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위해
선물이라는 것이 특별함을 가질 때는 그것이 어떤 물건인 것과 상관없이 마음이 담길 때다. 선물이라는 것이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마음이 담긴다면 어떤 물건보다 가치를 가진다. 편지가 뜻깊은 이유는 편지지가 예뻐서가 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감동은 그 안에 쓰인 글자들 때문이지 않을까.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글씨들이 정성을 나타낼 때 감동을 건넨다.
연인이 되면 우리는 기념일이라는 것을 챙기며 서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함께한 시간들을 기념하는 만큼 더 의미 있게 보낸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는 작은 과정인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할까? 받으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떨림으로 한 단계 한 단계 한 사람을 위한, 한 사람만에게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포장지를 선택하고 편지와 함께, 때론 꽃과 함께 건네어 주는 선물은 어쩌면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정성과 진심'이 받는 사람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다. 반대로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선물을 건넨다면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의미가 금방 없어지기에 마련이다. 실용적이든지, 거창 하든지에 상관없이 선물이라는 의미보다는 그저 '물건'에 치부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물이라는 것이 물건으로만 사용된다고 생각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선물로 다가올 수 있고, 힘들 때 묵묵히 곁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선물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혹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배려와 소소한 시간들 속에서 마음이 따듯해지는 선물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생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물질적인 것들로 생각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선물은 건네받는 사람의 마음에게 전하는 것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선 시간이 선물과 같다. 가장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은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시간이다. 일렁이는 파도 사이로 노래가 들려왔다. 여수하면 떠오르는 노래인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잠시 사색에 잠겨 바다를 바라보며 너무나 힐링되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이라는 순간의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내가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그 순간의 시간을 완연하게 즐겼고, 아직까지도 그때의 행복함이 진하게 남아있다. 나는 항상 순간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최근에 지인이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였다. 연애를 하는데 돈이 없을 때 보내는 시간 속 소소함이 마치 조촐한 것과 동일시되는 것 같다고 말한 지인이 있다. "함께 특별한 곳에 가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소소하게 매일 산책하고 매일 같은 장소에서 밥을 먹어서 조촐한 연애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애는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돈이 엄청나게 많다고 더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 못한다. 나는 지인에게 "지금의 그 사람과 보내는 시간 속에 의미를 담고, 소소한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얹어 특별하게 만들어 봐."라고 말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조촐하다고 만족하지 못하는 건, 과분함에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선물을 주지 않아도, 받는 사람이 마음을 담긴 것을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준비한 한 끼의 식사일 수도 있고, 작은 편지 한 장일 수도 있는 마음이 담긴 것들 속에서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기뻐하며 감사함을 전하는 사람은 살면서 쉽게 볼 수 없는 귀인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은 웃음으로 가득 차고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특별함에 익숙해진 사람보다, 마음이 담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시야이다. 그렇기 위해선 자신부터 먼저 마음이 담긴 순간에 집중하도록 노력하자. 그 끝에 작은 순간도 특별함으로 가득 채워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