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ber, The Poles, 기리보이, Charli XCX 외
율무 : 안정적인 중불로 조절한 듯한 온도이다. 태버와 딘의 주고받는 텐션이 과하지 않아 적당한 수준의 온도에 머문다. 그러나 같은 온도로 구워도 너무 오래 굽는다. 느릿느릿하고 끈적한 베이스와 드럼이 1절의 관능적인 태버 파트를 강조하며 시작됐지만, 2절의 딘 파트로 넘어가면서 세션들이 힘을 점점 잃어가더니 난데없이 가성과 애드리브로 마무리되면서 결국에는 뻔한 R&B식 전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개개인의 매력조차 특별히 돋보이지 않으니 이 콜라보가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DEAN, Syd, 백예린 등 다른 아티스트들과 지속적으로 콜라보 곡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제는 ‘2049’에서 보여준 다크하고 마이너한 감성을 태버의 퇴폐미 가득한 중저음 음색과 함께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곡이 절실한 시점이지 않을까. 무난한 평작을 내놓기보단 적정 온도를 벗어나는 묵직한 한 방이 필요하다.
Jason : 더 폴스와 웨이브 투 어스. 이들은 모두 프런트맨 김다니엘의 페르소나다. 그는 유연하게 작법을 전환하는 자신만의 스위치를 구축하여 각 밴드에 분명한 개성을 입혔다. 더 폴스에서는 어센틱한 인디록에 중점을 두고 한글 가사와 선이 굵은 드라이브 사운드를 선보인 반면, 웨이브 투 어스에서는 글로벌을 지향하면서 영어 가사와 베드룸 팝에 가까운 로파이한 사운드를 추구했다. 덕분에 두 밴드의 음악은 멜로디에서 묻어나는 서정성을 공유하면서도 가사와 사운드에 담긴 각자의 정체성을 비교하면서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cares’에서도 김다니엘 특유의 서정성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의 스위치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팔세토 창법으로 물을 타고 영어로 가사를 덧칠한 나머지 더 폴스만의 매력이 미묘하게 흐릿해졌다. 마치 더 폴스와 웨이브 투 어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은 느낌이었다. 물론 ‘Good Morning Sunshine’처럼 기존에도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들은 있었다. 그럼에도 호소력 짙은 샤우팅 창법이나 직관적인 한글 가사는 언제나 자기주장을 했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더 폴스가 WAVY에 합류하면서 김다니엘의 두 페르소나는 이제 콜드의 음악으로 대표되는 부드러운 감성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음악적으로 더욱 명확한 구별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더 폴스의 음악을 켜는 스위치를 다시금 눌러야 하는 시점이다.
아민 : 찌질한 사랑 이야기를 생각하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 중 하나가 기리보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쪼잔한 놈', '너무 빠른 이별 과정' 등의 가사 포인트로 그녀와의 사랑을 쉽게 잊지 못하는 심정을 곡에 담았다. '을', '예쁘잖아'처럼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가사와 날 것 그대로의 라임이 특징이다. '귀밑엔 키미테'에서 '이미테이션'으로 이어지는 포인트가 그걸 보여준다. 이 곡은 목소리와 기타 선율로만 도입부를 시작하고 그 뒤로도 복잡한 사운드 구성 없이 토일 또는 릴러말즈 곡과 비슷한 무난한 비트 위로 빠르지 않은 랩과 적절히 섞인 싱잉랩, 그리고 반복되는 훅으로 끝을 맺는다. 이지리스닝과 힙합의 그 어디쯤, 백보컬은 다듬어지지 않은 생목 느낌이며 웃음소리와 샤우팅 느낌의 더블링을 얹는 구성이 가벼운 멜로디와 어우러진다.
이번 싱글은 ‘호구’, ‘교통정리’ 등에 이어서 변함없이 찌질한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로 인해 비슷한 주제의 가사로 비트와 멜로디만 바뀐 곡만 만들고 있다는 뜻과 그가 새로운 모습을 도전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이제는 찌질한 남자를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율무 : 2022년에 발매된 앨범 [CRASH]를 통해 보편적인 팝의 영역으로 다가간 줄 알았지만, 이번 신보부터 다시 Charli XCX는 하이퍼팝의 세계로 한 발짝 더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음의 높낮이 변화가 적고 반복적인 진행이 강한 곡이지만, 웨이브를 타듯 들쑥날쑥한 일렉트로 신스 라인 위로 켜켜이 쌓이는 묵직한 베이스와 날카로운 비트, 곳곳에 최면을 유발하는 듯한 구성이 오히려 지루함을 덜어주고 파티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하나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사운드가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평범함을 거부하는 모습이 다시 한번 반갑다.
이런 사운드가 한편으로는 정신없고 요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곡이 대중성과 멀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를 수도 있겠다. 숏폼 플랫폼이 점점 기승을 부림에 따라 더 크고, 빠르고, 화려한 것들이 도파민을 자극하는 맥시멀리즘 시대에 도래하면서 불협화음조차 환호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과장되었지만 재밌고 자극적인 음악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흐름이 Charli XCX의 행보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Jason : 영국 맨체스터 음악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 간의 근사한 협업이었다. ‘Mars To Liverpool’에서는 90년대 초중반 브릿팝을 주름잡던 리암 갤러거 특유의 거친 보이스가 느껴졌다. 이윽고 ‘One Day At A Time’에서는 사이키델릭한 질감이 돋보이는 존 스콰이어의 일렉 기타가 80년대 후반 매드체스터 음악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물론 반 백 살을 넘긴 왕년의 록스타들에게 이전과 같은 생동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리드 싱글 ‘Just Another Rainbow’는 인트로에서 스톤 로지스의 ‘Waterfall’이 떠오르는 쟁글한 기타 리프와 리암 갤러거의 날카로운 보이스가 조화를 이루면서 기대감을 한껏 자극했지만, 결국 무난한 로큰롤로 흘러가면서 심심한 끝맛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Mars To Liverpool’ 정도를 제외하면 이처럼 담백한 로큰롤이 트랙을 넘어가면서 거듭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Liam Gallagher & John Squire]는 팬으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물이었다. 마치 영국 넵워스 파크 공연에서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 무대를 함께했던 맨체스터 음악씬의 상징적인 순간을 그대로 담은 듯한 느낌이랄까. 앞으로도 이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아민 : 아이돌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티스트가 사랑을 주제로 노래한다. 이렇듯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를 우리가 계속해서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를 그 노래의 대상에 대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래의 대상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전부터 대상이 정해진 사랑 노래를 발매해 온 아티스트의 곡을 감상하면서 우리가 온전히 노래에만 공감할 수 있을까?
MAX의 이번 앨범은 사랑 노래로 가득하지만 그 대상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예전부터 그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자주 표현했는데, 이번 앨범의 ‘STUPID IN LOVE’도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곡이다. 또 이번 앨범의 트랙 중 하나인 ‘EDIE CELINE’ 역시 자신의 딸을 향한 애정을 표현한 곡이다.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대상이 명확한 노래에 우리가 공감하는 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들의 러브 스토리에 박수만 치는 게 우리의 역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SAY LESS, ‘WOAH’, ‘IT'S YOU’처럼 각각 개성 강한 트랙이 뒤섞여 있고 여러 곡을 3년에 걸쳐 선공개 함으로써 모든 곡이 한 앨범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싱글로 느껴지게끔 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사랑 노래와 어지럽게 느껴지는 트랙 구성의 앨범이 그가 이번에 보여주고자 하는 3년 동안의 결과물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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