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bubam Aug 12. 2024

휴직일기 008

휴직일기를 쓰게 됐던 계기

'휴직 008일째 되는 날'은 금요일이었고,

이 날은 별다른 기록이 없다.


휴대폰을 보니 이 스샷이 남아있다.

'휴직일기 006'까지 올리고, 브런치 통계인데 처음엔 트위터, 페북에 공유했어서 친구들만 찾아와 줬는데, 어느덧 SNS보다 브런치를 통해 휴직일기를 찾아주시는 (극 소수지만) 독자분들이 있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고마워요. 찾아와 주시는 분들 모두.



회사 슬랙에는 '#talk_routine' 채널이 있다.

지금은 회사를 퇴사하고, 1인 창업을 한 Fred [프레드]가 만든 채널인데 (영어 닉네임을 쓰는 회사라서, 나는 회사에서 Frank [후랭크]라는 닉네임을 쓴다.)


어느 날 회사 라운지에서 우연히 프레드랑 마주쳐서, 

프: "잘 지내요?" 

후: "아니요." 

프: "왜요?" 

후: "저, 사실은 마음의 병이 생겨서 치료받고 있어요." 

프: "앗, 저도 비슷한 경험... 그럴 땐 작은 루틴이라도 만들어서 반복하다 보니 도움이 되었어요." 

후: "오 루틴이라!!" 

프: "당장 슬랙채널부터 만들어볼까요?"


이렇게, 행동력 있는 프레드가 #talk_routine 채널을 만들어줘서, 매일 개개인의 작은 루틴들을 완료했다고 공유하다가, 한 명씩 새로운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들어와서 유지되는 채널이었다.


이 채널은 프레드가 퇴사한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고 나를 포함한 몇 명의 루틴러(?) 들과, 아직 샤이해서 메시지를 적진 않지만, 들어와서 읽어주는 몇몇의 동료들이 활동한다.



휴직이 결정되고, 평소의 나라면 분명 이 시기동안 더 퍼지거나, 더 우울해질 수도 있을 듯해서

'어떻게 하면 휴직 기간을 조금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일기를 쓰자!', '매일 일기를 쓰면 적어도 이틀 안에는 복기할 수 있고, 복기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 휴직일기를 시작하게 됐다. 


마침, 몇 번이고 신청했다가 탈락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이, 휴직 이틀 앞두고 통과되어서 브런치를 통해 일기를 작성할 수 있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기술블로그 https://blog.2dal.com/ 도 있어서, 기존 블로그에 일기를 남길까도 생각해 봤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 휴직일기를 찾아보려면 '괜찮은(안 망할 것 같은) 프로바이더가 제공하는 글쓰기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다. (과연 언제까지 일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일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가끔 들러 보던 프레드의 1인창업 일기 유튜브채널 https://www.youtube.com/@Farfetch.d 
(이 역시 휴직일기 아이디어에 영향을 줬다.)

에 안부인사를 전했다가 프레드가 다음과 같은 답글을 남겨주어서, 스샷을 찍어뒀었다.


프레드는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나...


매일매일 일기를 작성하는 게, 글을 쓰면서 신날 때도 있지만 (사실 글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지도 않지만)

쉽지만은 않다. 학교 다닐 때도 잘 쓰지 않던 일기를... 뒤늦게 성인이 되어서 쓰려니 더 쉽지 않고...

이왕이면 재밌는 일들이 많았으면 하는 부담에 적잖이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런데, 마침 프레드가 경험에서 나오는 댓글을 달아준 덕분에, '그래, 일기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 중요하고, 내가 왜 이 일기를 쓰는지가 중요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걸 쓰고, 쓰기 싫은 날은 쓰기 싫다고 쓰기도 하고..


조금 마음을 편히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일기도 그렇게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편하게 여기까지 왔다.


어 그러니까, 오늘은 쓰다 보니 왜 휴직일기를 쓰게 되었는가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는 일기가 되었고



일기 마지막은 휴직 전 마지막 문화의 날에 같이 일하는 파트 동료들이 잠시 떠나는 나를 위해서, 다른 활동 선택 안 하고 참여해 준 파트 모임 가던 길에 동료 해리가 찍어준 사진으로 마무리. (갑자기?)

사진첩을 보니, 휴직 008일에 이 사진을 다시 꺼내보고 트위터에 업로드함.

이 날, 두 번 마음이 뭉클했는데,


팀 동료 다 같이 모여서 영화 보러 극장가는 길, 맨 앞으로 걸어가다 돌아봤더니 각자의 리듬으로 그래도 한 방향으로 걸어오는 팀 동료들 보면서 한번 뭉클하고,


챙겨간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으면서, 와 나 사진 좋아했었지. 좋아하는 사람들 찍는 게 이렇게 좋은 기분이었지.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또 한 번 뭉클하고..


아무튼 좀 더 사진 많이 찍어야지.

좋아하는 사람들 많이 찍어야지. 생각이 들었었다.


아마 앞으로 휴직일기엔 사진이 조금 더 많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복직하면 동료들 사진 더 많이 찍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휴직일기 00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