전보다는 덜 못하는 거였다.

서툴고 실수투성이인 나의 결과물을 손에 넣었다.

그게 또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분명히 못했는데 가치있게 느껴졌던 건 왜였을까. 그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