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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Oct 21. 2022

나는 내 생각이 부끄럽다

상처를 마주한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







사실 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하지만 태생이 그런 걸까, 아니면 환경이 그런 걸까.


내가 속마음을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부정이 아니더라도, 물음표만 돌아와도 기가 죽어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표정이라는 가면 속에 내 부끄러움을 숨겼다.




.

.





사소한 예시를 들어보자.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이모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이모는 사촌오빠에게 날 데리고 가서 과자라도 사주라고 말했고, 오빠는 나와 함께 마트에 갔다.


우리 집은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았기에 그때의 나에게 과자는 정말 좋은 선물이었다.


 과자 한 봉지를 고른 나는 모깃소리 같은 작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이모집에 갔을 때 이모에게 그때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인사를 듣지 못한 사촌오빠는 날 오해했고


"우리 아들이 ㅇㅇ이는 얼굴은 이쁜데 싸가지가 없다 그러더라~"


 웃긴 이야기라도 하듯


깔깔거리는 엄마와 이모의 웃음소리에 나는 함께 웃었다.










이 일은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당시 나는 한 소설 속의 주인공을 동경하며 모든 일에 쿨하게 넘어가는 성격을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건도



'내 인사를 못 들을 수도 있지, 이게 뭐 중요한 일이라고, 난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써'하며


 계속 생각을 되뇌었다.



 이런 노력 등을 통해 난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차분하고 무신경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이렇게 내 감정에 집중해서 글을 쓸 때면 눈물이 날 때도 있다.










나는 한 번도 이런 사소한 일에 상처받았다고 내 입으로 말해본 적이 없다.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라는 반응이 돌아올 수 있으니까.


 내 상처가 모두에게 같은 크기일 수는 없으니까.







 다른 사람의 반응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또 한 번 실망하고, 또 한 번 상처받고 싶지 않기에.


 사람들에게 약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지 않기에 난 내 생각을 숨긴다.  





.

.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상처를 드러내고 마주한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



직 내 상처를 마주할 자신은 없지만


이런 글로 나를 마주하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 상처 또한 마주 보고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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