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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bubam Aug 08. 2024

휴직일기 006

매일매일 대단한 일들이 우리 곁에서 벌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 방에 왔는데 이상한 냄새가 났다.

사실 난 알아채지 못하고, 아내가 알아차렸...


냄새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딘가 샜나... 곰팡이가 생겼나 의심하면서

킁킁대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아보는데...


선풍기를 꼳아두었던 콘센트 왼쪽 위칸에서 냄새가 나고 있는 걸 발견했다.

탄 냄새 같기도 하고... 화산냄새(?) 같기도 하고... 고무냄새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무서운 곳에서 무서운 냄새가 났다.


냄새가 점점 심해져서, 이러다 불나는 거 아닐까 잔뜩 겁먹고 (아내한텐 표 안 내고...)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하나도 당황하지 않으시고,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주셨다.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인 듯)

아파트 콘센트 A/S 를 담당하는 회사라고 하셨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이따 다시 걸어야지 했는데 조금 있다가... 쿨한 문자가 왔다.



이미 탄 냄새가 났다면 수리는 안되고, 오후 5시쯤 오셔서 교환 가능하다고 하셔서 예약을 했는데,


얼마 안 가서 다시 문자가 왔다. "부품이 없어서 다음 주나 되어야 방문 가능할 것 같아요."

"앗, 냄새가 점점 심해지는데 괜찮을까요? 어떻게 하죠?" 

"일단 그 콘센트는 쓰지 말고 계셔 주세요..."

"앗, 냄새가 계속.. ㅠ_ㅠ 일단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속으로 맥가이버 주제가를 흥얼거리면서 두꺼비집 차단기를 내렸다. -_-.

다이소에서 샀던 3M 장갑을 끼고, 드라이버 총출동 시켜서 잽싸게 분리...

혹시나 +, - 겹쳐져서 사고 날까 봐 절연테이프로 둘둘 감아 일단 급한 대로 처리했다.


아내가, "이런 건 어떻게 하는 거지? 공대생이라 그런가?"라고 했는데...

난 사진 전공 했는데... 


아무튼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조수역할 한다고 붙어서 휴대폰 플래시 비추던 아내(귀엽)의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작업 끝.

A/S 선생님께도 사진 보내고, 이 기쁨을 널리 알렸다. "선생님 일단 괜찮을 것 같아요."


하릴없이 휴직일기도 밀리고, 좀 쳐져서 유튜브만 보고 있는데...

역시 ㅠ처럼 쳐져있어서


늘 먹고 싶다고 말하던, 나한테 맛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던 "잠실 오레노 라면에 가자!" 하고 일으켜서,

버스 타고 잠실로 출동!


이층 버스 타보셨습니까? 경기도 살면 자주 타요... 맨 앞칸 타면 이런 뷰.


얼마나 큰지 이렇게  기울여 찍어야 전부 다 나오는 롯데타워


집 <-> 잠실구간은 진짜 네 마음 내 마음 랜덤마음 막히는데...

출근 시간 아니어서 그런지 금방 도착했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에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었는데, 엄청 키 크고 광이 나는 연예인 같은 사람이 있어서 차은우 배우나, 송강 배우인가 생각하며 우리의 목적지로 신속하게 이동...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에스티로더에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유 님이 왔었다. 앜 평생에 아이유 볼 기회가 언제 있겠냐며 계속 아쉬워하는 아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쇼핑몰 관심 제로로 최단거리 에스컬레이터 골라 타고 라면 가게로 향했...

듣던 대로 맛있었다. 면추가, 수프추가, 밥추가 무료. 매운맛을 추천합니다.


콜라는 주문 안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콜라 주문하면 얼음 가득 잔에 줘서 다음엔 콜라도 같이 시켜야겠다.


웬만하면 경기도서 잠실까지 갔으니까 카페든, 쇼핑몰이든 구경하고 올법한데...

팝업으로 열린 태극당 모나카 하나씩 입에 넣고... 버스 타고 바로 집에 옴.. 

조금만 더 빨랐으면 공짜 환승할 뻔...


작렬하는 태양.

작렬하는 태양에 땀 줄줄 흘리며

엘리베이터 탔는데, 아니 우리 층이 이미 눌러져 있고, 옆에 아저씨가 내가 보낸 문자 같은 문자를 보고 계셔서 "앗 혹시 xx층 가세요?" 했는데

"앗 맞아요."

"앗 저예요." 


보니까 선생님이 아까 다음 주나 가능할 것 같다는 전화 끊고 차를 뒤졌더니 부품이 하나 남아서 문 앞에 두고 가려고 하셨다고...


분해의 역순으로 잘 조립했다. (다행히 +, - 케이블 연결은 사진 찍어둠)

생각보다 선풍기 틀어놔도 탄내가 안 빠졌는데, A/S 선생님 조언대로 페브리즈 쓱쓱 뿌려놓으니 사라졌다.

전기 작업에는 차단기를 꼭 내리고 해야 합니다!


며칠 전 주문하고, 까먹고 있던 헌 책이 배송되어서 무슨 책인가 설레는 마음에 택배를 뜯었는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마쓰이에 마사시 선생님의 첫 작품인데,

건축과를 막 졸업한 학생이 대단한 건축가 선생님의 여름 별장 겸 아틀리에에서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읽다 보면 숲 향기가 나고, 훈훈하니 이야기도 너무 좋다고 해서 주문했었다.


표지만 봐도 이미 숲 향기가 나지 않는가?

숲 향기 솔솔~


아내랑, 매일매일 별일 없는 것 같아도, 

오늘만 해도, 집에 불날 뻔하고...? 먹고 싶던 오레노 라면도 먹고 오지 않았냐고 

일기를 쓰고 보니까, 매일매일 대단한 일들이 우리 곁에서 벌어진다 라며 이야기하고 


서울 갔다 와서 피곤해서 그랬는지...

갑자기 기절하듯 잠들었다.


약간 오늘 일기 텐션이 높은 것 같다고 느낀다면, 

오늘은 사실 휴직 007일 째인데, 오늘 또 새로운 이벤트가 아주 많았기 때문인 것..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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