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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Feb 21. 2024

책태기에서 벗어나는 법

알짜배기 꿀팁같은 건 없는 무식한 방법



한동안 독서를 하지 못하다가 다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책을 잡는 게 힘들었고,

잡았던 책도 이해를 했다기 보단 글자를 봤다는 게 맞을 정도로 독서 하기가 힘들었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가만히 있는 게 더 편했던 시간들이었다.


새해를 맞아 일을 그만 둔 이유는 '좀 쉬고 싶어서'가 컸지만 한편으로는 일 그만두면 보고 싶은 책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 개꿈이었을 뿐.

새해가 된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잡다한 생각이 가득한 지금이다.



그럼에도 아예 보지 않던 책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된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다가 다시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지?

나름 노력했던 내 방법을 공유해본다.






1. 후루룩 읽히는 쉬운 책을 읽는다.



뭐라도 읽고 싶은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괴롭다고 하자 지인이 책을 선물해줬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로 깊이 읽지 않아도 마음에 오는 책이었다. 그야말로 후루룩 부담없이 읽으며 완독의 기쁨을 주는 책.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아직 책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었지.

(내 기준에서 쉬운 책은 얇은 책, 만화책, 가벼운 에세이 등)



만화책도 읽었다.

재미있는 병맛 만화, 추억의 슬램덩크, 애들 만화까지.

닥치는대로, 재미만 있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다.

일단 책같이 생긴 놈들을 손에 들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2. 책 읽는 방법을 바꿔본다.


준비물 : 플래그, 각종 이쁜 펜, 형광펜, 자 등등



나는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 편이다.

기억하고 싶은 곳엔 플래그를 붙이고 형광펜을 칠한다.

밑줄을 그을 땐 편하게 연필이나 샤프를 쓴다. 무질서 하지만 자연스럽게.


하지만 책을 다시 펼치면서 방법을 좀 바꿔봤다.

예쁜 펜을 들고 밑줄 치고 싶은 곳에 자를 대고 긋는거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이런식으로 책만 이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지. 끌끌끌...


그러나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건데,

이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오히려 읽은 페이지 수를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내가 이렇게나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걸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책 옆에 튀어나와 있는 수많은 플래그들이 내 허영심과 자신감을 채워준다는 사실!!


안다!

이런 방법이 책을 깊게 읽었다고 할수는 없다는 걸!

그렇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이란 말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책을 가까이 해야 했던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3. 책이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때까지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한다.



그렇다.

뭐하게 책을 억지로 잡을것인가?


내가 했던 마지막 방법은 그냥 하고 싶은 거 미친듯이 하는거다.

새해가 되고 바뀐 숫자처럼 나도 사람이 바뀐 것마냥 책에 파뭍힐 줄 알았다.

책에 파묻혀 온갖 지식을 내 머리속에 집어넣고 아직 만나지 못한 책 속의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많이 만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손에는 언제나 핸드폰이 들려있었고 내 귀에는 이어폰이 꽃혀 있었으며 매일 미친듯이 최강야구를 봤다.


먹고,

자고,

보고,

먹고,

자고,

보고.


하루하루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닌 그냥 그동안 마음껏 쉬지 못했던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미친듯이 미디어를 봤고 중독됐었다.


왠만한 최강야구 유튜브 영상을 거의 다 시청했고, 그 결과 82세 김성근 할배에게 애정이 생겨버렸다!!


토할 정도로 최강야구만 봤더니 책에 눈이 돌아가더라는 것



그래서 샀다. 김성근 감독님 에세이를.(타이밍 굿!)

그리고 읽었다. 이틀만에 완독.

완독은 책 읽기를 사랑했던 사람에게 추억을 상기시켜준다.

'맞아, 나 완독 좋아했던 여자였지. 완독하려면 책을 계속 읽었어야 했어. 몇 권 더 읽어볼까?'


그렇게 책태기를 극복하고 다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김성근 할배에게 감사인사를...)





네? 뭐라고요?

이 모든 것이 책을 기본적으로 사랑해야 할 수 있다고요?

맞습니다.

이 방법은 초보 독서가들에게 추천하는 방법 아니에요.

저처럼 책을 사랑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잠시 멀어진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알짜배기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 극복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라면서.

책태기에 빠진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벗어나자! 책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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