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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n 08. 2024

독보적 아이덴티티, 키스오브라이프의 서사

KISS OF LIFE - [Midas Touch]

지난해 데뷔하며 미니 앨범 두 장을 발매한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는 독보적인 라이브 실력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K-POP 팬덤과 대중의 눈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지난 4월 발매한 싱글 1집 [Midas Touch]는 데뷔 후 처음으로 멜론 차트 TOP 100에 진입하는 등 국내 음원 차트에 모습을 드러내며 여전한 화제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독기 가득한 실력과 무대’라는 키스오브라이프의 아이덴티티는 촘촘하게 짜인 앨범의 서사와 결합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매 앨범 완성도 높은 음악과 콘셉트로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을 이어온 키스오브라이프의 서사를 살펴보자.



“Do not be afraid to love.”

싱글 1집 [Midas Touch]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Do not be afraid to love’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키스오브라이프는 같은 이름의 트레일러(DoN’t be Afraid to love)를 공개하며 앨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레일러는 멤버 별로 다른 스토리를 부여하는데,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부터 무르익은 사랑의 모습, 어느 순간 찾아온 이별의 아픔과 공허함 까지를 표현하고 있다. 키스오브라이프는 이러한 사랑의 양면성에 주목한다. 삶의 모든 것이 되기도 하지만, 한순간 사라져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도 하는, 사랑의 역설적인 측면을 또 다른 텍스트인 ‘미다스 신화’와 연결하여 전하고자 했다.



미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부유한 왕으로, 자신이 숭배하던 디오니소스에게서 소원 하나를 얻는다. 탐욕스러웠던 미다스 왕은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원했다. 그는 황금 손의 능력을 통해 부를 얻을 수 있었으나, 욕망이 과했던 나머지 사랑하는 딸까지 금 조각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미다스 신화는 탐욕과 과욕을 상징하는 이야기이다.


키스오브라이프의 [Midas Touch]는 미다스 왕이 가졌던 능력의 양면성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끝없는 황금을 얻을 수 있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도 있는 ‘미다스의 손’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언젠가 그 순간을 잃고 아픔,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사랑’과 연결했다.

사랑의 양면성이라는 텍스트는 앨범 자체에서도 드러난다. 키스오브라이프는 매 앨범 트랙들에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왔다. 이번 싱글에서는 이를 또 다르게 활용했는데, 타이틀이자 1번 트랙인 ‘Midas Touch’에서는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2번 트랙 ‘Nothing’은 사랑이 끝나는 순간을 담았다. 트랙 자체를 장치로 사용해 앨범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키스오브라이프의 여정

 

키스오브라이프는 [Midas Touch]의 첫 프로모션으로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로고 모션은 이전과는 다른 여정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여정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서사의 시작은 미니 1집 [KISS OF LIFE]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데뷔 앨범에서부터 멤버별 솔로 곡을 포함하여 총 6개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키스오브라이프는 앨범의 메시지,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고 있다. 각자의 배경으로 인해 억압받고 있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멤버들은 서로를 만나 무대에 오른다. 각기 다른 네 명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모아 완성한 미니 1집은 ‘외부의 억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시작을 담아낸다.


이어지는 미니 2집 [Born to be XX]는 빌런 모음집 영상 프로모션과 ‘Bad news’, ‘Nobody knows’의 뮤직비디오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스토리로, 또 다른 ‘자유’를 쟁취하고자 하는 키스오브라이프를 표현했다.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고 반항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의 모습은 세상을 살아가는 타인의 입장에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빌런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빌런이 아니다. 앞과 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세상. 키스오브라이프는 [Born to be XX]를 통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거부하며,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라 선언한다.


정리하자면 미니 1, 2집으로 키스오브라이프가 쌓아온 서사는 ‘나’를 찾기 위한 길, 즉 ‘자아 찾기’를 위한 여정이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억압과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은 이들의 서사에서 싱글 1집 [Midas Touch]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What is love?”

 

사랑은 음악, 영화, 문학 등의 다양한 문화 매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정의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단순히 정의할 수 있는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나타내는 추상명사와는 달리 사랑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가장 흔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 그렇기에 사랑은 예술의 많은 부분을 지배해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Midas Touch]는 ‘사랑’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설렘, 행복, 슬픔, 공허함 등의 수많은 감정을 가장 다양하게, 또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사랑은 그 자체로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이다. 우리는 사랑을 하며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감정을 발견하고, 또 그 감정에 충실해진다. 키스오브라이프는 외부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KISS OF LIFE),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의 자유(Born to be XX)를 거쳐, 싱글 1집 [Midas Touch]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키스오브라이프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선택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들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대상과 상관없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양면성을 표현한 ‘DoN’t be Afraid to love’ 이후 공개된 ‘We will choose love 트레일러는 역설적인 사랑의 이면을 알면서도, 이를 주체적으로 선택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유롭고 진실된 사랑을 향한 의지는 콘셉트 포토에서도 드러난다. ❤️ 버전 콘셉트 포토에서는 인연, 운명을 뜻하는 빨간 실과 큐피드의 화살이 주요 오브제로 등장하는데, 이 오브제들은 주로 피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순간을 의미한다. 빨간 실로 눈이 가려지고 묶여 있는 멤버들, 화살에 맞아 쓰러진 벨의 모습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사랑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함께 공개된 콘셉트 포토는 오브제의 평면적인 의미에서 나아가, 이를 활용하여 키스오브라이프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붉은 실을 가지고 노는 듯한 나띠, 가위로 붉은 실을 자르려는 쥴리, 자신의 손으로 화살을 꽂는 벨의 모습은 키스오브라이프가 불가항적으로 사랑에 빠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랑을 할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키스오브라이프의 아이덴티티


외부와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진정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랑까지, 무게감 있는 스토리텔링은 키스오브라이프의 아이덴티티로 자리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여자 아이돌들이 가볍고 단편적인 텍스트를 선택한 것에 반해, 이들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트랙과 드라마타이즈를 선택하며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관이라고 부르기에는 대중적이고, 가볍다고 하기에는 철학적인 이들의 텍스트는 완전한 차별점이 되어 수많은 아티스트 속 키스오브라이프의 입지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하는 것은 멤버들의 실력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음악과 탄탄한 프로듀싱이다. 데뷔 앨범의 콘셉트를 가능하게 하는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과 이를 실현해 낸 과감한 프로듀싱은 그룹의 방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연주 아트 디렉터는 제2의 무엇이 아닌,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춘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시장분석을 통해 완벽하게 찾아낸 아티스트만의 방향성과 아티스트 본연의 매력을 살리는 프로듀싱은 제1의 키스오브라이프라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존재 자체로 K-POP 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이들이 앞으로 이어 나갈 또 다른 이야기가 더욱 기다려진다.




by. 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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