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푼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왜 이렇게 베푸는 것에 인색한가를 생각하며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니, 난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었다.
절약정신이 투철하신 부모님 아래서 삼 남매는 물건을 돌려쓰는 게 당연했다.
나를 위해 새로 산 건 몇 벌의 옷 정도일까.
흔한 스티커북조차 어차피 가질 수 없을 걸 알았기에 사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 것이 없으니 나눠줄 게 없었고 그나마 가진 것 만 지키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나누기보단 지키는 거에 익숙했고
처음 나에게 아무 이유 없이 나눠주는 사람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학교 앞 분식집은 하교시간마다 고소한 튀김 냄새로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있다 하더라도 아껴야 하니 한 달에 1~2번 정도만 갔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하교를 하던 어느 날 분식집에 들르자고 해서 따라갔던 적이 있었다.
배고픈 하교시간이라 자연스럽게 "와 이거 맛있겠다"하고 나온 내 말에
친구는 "내가 사줄게, 먹어!"라 답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왜 사주지? 나중에 갚으라는 건가? 내가 얘한테 돈 빌려준 적 있었나?'
찰나의 시간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사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 왜 사주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 친구의 대답이 기억난다.
"그냥 네가 먹고 싶다니까 사주는 거지, 친구끼리."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표정과 말투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서로 호감이 있는 사람끼리 이 정도 호의는 당연한 거구나.
오고 가는 거 없이 그냥 주는 관계가 될 수도 있구나.
그 후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여유가 있을 땐 그냥 조금 베풀기도 했는데 친구들이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간지럽고 기분 좋기도 하고 어쩌면 뿌듯할지도 모르는 감정을 느꼈고 베푸는 기쁨을 알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은 놀러 가면 꼭 가족이나 친구들 선물을 산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내 선물을 받고 기뻐할 때면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베푼다는 건 상대방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관계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기쁨, 뿌듯함, 나 꽤 괜찮은 사람이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긍정적인 단어와 문장들이 마음에 새겨진다.
난 타고나기를 선하고 베푸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그 방법을 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여됐던 무언가를 배우고 있고 그 과정이 어색하지만 새롭다.
더 발전된 나를 완성해나가는 것 같달까?
미래에 언젠가는 누가 봐도 참 괜찮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