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형식적인 위로를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수험생을 겪어본 입장에서 이런 말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을 포기하고 스스로가 얼마나 비참하고 바닥 치는 기분을 느꼈는지, 어떤 위로도 크게 도움 되기 쉽지 않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지만, 있는 그대로 최대한 담백하게 제 마음을 전달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당장 공백기가 생겨버린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몇 년을 공부만 했기 때문에 사회성도 퇴화한 것 같고, 속세와 단절돼서 어딘가 어색한 기분마저 들기도 할 것입니다. 본인이 잠시 사라져도 관심 없다는듯이다들 잘만 살아가는 것 같고,세월은금세 흘렀지만 나만 뒤처졌다는 사실에 현타가 오기도 할 것입니다. 기존에 쌓아온 커리어도 끊기고, 지금 와서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 들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차분히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공무원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단지 직업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나와 맞지 않는다는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본인이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기준으로 살고 싶은지 등의 '나에 대한 탐구 의지'만 있어도 늦지 않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onnecting the dots. 많이 들어보셨을 문구라고 생각되지만, 10년 전 대학생 때부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입니다. 과거의 경험들이 연결고리가 되어 현재의 나를 있게끔 만들어 주었듯이, 모든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남깁니다. 그 순간 실패처럼 보이고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쓸모없는 경험, 시간, 존재라는 건 없더군요. 저는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도들은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삶의 태도는 살아가면서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만들어오셨고, 또 만들어 가실 거라 믿습니다.
공무원 공부를 했던 경험도 인생을 낭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몇 년간 한 목표를 향해 내달린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간을 거쳐 나의 내공은 더 단단해져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가만히 있으면 모릅니다.앞으로의 인생 방향은 지금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부터 깨지고, 부딪치고, 얼굴에 철판 쓸 각오를 하시는 겁니다. 다만 조급해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성취해 나가시는 겁니다.
혹시 시험 포기와 재도전 사이에서 갈등 중이신 분이 계신다면, 이것 하나만큼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련 없이 끝까지 가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포기를 선택하시게 된다면, 이제 그 선택을 후회 없이 만들어 나가시면 됩니다. 잊지 마세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리고 "느리지만 나다워도 괜찮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남들과의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속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마시고 정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포기도 시작도 어느 하나 쉬운 건 없다는 거 압니다. 그렇기에 "포기나 재도전" 중 어떠한 결정을 내리셨든 간에 여러분은 정말 멋있는 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험 공부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본인을 믿고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이 명언을 꼭 공유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